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고음이 쉽게 날까?

by 로미솔


노래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떤 사람은

고음을 아무렇지 않게 낸다.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고

얼굴도 편안하다.
숨을 억지로 밀어 올리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옆에서 듣는 사람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하지?”


노래를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장면을 한 번쯤 경험한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마 저 사람은 재능이 있겠지.
나는 타고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합창을 지휘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를 듣다 보면
조금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고음이 쉬워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고음을 ‘올려야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래를 배우는 사람들은
대개 고음을 이렇게 이해한다.


위로 올라가는 소리.
그래서 더 밀어 올려야 하는 소리.


그래서 고음이 다가오면
몸은 아주 빠르게 반응한다.


어깨가 올라가고
턱이 굳고
숨이 얕아진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은 소리가 지나갈 공간을
스스로 닫아버린다.


그래서 고음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고음이 쉽게 나는 사람들은
이 반응이 거의 없다.


그들은
소리를 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고음을 내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지도 않는다.


대신
소리가 지나갈 길을
그냥 열어 둔다.


그래서 고음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소리가 된다.




오늘도
14개월 아기를 키우며
집 안이 한동안 꽤 소란스러웠다.


요즘 부쩍 소리를 지르는 시기라
갑자기 터져 나오는 소리로
집 안이 가득 찬다.


그 소리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소리는
왜 저토록 막힘없이 터져 나올까.


우리 아기는 태어나서
6개월 동안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


그런데 소리를 지를 때 보면
수술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아기보다
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과 공명이 터져 나온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아마 아기는
소리를 억지로 내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힘을 조절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소리가 지나갈 뿐이다.



합창을 지휘하다 보면
흥미로운 순간을 자주 만난다.


평소에는 고음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편안하게 고음을 내는 순간이다.


연습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성대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단지
몸이 조금 덜 긴장했을 뿐이다.


그 순간
소리는 생각보다 쉽게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고음을 가르칠 때
이 말을 자주 한다.


“고음을 내려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소리가 지나갈 길을 열어 주세요.”






노래를 오래 하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고음은 힘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은
생각보다
우리 몸 안에 이미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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