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생활하며 쓴 에세이
눈 내리던 날, 클로이스터스 미술관
주말 아침, 알람 없이 눈을 뜨고 느릿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향한 곳은 클로이스터스였다.
뉴욕 맨해튼, 포트 트라이언 파크 언덕 위에 자리한 이곳은 중세 유럽 예술을 담아낸 미술관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으로 운영되는 클로이스터스는 유럽 여러 지역에서 옮겨온 중세 수도원의 건축 요소들로 지어져,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처럼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함박눈이 내려 정원은 온통 하얗게 덮여 있었고 눈 위로 고요함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정원을 둘러싼 미술관 너머로는 중세의 작품들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고, 전시를 마친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쥔 채 눈 내리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면마저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벽을 채운 태피스트리에는 오랜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있었다.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것들 앞에서 시선은 자연스레 오래 머물렀다. 빛을 머금은 스테인드글라스는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대신, 천천히 다가와 깊이 남는 아름다움이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이 주는 고요함이었다.
걷는 발걸음마저 자연스레 느려지고, 생각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클로이스터스는 잠시 시간을 보내며 머물다 가기 좋은 것 같다.
봄이 오면 이 정원에는 꽃들이 가득 피어난다고 한다.
눈으로 덮인 풍경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꽃이 만개한 클로이스터스는 또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뉴욕이라는 도시 한가운데서 이토록 조용한 시간을 만 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뉴욕에 온다면, 꼭 한 번은 이곳을 천천히 걸어 보길 권하고 싶다.
빠르게 흘러가는 여행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아주 다정한 장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