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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i Nov 03. 2024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

수행기-1


명상은 나하고는 잘 안 맞아서 위빳사나 코스에 들어가기 전 진지하게는 수행하지 않았다. 가만히 오래 앉아있는 게 싫었다. 목과 허리 디스크로 의사는 하나에 오래 집중하더라도 중간중간 움직이며 몸을 풀어주라고 권고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하고는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지루했기에 새벽 요가원에 일찍 먼저 도착해서 짤막하게 숨을 들여다보는 게 전부였지만 그 모습을 매주 본 금요일 아쉬탕가 요가선생님이 명상관련해서 이야기를 꺼냈고 담소를 나누면서 위빳사나 명상, 담마코리아를 추천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명상책들은 종종 읽어 수행법 중 ‘위빳사나’ 라는 명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명상에 관심이 있어 예전에 찾아간 명상원이 사이비라는 걸 알고 이미 지불한 금액을 환불받는 과정이 험난했었고 그 이후론 명상에 정이 뚝 떨어져 개인적으로 앉아 고요히 숨을 잠시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기에 담마코리아를 찾아 들어간 것일 것이다.


10일 코스는 무작위 추첨이며, 이미 당첨된 사람이 포기하게 되면 대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난 두 번 떨어졌었고, 세 번째도 떨어져 대기자였다가 기회가 주어졌고 포착했다. 10일 코스가 시작되기 전, 도서관에서 위빳사나 관련 서적 3권을 대여해 읽으며, 미리 수박 겉핥기식으로 간접적으로 글로 익혔고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기대에 부푼 마음과 함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후기들을 글로 읽고 영상으로도 보는데 뭔가 이게 더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수행하다 중간에 나온 이탈자들의 영상은 ‘나도 10일을 못 지내고 나오면 어쩌지?’,‘너무 힘들 것 같은데?’, 호기로운 자신감은 점점 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입소 전 마지막 아쉬탕가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 무섭다며 투정을 부렸는데 선생님은 차분하게 그런 거에 휘둘리지 말라며 거기서의 경험은 각자마다 다르다고 힘들면 나가도 되니 중도이탈해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라며 다독여주셨다.


떠나는 당일 아침, 나에게 문제 하나가 터졌고, 난 이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하려면 10일 코스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지만 고민 끝에 이 문제는 돌아와서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문제를 고이 접어둔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전북 진안군으로 향했다.


0 day 출발 당일, 이 날이 복잡 미묘하게 마음이 요동을 쳐 제일 많이 운 날이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무거워 차에서 엉엉 울어대면서 4시간 가까이 머나먼 위빳사나 명상센터에 도착하였다.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캐리어와 짐을 이고 입소 신청서를 작성하고 도착 신고를 함과 동시에 핸드폰과 차키를 순수히 반납했다.


-있는 동안 스마트폰 사용 금지 (퇴소 날 아침 다시 받는다.)

-읽기 금지 (독서 금지)

-쓰기 금지 (필기구 반입 금지)

-묵언 (거룩한 침묵, 10 day 오전에 해제된다)

-운동금지 (가벼운 산책만 허용)

-채식 아침, 점심 (저녁은 신수련생들에게만 5시에 가벼운 다과제공)


지켜야 할 것이 일상에서 늘 하는 행위인, 없어서는 안 될 그런 것들이어서 생소하면서 호기롭게 까짓것 못할 건 뭔데라며 자신감에 불타 있었다.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끌르며 다시 한번 또 울었다. 뭐가 그리 힘들고 뭐가 그리 마음이 어지럽길래 마음도 다잡지 못하고 그러했는지 한없이 여리디 여린 상처 많은 아이처럼 난 1.5평 정도 되는 방에 누워 울기만 했다.


그것도 잠시 시간은 시간표대로 흘러갔다. 모두 식당에 모여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저녁식사가 주어졌고 자기 전 명상홀에 배정된 자기 지정석에서 한 시간 맛보기 명상을 한 후, 취침을 위해 각자의 방으로 해산되었다.


1 day 새벽 4:00 종이 울린다.

4:30부터 명상은 시작된다. 비몽사몽, 주섬주섬 명상할 준비를 하고 명상홀로 향했다. 10월 새벽 날씨는 온몸과 정신을 차가운 바람이 더불어 확 깨워준다.


첫날은 어리바리 난 누구? 여긴 어디? 하면서 신기하기만 했다. 지정된 나의 자리와 방석에 앉아 고엔카 선생님의 챈팅을 들으며 수행하라는 데로 순수하게 이행한다. 3.5일 동안은 위빳사나 명상은 배우지 못한다. 그전에 아나빠나-자기 숨을 들여다본다. 들어오고 나가는 내 숨을 바라보고 알아차린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는지, 왼쪽으로 들어가는지, 아님 양쪽으로 들어가는지 순간순간을 기민하게 알아차림에 집중한다. 코를 중심으로 삼각존에서 난 내 숨을 들여다본다. 쉬워 보였다. 이게 뭐 어려운 거야? 라며 내 숨을 들여다보는데 안된다. 어려운 것이었다. 숨을 오랫동안 관찰할 수가 없었다. 좀이 쑤신다. 온몸이 아프다. 다리는 말할 것도 없다. 가부좌에서 시작해서 엄마다리를 했다가 다리 하나만 올렸다가 바꿔 올렸다가 나중엔 방석 바깥으로 다 튀어나가 이건 가부좌도 아니요, 다리를 핀 것도 아닌 아주 칠렐레 팔렐레 헬렐레 널브러져 버린 다리를 멍하니 쳐다본다. 아 미치겠다. 몸은 이러고, 숨도 못 지켜본다. 생각이 중구난방 막 펼쳐진다. 점심은 뭐가 나올까? 너무 힘들다, 열흘 버틸 수 있을까? 헉 나 뭐 하는 거야, 숨 하나 지켜보지도 못하고 또 삼천포로 빠지다니.. 아니 숨 지켜보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이야? 어처구니없어하면서 동시에 생각은 널을 뛴다. 나 성인 adhd인가 봐, 왜 이리 부산스럽지, 몸도 머리도 아주 난리구만, 정신산만, 진짜 병원에 가봐야 하나? 아주 쉼 없이 눈을 감고 가만히 있지만 미치광이처럼 날뛰고 있었다.


2 day 생각은 좀 잡혔다. 통제가 가능했다. 숨을 알아차리다가 삼천포로 빠질 때마다 알아차리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그 간격은 짧아지고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숨만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점차 길어졌다. 그와 동시에 순간순간 초집중하게 되는 시간들도 짧게 짧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 day때는 숨이 코 점막을 때리듯이 들어와 날카롭게 느껴지는 통증으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불쾌의 감각을 느꼈고, 2 day때는 들숨이 각기 다른 콧구멍으로 들어와 안에서 부드럽게 섞여 다시 나가는 날숨으로 계속되길 바라는 유쾌의 감각을 느꼈다. 초반에 불쾌와 유쾌의 감각이 어떻게 혐오와 갈망이 되는지 명확하게 나에게 알려주었다.

3 day 점점 더 몸이 예리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극들을 차단하니 더 많은 걸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음식들은 참 정갈하고 맛있었다. 6:30 아침을 먹고 11시에 점심이 제공된다. 여기선 모든 섭취를 12시 전에 마감해야 하지만 신수련생들에겐 5시에 간단한 차와 과일 한 조각, 강냉이와 쌀튀밥이 제공된다. 처음엔 원래 먹는 양대로 먹었지만 명상을 하기엔 부하고 법문에서도 많이 먹으면 명상에 지장이 있다고 했다. 난 점점 음식량을 줄여 4일 차에는 5시에 간단한 다과도 안 먹었으며 아침은 기존양보단 30%만 먹었고 점심은 기존보다 절반만 먹었다. 몸은 점점 예리해져 가서 발사믹소스가 많이 따갑게 느껴져 먹질 못했다. 빵에 잼도 원래 양으론 단맛이 강해서 줄였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위장에 많이 부대껴 막판엔 안 먹었다. 밥과 반찬은 클린 하게 잘 나왔고 채식의 식사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위빳사나 명상은 4 day부터 시작된다. 그전엔 주야장천 아나빠나-숨만 관찰한다. 위파사나를 수행하기 전 이 사마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치 무술을 배우러 온 사람에게 초반에 잡일부터 시키는 것처럼 주야장천 앉아서 더욱더 예리하고 기민하게 숨만 바라보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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