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했던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프랑스 지베르니에서 여행을 하며 쓴 에세이

by Romilly


지베르니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오래된 그림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파리와는 다른 잔잔한 풍경과 정원 속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사랑스러운 시골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집에서 예쁘게 가꾼 화분에 핀 꽃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따사로운 빛들이 꽃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은 그림 속에서 보던 모네의 색으로 가득 차있었고 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남아있는 수많은 꽃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종종 양재꽃시장에 가서 제라늄 꽃을 산다.

빨간색, 핑크색, 흰색을 사서 쪼르르 화단에 놓아두는 걸 좋아한다. 여기에서도 제라늄 꽃을 만나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제라늄 꽃은 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바라보기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란방에 들어섰을 때, 따사로운 아침이 오듯 벽, 가구가 노랗게 물들어있었다.



연못에 향하는 길에, 보라색 등나무꽃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렸고 하늘 위로 고개를 올려 바라봤던 첫눈 같았다. 나는 코로 힘껏 꽃향기를 들어마시고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

향기가 너무나도 달달하다.



내가 그림책에서 수없이 바라보았던 모네의 수련 풍경이 있었다. 초록빛 수련잎이 물 위에 겹겹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에 꽃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바람이 불면 반짝이는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살아있는 이 모습들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모네는 이 작은 변화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매일의 순간 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기록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이다.



모네의 집을 구경하면 그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었다.



파리로 다시 향하는 길에 나는 생각에 빠졌다. 모네는 단지 수많은 그림만 남긴 것이 아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늘 곁에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색, 빛, 바람, 풍경, 순간의 떨림들을 그는 섬세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이 정원에 남아 있었다.


모네의 정원은 나에게 풍경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는 법이었다.



꽃잎 하나에도, 물결 하나에도,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빛 한 줄기에도 삶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다정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기록을 한다.


With love from Giver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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