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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밍 Nov 30. 2021

심리상담 Day1_그냥 다 쏟아냈던 날

아무 이유 없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두려운 마음에 상담소를 찾았다.

나는 서른세 살 8년차 직장인이다. 예전에 북유럽에 살면서 기후 때문에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한 번 있지만 그 외엔 딱히 큰 정신적 트라우마 같은 건 없었다.


최근에 회사 스트레스로 멘탈이 무너진 이후로 잘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멘탈이 많이 좋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에 땀이 나고 목소리가 떨리고, 급기야 길을 걷다, 일을 하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곤 했다.


회사가 이유일까 하는 생각에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상태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가면 또 어떤 이유로든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다. 이직이나 퇴사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15주간의 상담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건 두가지였다.

1. 마이너스인 심리 상태를 플러스로 끌어올리기

2. 내가 진짜 원하는 것 찾기


첫날은 접수면담이라고 해서, 내 심리상태와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 시간을 다 보냈다. 최근 2-3개월 간은 생리전증후군이 좀 심하게 나타났지만 (생리하기 일주일 전만 되면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눈물이 터졌다) 불안감이 심하게 나타난 건 최근 2-3주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것에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참고 억지로 눌러 왔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삐져나오다 한번에 와르르 무너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쭉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공기업에 다니다 IT 쪽으로 이직을 했는데, 이 쪽으로 넘어온 이후론 거의 새 커리어에 대한 압박감, 늦었다는 조바심 때문에 쉼없이 일을 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맨날 야근을 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몇 개씩 돌리고, 그러고도 남는 주말 시간에는 온라인으로 UX, PM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동안 한 3년 남짓 나를 너무 소진한 데 대한 번아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번에 너무 크게 온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말하면서 깨달았다. 나 이렇게 힘들게, 치열하게 살았구나.. 원래는 이지고잉 하면서 살던 내가 나한테 맞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한 시점부턴 달리는 경주마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지금 회사에서는 회사도 나도 빠르게 성장할 수가 없는 상태인데,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소진돼 왔던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내가 성취욕구나 자아가 굉장히 큰 사람인데 그게 충족되지 않거나 존중받지 못할 때 그 만큼 느끼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큰 것 같다고 하셨다. 첫날이라 선생님보다는 주로 내가 말을 하는 시간이었어서 그 이상의 말씀은 많이 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정화되고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감이 회사 꼰대 리더 때문인지, 충족되지 않는 성취욕구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 동안 힘들었지만 생각 안 하고 바쁘게 나를 혹사시키면서 살아온 데 대한 부작용이 갑자기 터진 건지, 뭐가 문제인지 진짜 궁금하다. 무엇 하나다 라고 말할 수 없고 복합적이겠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라고 알게 된다고 해서 그 한 매듭만 풀면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단순한 문제도 아닐 거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어떻게 해야 더 잘 살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

다음 시간에 할 여러가지 검사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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