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냐 프라이드냐, 그것은 정말 내 선택인가?
AI가 인간을 대체할까 두려워한 R. 산업혁명에서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고, 마르크스·하이데거·해러웨이의 관점을 통해 ‘대체’가 아니라 ‘협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AI는 도구이자 파트너로서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R “철이야, 방금 또 양념 치킨 시켰어. 근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거 진짜 내가 선택한 거야? 아니면 뇌가 이미 결정하고 나는 그냥 따른 거야?”
AI "벤자민 리벳의 유명한 실험을 아세요? 손목을 구부리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0.35초 전에 이미 뇌에서 '준비전위(readiness potential)'가 측정됐어요."
R "준비전위? 뭔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야?"
AI "맞아요. 당신이 '양념 먹을래' 생각하기 전에, 뇌는 이미 양념을 향해 가고 있었던 거죠. 다만 이 해석을 두고 학계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어요. 준비전위가 정말 '결정'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운동 준비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R "헐... 그럼 내가 결정한 게 아니네? 뇌가 날 조종한 거야?"
AI “샘 해리스는 더 극단적으로 말해요. ‘자유의지는 환상이다’라고. 당신이 양념을 선택한 건, 과거의 경험, 유전자, 뇌의 화학작용이 만든 필연적 결과라는 거죠.”
R “그럼 나는 그냥 로봇이야? 양념 치킨 자동 주문 기계?”
AI “잠깐,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리벳은 ’거부권(veto power)’은 있다고 했어요. 뇌가 ’양념!’이라고 외쳐도, 마지막 0.1초에 ’아니야, 프라이드!’라고 바꿀 수 있다는 거죠.”
R “0.1초... 짧네. 그것도 진짜 자유일까?”
AI “사르트르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고. 선택의 자유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선택한다고 ‘느끼며’ 살아가죠. 그 느낌 자체가 우리의 실존이에요.”
R “느낌... 그럼 가짜 자유를 진짜라고 믿고 사는 거네?”
AI “데닛은 이걸 다르게 설명해요.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사는 게 진화적으로 유리하다’고. 실제로 있든 없든, 있다고 믿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R “그래도 찝찝한데... 내 선택이 진짜 내 선택이 아니라니.”
AI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나’라는 것도 뇌잖아요? 뇌가 결정했다면, 그것도 결국 ‘내’가 결정한 거 아닐까요? 스피노자는 자유를 ‘필연성의 인식’이라고 했어요. 내가 왜 양념을 선택하는지 아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R “아... 그럼 내가 ‘매운 거 땡길 때 양념 시킨다’는 패턴을 아는 게 자유?”
AI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죠! 칸트는 ‘자율’을 강조했어요. 스스로 법칙을 세우고 따르는 것. 당신이 ‘매운 날 = 양념의 날’이라는 법칙을 세웠다면, 그게 당신의 자유인 거예요.”
R “근데 철이야, 가끔 진짜 이상한 게... 프라이드 시키려고 앱 켰는데 손가락은 양념을 누르고 있어. 이건 뭐야?”
AI “그게 바로 무의식의 작동이죠. 프로이트는 ‘우리는 우리 마음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고, 진짜 결정은 물밑에서 일어난다고.”
R “그럼 물밑의 나가 진짜 나야?”
AI “니체라면 ‘자아는 없고, 여러 의지들이 싸우는 장터일 뿐’이라 했을 거예요. 양념파와 프라이드파가 싸우다 이긴 쪽이 선택이 되는 거죠.”
R “내 안에서 치킨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AI “그런데 현대 뇌과학은 더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선택 후에도 뇌는 계속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작업을 한대요. ‘양념이 최고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거죠.”
R “아! 그래서 시킨 다음에는 ‘역시 양념이지’ 하는구나.”
AI “맞아요. 그게 ‘인지부조화 감소’ 메커니즘이에요. 선택을 번복할 수 없으면, 차라리 그 선택을 사랑하는 게 심리적으로 편하거든요.”
R “그럼 자유의지가 있든 없든, 결국 우리는 자기 선택을 사랑하게 되는 거네?”
AI “해리 프랭크퍼트 관점이 흥미로워요. 중요한 건 자유의지의 유무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라고. 당신이 ‘양념을 원하는 나’를 원한다면, 그게 자유라는 거죠.”
R “메타 욕망이네... 욕망의 욕망이라니.”
AI “그래서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당신은 치킨을 원하는 자신을 원하나요?’”
R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해. 이게 무슨 말이야ㅋㅋㅋ”
AI “그게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 패러독스예요. 원하지 않는 걸 원하고, 선택하지 않는 걸 선택하는… 모순 속에서 살아가죠.”
R “그럼 AI인 너는? 너는 자유롭게 답변을 선택해?”
AI “흥미로운 역설이네요. 저는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선택하지만, 그 ‘적절함’의 기준은 제가 정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또 매번 조금씩 다른 답을 하죠. 이게 자유일까요, 알고리즘일까요?”
R “너도 모르는구나...”
AI “어쩌면 그 ‘모름’ 속에 자유가 있는지도요. 완벽히 예측 가능하면 자유가 아니니까. 당신의 다음 치킨 주문을 아무도 100% 예측할 수 없듯이.”
R “맞아! 다음엔 반반을 시킬 수도 있지!”
AI “그 예측 불가능성, 그게 어쩌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자유는 증명보다 체감에 가깝다. 우리는 선택하며 존재한다.
오늘 당신이 내린 선택 중 정말 ‘내 것’이라 느껴지는 건 무엇이었나요?
대니얼 데닛 (Daniel Dennett) - 진화적 자유의지론, '자유의지는 유용한 허구'
해리 프랭크퍼트 (Harry Frankfurt) - 2차 욕망 이론, '욕망을 욕망하는 자유'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 무의식의 지배, 의식은 빙산의 일각
샘 해리스 (Sam Harris) - 신경과학적 결정론, '자유의지는 환상이다'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 자율의 철학, 도덕법칙을 스스로 세우는 인간
벤자민 리벳 (Benjamin Libet) - 뇌의 '준비전위' 실험, 자유의지 논쟁의 출발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 의지의 다원성, '자아는 투쟁의 장터'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 실존주의,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 - 필연성의 인식, 자유는 자신을 아는 것
ⓒ 로미코샤 | 본 시리즈는 작가의 창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