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맞이한 첫 겨울

뉴욕에서 생활하며 쓴 에세이

by Romilly



남편의 연구가 새로운 방향을 찾으며, 직장은 뉴욕으로 향했다. 우리는 함께 이 도시로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나의 일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복잡했다. 오래 입던 옷을 벗어두고 오는 기분. 그러나 그 낯선 감정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건 기대였다. 그래서 생각보다 괜찮았고, 오히려 설렘을 갖게 되었다.



2025년 11월, 우리는 뉴욕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흘러간 두 달은 시간의 감각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에 쫓기다 보면 어느새 한 주가 끝났고, 그래서 우리에게 주말은 더없이 소중한 선물 같은 휴식이었다.


처음 뉴욕의 거리를 걸었을 때, 나는 이 도시의 웅장함에 잠시 말을 잃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빌딩과 그 사이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활기 그리고 긍정적인 말투와 생기 있는 표정들까지 모두가 이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마켓이 아기자기하게 열려있었다. 아이스링크에서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 그리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은 마치 영화 속 장면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뉴욕 공공도서관에 들러 내부를 구경하기도 하고 손을 녹이는 핫초코 한 잔을 들고 센트럴 파크를 천천히 걷기도 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오너먼트를 고르며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고 거리 한편에는 나무로 된 크리스마스트리를 파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한국에서는 조화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나무를 집으로 들여와 정성껏 꾸민다. 한쪽 팔로 트리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다가올 연말에 대한 기대를 그대로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집 창문 너머로는 반짝이는 전구와 촛대 그리고 각자의 취향이 담긴 트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즐거운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부츠를 신고 길을 걷는 사람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채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줄무늬 스타킹을 신고 초대받은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맞이하는 뉴욕의 겨울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낯선 도시였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안락함을 느꼈다. 앞으로 펼쳐질 이곳에서의 삶이 기대도 되며 뉴욕이라는 도시 속에서, 나만의 일상과 따뜻한 가정을 차분히 만들어 나가고 싶다.

Happy holiday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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