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유튜브를 틀었습니다. 움직이는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자 어떻게든 자보려고 음악을 듣고자 한 건데요. 알고리즘이 데리고 온 이 노래를 듣고 잠은커녕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나이가 꽤 많습니다만 강변가요제를 알 만한 나이는 아닙니다. 우리 대중음악의 흐름이 트로트에서 잠깐 락으로 이동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발라드라는 장르가 소위 씹어먹었지요. 이문세를 필두로 이승철, 변진섭, 신승훈 등 거장들이 등장한 시기로만 봤는데, 아마추어 출신들의 이런 움직임도 당시에는 정말 의미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보컬이 너무 세련돼서 놀랐는데요. 1986년,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스펀지 커버를 씌운 마이크와 당시의 음향장비를 뚫고 나오는 청아하고 유려한 보컬. 분명히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이름 석 자는 남겼을 텐데 처음 뵙는 분이었어요. 찾아보니 김화란이라는 분인데, 저 대회와 음반 녹음을 끝으로 집안의 반대가 심해 가수활동을 접고 유학길에 올랐다는 뒷얘기가 있더군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역대급 보컬리스트를 잃었네요. 안타깝습니다. 이 무대는 백언이 불여일견입니다.
꺼지는 듯 흔들리는 도시의 가로등
가슴에 흐르는 너 나의 슬픔은
한 조각 슬픈 노랫소리로
어둠에 흩어져 가네
허공을 가득 메운 눈물 같은 네온등
이슬에 흐려지는 그대의 눈빛이
한 조각 어둔 바람 소리로
한없이 깊어만 가네
돌아선 그대 다시 한번 말을 해주오
오직 나만을 사랑했다고
떠나는 그대 다시 한번 고백해주오
나 그대만을 사랑했다고
불빛에 머문 젖은 나의 눈빛
허공 속에 뿌려 버리고
가슴을 태운 이 어둠에 상심
허무한 사연 이어라
어두워진 방안에 누워 창밖을 봐요
바람결에 사라지는 그대의 그 뒷모습
사랑 이별 슬픔은
한없이 흘러만 가네
돌아선 그대 다시 한번 말을 해주오
오직 나만을 사랑했다고
떠나는 그대 다시 한번 고백해 주오
나 그대만을 사랑했다고
불빛에 머문 젖은 나의 눈빛
허공 속에 뿌려 버리고
가슴을 태운 이 어둠의 상심
허무한 사연 이어라
허무한 사연 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