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여행을 하며 쓴 에세이
히로시마에서 구라시키까지 2시간 30분이면 운하 양옆으로 산들산들 흐드러진 버드나무가 늘어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운하는 예전에는 쌀과 물자를 운반하는 곳이었고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다. 수로를 따라 나룻배들이 동동 떠있고 전통의상을 입은 뱃사공은 다정하게 손님을 맞이해 주신다.
나룻배에 타면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긴 장대가 물살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앞으로 간다.
운하 옆에는 에도시대 거리들과 하얀 벽, 검은 기와 그리고 전통창고(쿠라)들이 줄지어 있는 아름다운 거리를 볼 수 있다. 그 거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작은 스케치북에 그 모습을 그려내는 로맨틱한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가게, 일본의 정취가 묻어나는 카페가 많아 구경하며 산책하기 좋다.
길을 걸으며 만난 가게들 중에 마스킹테이프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스킹테이프 하나를 골라서 냉장고에 그림을 붙여두는 걸 좋아하는 나는 설렘을 갖고 가게에 들어섰다. 벽면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만들어진 마스킹 테이프들이 가득했다.
바구니를 들고 맘에 드는 테이프들을 담아 구매할 수 있다.
그중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mt 마스킹테이프 브랜드는 구라시키와 인연이 깊다.
mt 마스킹테이프는 일본대표브랜드로 본사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다. 전통적인 일본 화지종이를 사용하며 유명아티스트,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
도쿄디자이너 3명이 본사에 방문하여 공업용 마스킹테이프를 보고 디자인제품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전통 일본 화지재질로 만든 다양한 색상과 패턴의 마스킹테이프를 개발하여 2008년에 mt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구라시키의 미술관, 폐공장, 옛 건물을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mt전시회를 개최한다. 때마침 mt전시회가 열려 운 좋게 전시를 관람하였다.
동그란 테이프안에 작은 그림들과 이야기가 채워져 있었다.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천천히 걷다 보니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시원한 커피를 찾아 어느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하라 미술관 옆에 위치한 짙은 녹색의 아이비 덩굴로 뒤덮인 레트로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고 역시나 명소인 듯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렸다.
1959년부터 대대로 이어온 카페 엘 그레코라는 카페였다. 오하라 미술관 관장이 스페인 화가 엘그레코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취향에 맞고 마음을 움직이면 음악이던 그림이던 팬심이 생겨버린다.
카페 안에는 약간의 어두운 조명, 높은 천장이 분위기를 만들었고 나이가 지긋이 있으신 할아버지직원께서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가져다주셨다.
카페 앞 수로에서는 하얀 백조가 살랑살랑 수영을 하고 있었고 익숙한 듯 우리에게 가까이 와서는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뭉게구름이 떠다니던 하늘에는 연한 노란빛과 주황빛이 섞이며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백조와 오랜 시간이 깃든 운하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상상하게 만들었고
옛스러운 건물들 속에서 마주한 로맨틱한 장면들은 내 마음을 자꾸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