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은 마른 것 같았지만

감정을 말리는 밤

by 로미코샤Romicosha

오전 10시 36분.


햇살이 좋았다.

이불은 말라 있었다.

보송한 감촉.

코끝에 닿는 섬유 냄새.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이불을 덮었다.

딱히 춥지도 않았고,

눅눅하지도 않았다.









눈을 감았다.

피곤해서가 아니라,

그냥 눈을 감는 시간이 필요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화도 안 나고, 슬프지도 않았다.


편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딱히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감정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








몸은 이불 아래 있었고,

나는 이불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눕고 있다는 감각도 점점 옅어졌다.


나는 그 안에 있었지만,

무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츠키마루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조용했다.


이불도, 방도, 마음도

다 같이 말라 있었다.


물기 없는 하루.

가끔은 이런 날도 있다.







오후가 되었고,

나는 그대로였다.


움직이지 않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었다.


그냥,

살짝 공중에 떠 있는 상태.








이불은 마른 것 같았고,

감정은 없었고,

나는 가만히 있었다.


기억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는 하루지만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이다.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







감정이 없는 날도 흐른다. 그리고 흐르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감정을 말리는 밤 1부(10화)가 끝났습니다.

글과 그림을 재정비 해서 2부로 다시 찾아뵐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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