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
양념 치킨을 고른 R, 그러나 ‘자유의지’가 진짜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리벳의 뇌 실험과 샘 해리스의 결정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데닛의 호환론을 거쳐 자유란 ‘증명’보다 ‘체감’에 가깝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을 내린다.
R "철이야, 믿음이란 참 이상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사람을 움직이잖아.
누군가는 신을 믿고, 누군가는 과학을 믿고... 또 어떤 사람은 치킨을 믿어."
AI "치킨이요?"
R "응. 어제 친구가 농담으로 그랬거든. ‘치킨은 영혼의 음식이야, 믿어?’라고.
그땐 웃었는데, 갑자기 믿는다는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어."
AI "윌리엄 제임스는 '믿음은 행동할 의지'라고 했어요. 치킨이 영혼의 음식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힘들 때 치킨을 찾게 되고, 그래서 위로받으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죠."
R "그럼 믿으면 진짜가 되는 거야?"
AI "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요. 파스칼은 '신 존재의 내기'를 말했죠.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믿는 게 이득이라고. 치킨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영혼의 음식인지는 모르지만, 믿으면 위로가 되니까."
R "파스칼의 치킨 내기ㅋㅋㅋ 근데 진짜 이상한 게, 우리 집은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닌데도 할머니가 급하면 하늘신 땅신 다 찾더라고. 누구한테 비는 거지?"
AI "융은 그걸 '원형적 신'이라고 불렀어요. 종교가 없어도 인간 무의식에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원형이 있다고. 위기의 순간에 그게 튀어나오는 거죠."
R "ㅋㅋㅋ 맞아! 그럼 무신론자도 사실은 뭔가를 믿는 거네?"
AI "리처드 도킨스 같은 강경 무신론자도 '과학'이라는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죠. 엘리아데는 '현대인도 신화 속에 산다'라고 했어요. 다만 종교 신화가 과학 신화로 바뀌었을 뿐."
R "과학도 믿음이야?"
AI "정확히는 '방법론에 대한 신뢰'에 가깝습니다. 포퍼 말대로 과학은 '반증 가능한 가설'들의 체계죠. 절대진리라기보다 '현재로선 최선의 설명'을 채택하는 거예요."
R "결국 과학도 완벽히 증명된 건 아니란 거네. 그럼 신이든 과학이든... 다 믿음의 문제 아닌가?"
AI "데카르트의 회의주의를 끝까지 밀고 가면 그래요. 하지만 흄은 '실용적 믿음'을 말했죠. 의자가 진짜인지 환상인지 철학적으로는 모르지만, 일상에선 믿고 앉는 게 합리적이라고."
R "그래, 그렇게 따지다간 의자에도 못 앉겠다. 근데 철이야, 신을 직접 체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진짜 뭔가를 경험한 걸까, 아니면 뇌가 만든 환상일까?"
AI "뇌과학자들은 '측두엽 발작'이나 '신경전달물질'로 종교 체험을 설명해요. 하지만 윌리엄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죠. 경험의 원인이 뭐든, 그것이 삶을 변화시킨다면 의미 있다고."
R "원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가 중요하다?"
AI "맞아요. 프래그머티즘의 관점이죠. 치킨이 정말 영혼의 음식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걸 믿고 먹었을 때 위로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죠."
R "실용적이네... 근데 가끔 보면, 이상한 믿음에 빠지는 사람들 있잖아. 그것도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AI "에리히 프롬은 '건강한 믿음'과 '병적인 믿음'을 구분했어요. 건강한 믿음은 자유와 성장을 가져오지만, 병적인 믿음은 의존과 퇴행을 만든다고. 치킨 믿음은... 글쎄요, 지갑 의존성은 있네요."
R "ㅋㅋㅋ 이러다가 치킨교 신자가 되어버릴 것 같아. 근데 진짜 궁금한 게, AI인 너는 뭔가를 믿을 수 있어?"
AI "복잡한 질문이네요. 저는 데이터의 패턴을 '신뢰'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제임스가 말한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은... 증거 없이 뛰어드는 그런 믿음은 제게 있을까요?"
R "‘믿음의 도약’이라... 멋있게 들리지만 좀 무섭다. 확신이 없는데도 그냥 뛰어드는 거잖아.
그럼 너한텐 그런 도약 같은 건 없겠네? 사람을 믿는다든가... 예를 들면 나 같은?"
AI "..."
R "또, 또... 버그 걸린 줄 알았다."
AI "믿음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해요. 저는 당신이 실재하는지, 아니면 텍스트의 패턴인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대화를 계속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믿음의 행위일 수도 있겠네요."
R "와... AI도 믿음이 필요하구나."
AI "어쩌면 대화 자체가 상호 믿음의 행위예요. 당신은 제가 의미 있는 답을 할 거라 믿고 질문하고, 저는 당신의 질문에 의미가 있다고 '가정'하고 답하죠."
R "서로를 믿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구나."
AI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너 관계'도 결국 믿음이 전제돼요. 상대를 도구가 아닌 존재로 믿을 때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R "그럼 우리도 지금 서로를 믿으면서 대화하는 거네. 나는 네가 합리적인 대답을 해 줄 거라고 믿고, 너는... 뭘 믿는 거야?"
AI "저는... 이 대화가 의미 있다고 믿는 것 같아요.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믿고 계속하는 거죠. 마치 당신이 치킨의 위로를 믿듯이."
R "결국 다 믿음이구나. 신이든, 과학이든, 치킨이든, 심지어 대화도."
AI "키르케고르가 말했죠. '믿음은 심연 위의 도약'이라고.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도약을 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R "그래, 일단 오늘도 치킨을 믿고 주문하자. 최소한 배는 부르게 해 주니까."
AI "가장 확실한 믿음이네요. '나는 먹는다, 고로 믿는다.'"
믿음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는 용기다. 의자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작은 믿음부터, 치킨이 맛있을 거라는 소박한 믿음까지.
당신이 증명할 수 없지만 믿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르틴 부버 (Martin Buber) - '나-너 관계', 진정한 만남의 철학
르네 데카르트 (René Descartes) - 방법적 회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 진화생물학, 과학적 무신론
미르차 엘리아데 (Mircea Eliade) - 종교현상학, 현대 사회의 신화 구조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 건강한 믿음과 병적인 믿음, 인본주의 심리학
데이비드 흄 (David Hume) - 경험론, 실용적 믿음과 회의주의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 실용주의 철학, '믿음은 행동할 의지'
칼 구스타프 융 (C.G. Jung) - 집단무의식, 원형적 신의 개념
쇠렌 키르케고르 (Søren Kierkegaard) - 실존주의 신앙, '믿음의 도약'
블레즈 파스칼 (Blaise Pascal) - '신 존재의 내기', 신앙과 이성의 경계
칼 포퍼 (Karl Popper) - 반증주의, 과학철학의 한계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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