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고급스럽게 들리는 이유

by 로미솔




노래를 듣다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노래는 힘을 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유난히 세련되게 들립니다.

반대로 음정도 정확하고 소리도 큰데,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투박하게 들리는 노래도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요?

많은 분이 그 이유를 타고난 음색이나 재능에서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23년째 소리를 연구하고 합창을 지휘하며 수많은 대원의 소리를 다듬어보니 다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노래의 품격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소리가 흐르는 방식'에서 결정됩니다.





​노래가 거칠게 들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소리가 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만 빽빽하게 밀어내거나,

위로만 억지로 밀어 올리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힘으로 붙잡고 있는 소리는

잠깐은 시원하게 들릴지 몰라도,

오래 듣기에는 피곤합니다.

울림의 깊이가 얕고 결이 거칠기 때문이죠.


반면 고급스러운 소리는

어느 한 곳에 걸리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가면서도 안쪽 공간에서 울리고,

위로 열리면서도 몸 전체가 단단히 지탱해 줍니다.





​'잘 설계된 구조 안에서

소리가 자유롭게 흐르는 것'입니다.


'매끄럽게 잘 닦인 고속도로'를

떠올려보면 쉽습니다.


​길이 울퉁불퉁하거나

갑자기 좁아지면 차는 덜컹거리고

속도를 내기 힘듭니다.


노래할 때 목이 조이거나

어깨가 올라가는 것은

고속도로 중간에

'공사 중' 표지판이 서 있거나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구조'를 정렬하는 이유는

소리를 가두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소리가 가장 소리답게,

방해받지 않고 멀리 나갈 수 있도록

최고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입니다.


길이 곧고 바르게 뻗어 있다면,

운전자가 핸들을 꽉 붙잡고 긴장하지 않아도

차는 기분 좋게 질주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창 연습을 할 때

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각자 열심히 부르지만

소리가 서로 부딪히고 겉돌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리를 크게 내려하지 마세요.

대신 소리의 결을 하나로 모아봅시다.”


​“입 안의 공간을 생각하세요.”


​신기하게도 소리를 밀어내는 대신

같은 방향으로 흐르게 유도하면,

합창의 울림은 금세 부드러워집니다.


음악이 비로소 품격을 갖추게 되는 순간입니다.





노래가 고급스럽게 들리는 비밀은

특별한 기술에 있지 않습니다.

소리가 지나가는 길이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열려 있을 때,

듣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칠 때

"더 힘을 쓰라"는 말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소리가 어딘가에 걸리고 있나요?

그 걸림돌을 치워봅시다.”


​좋은 노래는

소리를 얼마나 크게 내고,

힘을 주느냐가 아니라,

소리가 지나가는 구조가

얼마나 잘 정렬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품격 있는 소리란,

잘 설계된 구조라는 고속도로 위를

자유롭게 흐르는 소리입니다.






노래가 재능의 영역이라 포기하셨던 분들에게,



제 매거진 〈노래의 구조〉를 통해 여러분의 목소리라는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경험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소리가 지나가는 '구조'만 이해해도 인생의 울림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흐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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