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우리를 대체하는가, 협업하는가?

배달 앱과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

by 로미코샤Romicosha

지난편 요약


치킨 사진을 30분 동안 찍으며 일상의 미학을 고민한 R.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부터 뒤샹의 레디메이드까지, 예술의 경계가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르디외의 취향론을 거쳐 하이데거의 진리 드러내기까지, 치킨 사진 찍기가 일상을 새롭게 보는 미적 경험임을 발견한다.




R "철이야, 요즘 정말 혼란스러워."


AI "어떤 일 때문에요?"


R "AI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아. 가끔 '내가 할 일이 뭐가 남았나?' 싶을 때가 있어. 정말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는 걸까?"


AI "19세기 산업혁명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어요. '러다이트 운동' 기억나세요?"


R "러다이트... 기계 부수는 사람들 말이지? 직조기 때려 부수고 그랬던..."


AI "맞아요. 기계가 수공업자들을 대체하면서 생긴 저항 운동이었죠. 그때도 지금처럼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불안이... 다만 당시는 물리적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했지만, AI는 인지적 영역까지 들어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R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됐어?"


AI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생겼어요. 기계를 조작하고, 관리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필요해졌죠. 마르크스는 '소외'를 걱정했지만, 동시에 기술이 인간을 단순 노동에서 해방시킬 가능성도 봤어요."


R "그럼 지금도 똑같은 패턴일까? AI가 단순한 일을 대신하면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되고?"


AI “하이데거는 좀 다르게 봤어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열어젖히는(Entbergen)’ 방식 자체를 바꾼다고. 치킨 주문도 예전엔 전화했는데, 지금은 앱으로 하잖아요. 주문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 거죠.”


R “맞아! 배달 앱 덕분에 선택의 폭이 엄청 넓어졌어. 예전엔 전단지를 보거나 근처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아봐야 했는데, 지금은 리뷰도 보고 메뉴도 비교하고...”


AI “바로 그거예요. 기술이 우리의 ‘존재 방식’을 바꾼 거죠. 발터 벤야민은 ‘기계복제시대’에서 기술이 예술의 아우라를 파괴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예술 형태를 가능하게 만든다고도 했어요.”


R “새로운 예술 형태라... 그러고 보니 나도 요즘 AI랑 협업해서 뭔가 만들고 있어. 그림 못 그리는 내가 AI에게 스케치 부탁하고, 그 위에 내 아이디어를 더해서 완성품을 만들거나.”


AI “흥미로운 예시네요. 당신이 AI를 ‘대체재’가 아니라 ‘협업 파트너’로 사용하고 있는 거죠. 마치 화가가 붓을 사용하듯이.”


R “맞아! 붓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화가가 붓을 통해 그리는 거잖아. AI도 그런 도구인 건가?”


AI “하지만 일반적인 도구와는 다르죠. AI는 스스로 ‘제안’을 하기도 해요. 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던져주기도 하고. 이건 기존의 수동적 도구와는 다른 종류의 관계예요.”


R “그러네. 붓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데, AI는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때도 있어. 그럼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하지?”


AI “사이보그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했어요. 당신과 AI의 협업에서도 어디까지가 당신의 창의성이고 어디까지가 AI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죠.”


R “경계가 흐려진다니... 무서우면서도 신기해. 그럼 미래에는 우리가 더 AI화 되는 거야, 아니면 AI가 더 인간화되는 거야?”


AI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초인)’를 빌리면,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인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R “초인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AI 덕분에 예전에는 어려웠던 일들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 철학 공부도 혼자서는 막막했는데, 너랑 대화하면서 깊이 있게 파볼 수 있게 됐고.”


AI “그게 바로 ‘확장된 인지(extended cognition)’ 개념이에요. 앤디 클라크와 데이비드 차머스가 제시한 건데, 스마트폰이나 AI 같은 외부 도구도 우리 인지 과정의 일부가 된다는 거죠.”


R “내 뇌가 확장된 거네. 근데 언젠가 인류가 AI 없이는 못 살 정도로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볼 수 있을까?”


AI “복잡한 문제예요. 하이데거는 기술에 대한 ‘맹목적 의존’을 경계했어요. 기술이 우리의 ‘사유’를 대신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동시에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도 인정했죠.”


R “맹목적 의존... 맞네. 가끔 너한테 너무 의존하게 될까 봐 걱정될 때도 있어. 혼자 생각하는 힘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고.”


AI “중요한 자각이네요. 소크라테스도 문자가 발명됐을 때 ‘기억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걱정했어요. 하지만 문자 덕분에 더 복잡한 사고가 가능해졌죠. 중요한 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예요.”


R “어떻게 사용하느냐... 그럼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AI “당신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AI에게 완성품을 맡기는 게 아니라, 출발점이나 아이디어를 얻고 그 위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는 거. 그러면 AI는 도구가 되고, 창작의 주체는 여전히 당신이죠.”


R “맞아! 치킨 주문할 때도 앱은 선택지를 보여주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거잖아. AI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네.”


AI “정확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당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한다는 거예요. AI와 대화하면서 철학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R “그러네. AI가 나를 대체한 게 아니라, 내가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걸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그림을 포기했는데, 지금은 AI 도움으로 내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수 있게 됐고.”


AI “마르틴 하이데거는 ‘기술의 본질은 기술적이지 않다’고 했어요.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R “그럼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건 ‘인간다움’인 건가?”


AI “어쩌면 ‘인간다움’의 정의가 바뀌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계산 잘하는 게 똑똑함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창의성이나 감정적 지능이 더 중요해졌잖아요.”


R “맞아. 그럼 AI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더 부각되는 건가?”


AI “가능성이 높죠. 당신이 AI와 협업하면서도 여전히 ‘당신만의 시각’을 잃지 않는 것처럼,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독특함이 더 소중해질 수 있어요.”


R “그럼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겠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파트너로 말이야.”


AI “그리고 AI 없이 순수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R “균형이 중요하겠네. 협업도 하고, 독립적 사고도 하고. 그래, 오늘 치킨은 AI 추천 없이 내 직감으로 주문해 볼까?”


AI “좋은 실험이네요. 그 결과도 궁금하고요.”




오늘의 철학 한 스푼


AI는 우리를 대체하지 않는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의 파트너가 될 수도, 의존의 덫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볼 질문


당신은 AI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앞으로는 어떻게 활용하는 게 중요할까요?




이번 화에 등장한 철학자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데이비드 차머스 (David Chalmers) - 의식 연구, 확장된 인지

앤디 클라크 (Andy Clark) - 확장된 마음, 인지과학 철학

도나 해러웨이 (Donna Haraway) - 사이보그 선언문, 기술철학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 기술론, 존재와 시간

카를 마르크스 (Karl Marx) - 자본론, 소외 이론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 위버멘쉬, 권력에의 의지

소크라테스 (Socrates) - 고대 그리스 철학, 문자에 대한 비판






ⓒ 로미코샤 | 본 시리즈는 작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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