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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밍 Sep 07. 2018

당신의 직원은 존중받고 있나요?

존댓말 써주고 직함 붙여 불러준다고 존중이 아니다.

2017년 인크루트 설문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조직문화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응답자 92%년 "조직문화가 개선되면 근속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조직문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직급 없애기, 유연근무제 도입 같은 복리후생 개선에도 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제도를 도입한다고 조직문화가 개선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환경과 모든 프로세스에 내재된 '직원에 대한 존중'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7-8 월편 "Do your employees feel respected?" 기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당신의 직원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곳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의 이 한마디에 눈물 쏟은 적이 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 마음을 건드렸을 것 같다. 회사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버는 돈도 사람 상대로 버는 거고. 그런데 우리는 회사에서 인간의 존엄성, 인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못할 말이라도 한 것 같이 반응한다. 돈도 결국 사람에게서 버는 거고, 사람 좋자고 버는 건데 뭐가 주고 뭐가 객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도 못하면서 존중받길 바라냐는 분들께 얘기하고 싶다. 존중받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거라고.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과학적, 통계적 근거에 의해서도요.


존중받는 사람이 업무성과도 좋다.


점점 더 회사의 업무들은 개인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새마을운동 시절에 먹히던 쪼고 굴리던 조직문화가 더 이상 성과를 가져오기 어려운 이유다. 우선 과학적으로도 우리 뇌는 감정 소모가 있을 때 인지적 능력이 떨어진다. 이번 HBR 기사를 쓴 Kristie Rogers는 존중감을 공기에 비유한다. 존재할 때는 있는지도 모르지만 없을 때 갈구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존중감을 느끼지 못할 때 실제로 뇌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가 원래 역량만큼 기능을 잘 하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업무성과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세일즈와 같이 개인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더 그렇다. 자신의 회사에 프라이드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그걸 잘 세일즈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사지 않는다.


두 번째로, 능력을 과소평가받고 있는 직원이 그 이상의 역량을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때 정말 그 사람은 그 정도의 능력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상사는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쓴 신문 기고문을 한 문장 한 문장 내 문체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게 깡그리 고쳤다. 내가 쓴 보고서가 하나하나 빨간펜으로 고쳐지는 일은 늘 있어왔던 일이었다. 개조 요점식 문체는 그가 더 잘 썼고 부서 이름으로 나가는 문서이니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기고문은 내 이름, 내 사진 걸고 나가는 글이었다. 그가 고친 것에서 한번 더 손을 보고 싶다는 내 의견은 완전히 묵살됐다. 내 글이 그렇게 형편없나 싶어 주변에도 물어봤지만 모두가, 심지어 메이저 신문사 기자도 내 글이 낫다고 했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내가 쓸데없는 열정을 부렸구나 생각했다. 어차피 뭘 써가도 마음에 안들 텐데, 처음부터 힘 빼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애초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싶지도 않았고 나 스스로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도 낮췄다. 사실 내 글이 고쳐진다는 사실 자체보다, 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늘 나의 단점과 헛점이 하나하나 지적당하고 결론은 늘 그의 자기과신으로 끝났다. "너의 글도 좋지만 이게 더 좋을 것 같네"라는 한 마디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동기부여가 안되진 않았을 것 같다. 외부의 힘에 의해 꺾이는 순간이 반복되다, 결국 나 스스로도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경험을 그때 했다. 결과에 욕심내고 자기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바라기는 어렵다. 반대로 존중감과 개인 역량에 대한 신뢰는 성장에 촉진제가 된다.


빚진 존중(Owed respect)과 번 존중(Earned respect)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존중은 어떤 거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HBR에서는 존중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Owed respect는 모든 조직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지원과 전체적인 문화다. 예를 들면 높은 수준의 급여, 자기계발 지원, 높여주는 호칭 등이다. 조직 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받을 수 있는 느낌으로, 조직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과 조직원 간 결속력을 강화시켜 준다. Earned respect는 개인의 능력에 의해 얻어지는 보상이다. 상사로부터의 개인적 인정과 칭찬,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 승진 등이다.


이 둘은 서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데 그 밸런스가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Earned respect만 너무 높으면, 개개인이 업무성과를 내게 하는 유인이 떨어진다. 반대로 Owned respect만 너무 높으면 동료 간 경쟁이 가열되고 협업이 잘 되지 않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협업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Earned respect가 높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영업부서나 로펌 같은 조직에는 Owned repect가 좀 더 높은 게 좋다고 한다. 예로 나오는 Televerde는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룬 좋은 예 중 하나다.


범죄자를 능력 있는 회사원으로 변화시키고, 기업의 성공도 이룬 'Televerde'


Televerde는 고객사를 대신해 고객사의 타깃기업에게 콜드 콜을 해주는, 한마디로 콜센터 대행 B2B 기업이다. CEO인 Jim Hooker가 1995년 이 기업을 살 때는 컴퓨터 한 대와 7명의 여성 수감자로 이루어진 여성 교도소 내에 있는 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지금 연평균 8.5%의 성장과 650명의 직원(그중 425명이 수감자)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직원을 수감자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해주는 제도와 조직문화였다.


Owned Respect

  1. 급여 - 다른 교도소의 회사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인 미국 최저시급(7.25달러)의 임금 지급.(우리가 땅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매달 21일에 되찾는 이유^^)

  2. 인정 - 회사의 목표와 그걸 이루는 과정에서 조직원 개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주기적인 안내

  3. 소속감 - 'Televerdians'라는 말로 신입직원을 환영하고 모두에게 소속감을 부여

  4. 동기부여 - 직무교육뿐 아니라 독서토론, 자발적 세미나나 워크숍 등 직원들의 정신적, 정서적, 직업적 자기계발을 지원

  5. 눈높이 - 수감자라는 단어, 수인번호 일절 사용금지, 모두가 'Ms.'로 호칭. 비즈니스 개념을 설명할 때 마약 거래 프로세스 등 쉬운 개념에 비유하여 설명


Earned Respect

  1. 선택받았다는 느낌- 교도소에서 급여의 차등지급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 대신 입사 시 타이핑 시험 등의 간단한 허들을 만들어 통과한 사람이 선택받았다는 인상을 받게 함.

  2. 1:1 피드백 - 매니저, 트레이너들의 진심 어린 긍정적 피드백

  3. 칭찬 - 누군가 세일즈를 이루면 종을 울려 그때마다 모두로부터 칭찬을 받게 함.

  4. 자부심 - 주기적으로 특별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증명서 등의 보상


콜센터 업무는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특히 직원들의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다고 한다. 회사와 동료의 동기부여 덕분에 자신감과 희망을 얻은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긍정적 에너지가 있었고, 그 덕분에 회사는 쭉쭉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재소자들 중 25%가 수감생활 이후 사회에 나가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사내 TEDx를 개최한 Televerde


직원이 존중받는 업무환경을 만드는 방법


Kristie Rogers는 □ Owed respect에 있어 일정 정도 이상의 기준치 설정 □ 직장에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것 □ 존중은 파급효과가 크다는 사실 인지 □ 개별 특성에 맞게 리워드도 커스터마이즈하고,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동기부여에 집중할 것 □ 존중에 한계를 두지 말 것 □ 존중이 시간을 단축시키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 일관성 없는 보상, 가짜 존중 등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하지 말 것. 이렇게 7가지로 조언을 한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인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인턴부터 중간관리자까지 4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결국 진심이 다인 것 같다. 반말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제껴도 싫지 않은 상사가 있고, 꼬박꼬박 존대를 해주고 적정량의 일을 시키는데도 싫은 상사가 있다. 상대가 나를 똑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느냐, 아니면 나를 능력 이하고 내 밑에 있는 '따까리' 정도로만 보느냐. 이걸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건 모든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태생적으로 느끼는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정성, 그리고 진심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대화이다. '미움받을 용기' 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말이다. 아들러는 네 살짜리 아이에게조차도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처벌로 바뀌는 인간은 없다고 했다. 잠깐 그런 척을 할 수는 있어도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태도와 세계관을 바꾸는 건 대화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화가 가능하려면 상대와 나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동등한 존재라는 전제가 우선 있어야 한다. 부하직원을 '아랫것'으로만 보지 않는 인격에 대한 존중이 우선 필요한 것 같다.


나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어떻게 시킬까만 고민하지 않았는지, 매니저랍시고 혹시나 존중과 배려 없이 일을 '시킨다'는 느낌을 받게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관리자가 되면 어떻게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명 한 명이 나 자신만 되돌아보고 조금씩 바뀌어도 일요일 저녁시간이 그렇게까지 괴롭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자주 이슈가 되어서 그런 사회가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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