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마지막으로 보낸 여름, 오베르 쉬르 우아즈

프랑스 파리에서 여행을 하며 쓴 에세이

by Romilly


소란한 파리를 떠나 신청한 투어버스에 몸을 싣고 한 시간을 달리면, 고흐의 팔레트처럼 눈부신 햇살과 아기자기한 집들이 차분하게 모습을 보인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숨결을 머물렀던 작은 마을이다.


금방에는 반짝이는 윤슬로 가득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의 따사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발걸음이 닿는 동네 곳곳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고 돌담에 피어난 꽃들이 달콤한 향기를 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문 앞에부터 북적이던 가게에 들어섰다.

갓 구워져 나온 빵들과 햄 그리고 치즈가 있었고 잠봉뵈르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고소한 버터의 풍미를 잊을 수 없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반고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었던 오베르 여인숙 Auberge Ravoux이다. 지금은 작은 박물관과 카페로 운영되고 머물던 방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을 고흐가 바라봤던 색과 그의 붓으로 너무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그림 속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잔잔한 꽃이 그려져 있는 우편함과 파스텔컬러의 문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마을 언덕 위로 걸음을 옮기면, 그림 속에서 본 듯한 오베르 성당 Église d’Auvers 이 나타난다.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베르의 교회에 등장하는 건물이다. 앞에 반고흐의 밀밭과 까마귀를 재현한 안내물은 오베르 전체가 하나의 야외 미술관임을 알려준다.



성당 옆 골목길로 올라가면 황금빛 밀밭이 바람에 흔들린다. 드넓은 들판을 보면 호수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 고흐는 총을 꺼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들판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황망함, 공허함 그리고 편안함이 공존하며 느껴진다.



마지막 길 끝에는 작은 무덤이 있다. 반고흐와 테오 형제는 나란히 누워 있다. 조그맣게 핀 들꽃들이 두 사람을 감싸며 바람에 살랑거린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떠나는 길에 하늘은 유난히 푸르르고 들판은 여전히 일렁거렸다.


노랗게 물든 햇빛이

고흐의 그림 속에서 여전히 반짝이며

살아 숨 쉬고 있는 이곳

Auvers-sur-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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