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전공자가 듣는 좋은 소리

by 로미솔


좋은 소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허용'하는 것이다.


노래를 오래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좋은 소리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처음에는
이 질문이 조금 낯설었다.

좋은 소리는
그저 들으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노래를 배우는 이들에게 좋은 소리란
생각보다 모호하고
멀리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어떤 이는 강한 성량을,
어떤 이는 시원한 고음을,
또 어떤 이는 넘치는 감정을
좋은 소리라 믿는다.

하지만 성악을 전공하고
합창을 지휘하며
수만 번의 호흡을 곁에서 지휘해 본 결과,
좋은 소리의 기준은
의외로 단순했다.

좋은 소리는
무엇보다

편안하다.

크고 웅장하게 터져 나오더라도
결코 듣는 이의 귀를 찌르지 않는다.

억지로 밀어내거나
좁은 통로에 갇힌 느낌이 없다.

소리가 귀에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감싸 안기에
듣는 사람의 몸이 먼저 반응한다.

긴장이 풀리고
숨이 고르게 가라앉는다.





흔히들
합창의 소리와 독창의 소리는 다르다고 말한다.


남과 어우러져야 하는 소리와
홀로 빛나야 하는 소리의 결이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결국
힘을 빼는 것에 있다.


합창 지휘를 하다 보면
마법 같은 순간이 온다.


늘 애쓰며 노래하던 대원이
어느 순간 욕심을 버리고
힘을 툭 빼는 찰나다.


그때 나는
주저 없이 말한다.


“지금 그 소리입니다.
그 감각을 꼭 기억하세요.”


그 소리는
결코 더 크게 내려고 애쓴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나를 드러내려는 긴장을 덜어냈을 때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소리다.


그래서 좋은 소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렬하는 것'에 가깝다.


숨이 지나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고
턱과 목의 긴장을 내려놓을 때
소리는 비로소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간다.






노래를 잘하려 애쓰는 순간
몸은 경직되고
소리의 길은 좁아진다.

하지만
몸이 자유로워지는 순간
소리는 생각보다 쉽게
자기 자리를 찾아
멀리 나아간다.

결국 좋은 소리는
특별한 재능의 산물이라기보다

내 몸과 소리가
서로 싸우지 않을 때
비로소 허락되는
선물인 셈이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좋은 소리는
힘이 센 소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소리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오늘도 무언가를
잘 해내려 애쓰느라
몸이 단단해져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소리가 흘러갈 길을
내어 주세요.

당신의 가장 좋은 소리는

이미
당신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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