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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Realslow*

화양연화

by 담담댄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행히 목소리와 음악이 남았네요. 1년 전, 휘성의 복귀를 기다리며 썼던 글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그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나의 20대, 플레이리스트를 수놓았던 한 명의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다.


My Name is Real Slow


스스로를 Real Slow라 불리기 원했지만, 그는 느린 노래는 물론, 그루브 있는 노래에서 더욱 역량을 발휘했다. 지금 들어도 너무 좋은, 나만의 그의 No.1 플레이리스트는 바로 이 노래다.





단언컨대 휘성 같은 스타일은 휘성밖에 없다.


이 노래가 흥할 당시만 해도 이런 미디엄 템포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많았고, 노래를 잘하는 가수도 많았지만 이렇게 끈적이고 소울풀한 창법과 톤을 구사하는 가수는 우리나라에 유일무이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흑인음악'이라는 표현에 쓰인 흑인 같은 보컬이었다. 이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들어보니 인트로와 곡 중간에 들어가는 Masta Wu(마스타 우)의 랩은 피처링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수준이 무척 높다.


그는 R&B에 찰떡인 목소리를 가졌지만, 특유의 리듬감으로 보통의 R&B 노래보다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들고 나왔다. 이 선택은 이 노래를 휘성 아니면 감히 따라 부를 수조차 없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자리잡게 했다. 언제나 야수같이 내지르지만 내지름의 퀄리티는 어떤 무대에서나 한결같다는 점에서 소름 돋게 만든다. 단지, 이런 창법으로 그의 목이 버텨내질 못했다는 점이 몹시 슬플 뿐이다.


성대 문제때문이었는지, 이 노래를 정점으로 휘성다운 노래가 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사랑은 맛있어>나 <결혼까지 생각했어>는 곡의 정서가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어딘지 모르게 좀 더 K-Pop스럽다고 해야 할까. 이후에도 예외 없이 내질렀지만, 야수 같음을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애잔할 따름이다.



휘성의 대표곡으로 <안 되나요>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안 되나요>도 너무 좋지만, 어딘지 모르게 발라드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좀 더 휘성의 것 같고, 그래서 좋아한다.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는 보컬이 이전에도, 지금도 있을까. 데뷔 전 그의 커리어가 백업댄서, 래퍼였던 것만 봐도 그는 자신만의 톤을 힙합 같은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보여주기 위한 준비가 됐고, 충분히 자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진가는 팝을 부를 때 더욱 드러나는 것만 같다. 발성과 리듬감 모두 흑인음악의 본류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는 이번 글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무위키에 실린 원문이 너무 재밌어 그대로 가져온 글이다.


...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인정받는 일이 많은데, 2006년 박정현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차종인 투싼의 CM송으로 1984년 필 콜린스가 발표한 'Against all odds'를 불렀는데, 휘성이 부른 걸 듣고 필 콜린스가 '휘성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으며, Insomnia로 유명한 영국의 R&B 뮤지션 크렉 데이빗은 휘성을 개인적으로 지목해, 2009년에 휘성이 Insomnia의 아시아 버전인 'Insomnia (불면증)'를 싱글 발매하기에 이른다. 또 미국 진출을 위해 음반 작업을 할 때 프로듀서인 로드니 져킨스가 휘성이 부른 팝송을 듣고 너희 어머니가 흑인이냐고 물어본 것은 매우 유명한 패드립 일화. 그 외에도 Ne-Yo나 Akon 등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특히 Ne-Yo의 경우 마이클 잭슨의 곡으로 예정되어 있던 곡을 휘성에게 주기도 했다. 이처럼 실력으로 승부하는 뮤지션이다. (휘성 나무위키 中 발췌)


휘성이 솔로로 데뷔하기 전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Sisqo의 <Incomplete>를 커버한 곡인데, 원곡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원곡과는 다른 결로, 충분히 듣고 싶은 노래다. Sisqo의 목소리를 닮고자, 매일 그가 8시간씩 연습한 결과를 이 노래로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소개한 노래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작사가로서의 휘성 역시 무척 수준 높은 아티스트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소개해 본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건강해진 그의 목소리와 무대를 기다려 본다.


일년이면 입 맞추던 기억을 잊고
더 지나면 목소리도 까맣게 잊고
나만 혼자 파란 봄과 하얀 겨울 속에 추억들과 살아도

십년이면 나도 지쳐 그대를 잊고
더 지나면 다시 사랑 못할 것 같아
단 하루도 못 가게 잡고 헤어진 그날에 살죠

휘성, <일년이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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