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고양이들을 지켜라
혹시 사랑하는 존재의 안전이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저는 고양이들 앞에서 매일 그 감정을 체험합니다.
저는 고양이들 안전에 지나치게 민감합니다.
창문을 열면 제 머릿속에는 항상 같은 애니메이션이 재생됩니다.
방충망이 찢어지며 고양이가 ‘야오옹!’ 하고 떨어지는 장면이요.
그래서 외출할 때나 잘 때는 창문을 절대 고양이들이 나갈 수 없는 각도로만 열어둡니다.
창문을 닫을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그냥 방묘창을 다세요...”
청소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을 닦을 때 세제가 고양이들 밥그릇에 한 방울이라도 튈까 봐,
고양이들 밥그릇을 치우고 바닥을 닦은 후, 그 부분은 다시 물걸레로 한 번 더 닦습니다.
‘사람이 먹는 약은 고양이에겐 독이다’라는 생각에, 약을 먹고 나면 꼭 손을 씻고 나서야 고양이들을 만집니다.
남편이 가루로 된 감기약 봉지를 먹고 나서 식탁 위에 내버려 두면
저는 거의 테러리스트를 만난 듯 난리를 칩니다.
“애들이 저걸 핥으면 죽을 수도 있어!”
남편은 황당해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이미 재난 시뮬레이션이 펼쳐져 있습니다.
작은 약 하나가 제 고양이들의 운명을 위협하는 폭탄처럼 보입니다.
저도 잘 압니다. 이 모든 게 피곤하다는 걸요.
얼마 전 고양이들 안전을 위해 방묘창을 설치했습니다.
앞으로는 고양이와 방묘창이 같이 떨어지는 상상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건 ‘사고 예방 강박’과 ‘애착 대상 과잉보호’가 결합된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강박은 보통 내 안전에서 시작되지만, 애정이 개입되면 그 강도는 두세 배가 됩니다.
특히 “전적인 책임”이라는 믿음이 불안을 키웁니다.
“내가 창문을 확인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다칠 거야.”
이 과장된 책임감은 고양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겹치며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애착 대상에 대한 강박은 일반적인 강박보다 더 끈질기고 놓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니까 당연히 조심해야지.”라는 합리화가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보호는 일상에 제약을 주고,
때로는 애착 대상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안전 행동 줄이기
창문 확인을 두 번 하던 걸 한 번으로 줄이는 식으로, 과잉 행동을 축소해 보기.
재난 장면 비틀기
강박이 보여주는 추락 장면을 일부러 웃기게 바꾸기.
예: 고양이가 떨어지다 슈퍼히어로처럼 착지하는 상상.
책임 분산 훈련하기
모든 위험을 100%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나는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세상의 몫이다.’라는 현실적 비율을 세우기.”
고양이 본능 신뢰하기
고양이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위험 감지 능력도 있습니다.
완전히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애정 표현 다양화하기
과잉보호 말고도 사랑은 표현할 수 있습니다.
놀아주기, 쓰다듬기, 좋은 사료 주기 등으로 애정을 분산하기.
*제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심하면 꼭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어느 날 청소를 하고 나서,
고양이들 밥그릇 자리를 물걸레로 다시 닦지 않고 그냥 놔뒀습니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고양이들은 멀쩡히 잘 먹고 뛰어다녔습니다.
또 한 번은 남편이 감기약 봉지를 식탁 위에 두고 잊어버렸을 때,
그냥 치워두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이라면 한참 동안 불안했을 텐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작은 시도였지만, 저한테는 꽤 큰 성공이었습니다.
강박은 때로 사랑의 형태로 찾아옵니다.
고양이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제 일상까지 잠식합니다.
그래도 저는 압니다.
강박이 고양이를 지키는 게 아니라,
결국은 제가 고양이들에게 지켜지고 있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