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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밍 Sep 04. 2018

Beddit. 헬싱키대학에서 애플까지

대학내 창업부터 애플에 인수되기까지. 핀란드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 1.

Beddit 3는 애플의 수면 모니터 디바이스, 그리고 앱 서비스이다. 침대 시트 아래에 까는 패드를 통해 수면 중의 움직임, 심장박동, 호흡, 잠꼬대, 수면 환경까지 인식해서 수면의 질을 파악하고 최적의 수면을 위한 생활패턴을 제시해준다.

애플스토어에서 150$에 판매 중인 Beddit 3


죠 패드를 침대 시트 밑에 살포시 깔고 자면 수면 패턴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내 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분석해 최적의 수면을 위한 제안을 해준다.


이 Beddit은 지금은 애플 소속이지만(2017년 5월 인수) 핀란드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2007년, 헬싱키대학 박사과정 학생 4명이서 박사 논문 주제였던 심호흡 측정을 활용한 기술을 적용시켜 처음 창업했다고 한다. ballistocardiography(BCG)?라는 기술이라고 하는데 음... 한 단어 맞냐고..@.@


그런데 이 원천기술로 완전무장한 기업도 처음부터 잘 나가는 건 아니었나 보다.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인데 무려 2013년까지 7년간이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창업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핀란드 기술혁신청(Tekes, 현재는 Business Finland로 통합)으로부터 6년간 142만 유로(18억 원가량)나 지원을 받으면서 R&D에 매진했다. 음 뚜렷한 성과 없이 기술개발만 6년? 우리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일 텐데... 이럴 때 핀란드와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에서 차이를 많이 느낀다. 이것도 다음에 한번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어쨌든 이 Beddit은 정부 혈세만 축내는 천덕꾸러기 스타트업에서 2013년 디자인 기업 Nordkapp과의 협업 끝에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 해 크라우드펀딩 IndieGoGo에서 5십만 달러 프리오더 펀딩을 받고,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에 VC Inventure로부터 8백만 달러의 시드 펀딩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날개 돋친 듯 쭉쭉 나가기 시작하더니 2015년에는 헬싱키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선발되기도 하고, 애플스토어에 입점된다. 이후 핀란드 기업 시상식 Grand One에서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2017년 5월에 애플에 매각되어 본사를 실리콘밸리로 옮기게 된다.

크라우드펀딩 Indiegogo에서 프리오더를 무려 5십만 달러(5억원)나 받은.!!

지금도 애플이 베딧을 왜 샀는지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제품이 돈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일 테지만, 데이터가 생명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 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로 뭘 할지가 궁금한 것이다.


사실 나는 정부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6년씩이나 꾸준히 정부자금을 지원받은 게 더 궁금하긴 하다. 그치만 일단 애플에 팔리다니... 넘 멋쥐쟈나*.* 하고 찾아보다가 베딧이 핵심가치 창출(CVC; Core Value Creation)에 집중한 바람직한 스타트업 모델인 것 같아 정리해본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Beddit과 Nordkapp 모두 면담요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만나줄까......... 흐핳 암튼 일단 여러 언론과, Nordkapp의 컨설팅 사례 등등 서칭 끝에 베딧의 성공요인을 정리해 보았다.


1. Sloving Sleep. 한 가지 목적에만 집중하라.

그들은 이 단순한 목적을 기업 가치관, 그리고 개별 팀원의 가치관으로 삼았다. 좋은 마케팅은 모든 콘텍스트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가치라는 이 뜬구름 잡는...그치만 의미 있는 이 마케팅 수업 때 배운 내용이나, Simon Sinek의 "why로 시작하라(Start with why)" 등등이 떠오른다.

제품의 목적뿐 아니라 기업의 목적, 창업자의 목적, 내외부의 모든 것이 이 'Solving sleep' 하나만을 향해있었다. 우리가 잠을 해결하겠다는 아주 심플하고 명료한 이 목적에서만큼은 구성원 모두 자신이 있었기에 7년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불굴의 의지로 버틴 게 아닌가 한다. 어 나와봐 우리만큼 잘하는 데 있어? 어 나와바바 이런 느낌...


2. Core Value Creation에 집중

Beddit 창업자들은 모두 공학 박사들이었다. 마케팅도, 기업가정신도 당연히 사업을 개발하면서 필요했겠지만, 거기에 집중하지 않았다. 디자인? 잘한다는 디자인업체에 외주 줘버렸고, 마케팅? 그 '파는 기술'이 없어서 7년간 무명의 세월을 겪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그들은 철저히 제품 퀄리티에 매달렸다. 특히 헬스케어 제품은 정밀한 측정과 User-friendly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그들은 거의 모든 자원을 기술개발과 사용자 경험 개선에만 매달렸다.


우선 기술개발, 이미 박사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은 충분히 경쟁력 있었지만, 헬싱키 수면클리닉, VitalMed 연구센터, 수면 연구의 저명한 학자인 Markku Partinen 교수와 공동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했다. 저 1번의 목적만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사용자 경험. 페이스북 커뮤니티, 직접 대면 면담, 모바일 앱을 통한 데이터까지 온갖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을 다 켜놓고 온 팀이 거의 24시간 사용자 피드백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사용자 경험을 끊임없이 개선시켜 나갔다. 그들은 더 잘하고 더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통한 UX 개선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지 않나 한다. 요즘 자기계발서들은 예전처럼 잘하는 것도 잘, 못하는 것도 개발해서 잘, 하라고 조언하지 않는 것 같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못하는 것은 남한테 맡기라고 하지. 자신의 강점, 자신만의 매력을 알고 자신이 세운 목표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빠진다. 입에 발린 말이나 포장으로 이목을 사로잡는 브랜드나 제품들이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도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었다.


3. Powerful Inabler, 디자인의 중요성

베딧은 너무도 확연하게 디자이너의 손이 갔을 때와 가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2014년 Nordkapp과의 디자인 작업은 분명 같은 제품인데 갑자기 막 날개 돋친 듯한 결과를 얻게 해 주었다. 분명히 그 속에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제품임에도, 확실히 디자인이 그 가치와 기술을 보다 더 잘 드러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긴 하다. 아주 세밀한 UI/UX 변화도, 비주얼적인 측면도 확실히 디자인 컨설팅 후 달라진 것이다. 그때 Nordkapp 안 만났음 어쩔 뻔했엉... 크크


디자인작업 결과물 - 패키지
디자인작업 이후의 앱


하지만 베딧 프로젝트를 맡았던 디자이너 Sami Niemelä는 2번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의 노력에도 이런 성공은 절대 없었을 거라고 한다. 특히 성공적인 제품/서비스 모두 결국엔 empathy가 답이라고 강조하며, 팀원들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UX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높이 샀다. Nordkapp의 디자인은 마지막 Powerful inabler였을 뿐이지 이건 스타트업 팀원 모두의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empathy는 참 어떤 마케팅 서적이나 HBR 기사를 봐도 성공한 기업 이야기에도 빠질 수 없는 진리인 것 같다. 강조해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어쨌든, 항상 쓰고 보면 마케팅 책 어디에선가 봤던 것 같고 여기저기서 하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나 보다. 기본도 지키기 힘드니까... 어쨌든 코어가 단단한, 그리고 끊임없이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베딧이 앞으로도 애플 내에서도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본다. 끄읏



* 왜 내가 행사 한번 했다고 SLUSH에 이렇게 애착이 가는지 모르겠으나, 베딧 스타트업 시절 대표께서 SLUSH에서 한 인터뷰를 보니 괜히 막 반갑... 보고 싶으시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lYZtbFbqD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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