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주옥같은 도서로 두 번 세 번 읽어도 다시 손이 가는 도서들이다. 피아노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겠지만 무엇을 배우든 책만큼 기초를 다지게 하는 건 없을 듯하다. 여기 있는 책들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세상의 음악과 악기를 대하는 마음가짐그리고 이를 통해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한 걸음 더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자기 발견을 향한 피아노 연습
세이모어 번스타인, 음악춘추사, 1992년
피아노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유명한 책이다. (아쉽게도 절판돼서 중고서점을 뒤져도 구하기 쉽진 않다) 철학적 향기를 담아낸 제목부터 피아노를 다시 하게 만드는 끌림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피아노의 기술적인 교재 역할뿐만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연습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첫 챕터의 소주제가 '나는 누구인가'이니 저자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연습법, 기능적 요구조건, 암기 등 기술적인 부분도 두루 담아내고 있다. 두 번 세 번 읽어도 다시 손이 가는 책
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이레, 2004년
피아노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의 피아노와 삶에 대한 철학 이야기다. 그가 생각하는 음악과 피아노, 피아노 지도자로서의 음악 교육 등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내가 혹시나 음악을 전공했고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쓸 수 있는 자격이 되니까.
피아노 연주와 교수법
송정 이교수, 음악춘추사, 2009년
피아노 초보자가 연습에 관한 책을 살펴보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초보 연습생을 위한 도서는 아니다. 학생의 입장이 아닌 지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시선을 달리해 볼 수 있다. 피아노 음악의 해석, 연주 테크닉, 피아노 교재의 선택 등을 통해 비록 초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지침서로 생각하면서 다시 또 열어보는 도서이다.
음악 본능
크리스토프 드뢰서, 해나무, 2015년
피아노를 얘기하는 책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사람은 본능적으로 음악에 끌린다는 심리학적 관찰이다. 음악이 먼저인가? 언어가 먼저인가? 심지어 동물들도 음악에 관심을 보인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번식을 통한 생존을 위해 그리고 더 진화하여 생존이 아닌 유희로서 음악을 '즐기기' 시작한 게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심리학적, 진화론적 탐구에서 시작하여 뇌과학과 수학적, 사회문화적 부분까지 융합하여 음악이 무엇인지 밝혀 내려고 하고 있다.
피아노의 역사
스튜어트 아이자 코프, 임선근 옮김, PHONO, 2015년 피아노의 탄생부터 피아노와 관련된 일화와 작곡가, 유명 연주자들을 흥분가들, 연금술사들, 리듬주의자들, 선율주의자들 등 그들의 특징으로 묶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흔히 아는 고전, 낭만, 현대 작곡가 외에도 루빈스타인, 호로비츠, 리히테르, 굴드 등 근현대의 연예인에 가까운 인기 연주자들의 이야기와 재즈 연주자들까지, 새로 알게 된 많은 지식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할 뿐만 아니라 소장가치를 더해주는 책이다. 재즈를 잘 모르는 나에게 시각을 넓혀주는데도 도움이 된 도서이다. 한 악기에 다루는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피아노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
굴드의 피아노
커이 티 해프너, 글항아리, 2016년
스타인웨이 CD318. 수 백대, 수년간 찾아 헤매다 발견한 그가 선택한 피아노, 피아노가 선택한 굴드 이야기다. 때론 은둔의 괴짜 같기도, 때론 천재성을 드러내기는 굴드만큼이나 CD318은 은둔의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나 보다. 그 피아노는 주인에게 어떤 의미이며, 주인은 그 피아노를 통해 다른 피아노에서는 할 수 없었던 무엇을 들려주고 있을까?
다시, 피아노
앨런 러스브리저, PHONO, 2016년
쇼팽 발라드 1번을 정복하고자 했던 저널리스트의 음악과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음악에 큰 관심 없더라도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의 치열한 생활을 생방송 시청하듯 엿볼 수 있는 재미는 덤이다. 일과 함께 취미에 대한 아마추어리즘은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고된 업무가 있기에 그의 피아노에 대한 탐구가 더 빛을 발현돼 보인다.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낼 것인가
에런 코플런드, PHONO, 2016년
피아노 음악을 떠나서 클래식 음악 입문자에게 필수적인 책으로 추천한다. 오랜 시간 음악을 공부하면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고 입문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책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 걸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음악을 통해 어떻게, 어떤 즐거움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음악의 ABC
이모겐 홀스트, PHONO, 2018년
소리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여 기보법, 박자, 리듬, 쉼표, 박자표 등 기초적인 음악 기호부터 대위법, 화음, 조성, 조옮김 등 화성학 기초, 그리고 16세기부터 시대별 음악의 형식, 양식에 대한 발전과정까지 하나의 큰 물줄기 흐름을 타고 가듯 서술하였다. 악보를 보고 이해하고 탐구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하나씩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건반 위의 철학자
프랑수아 누델만, 시간의 흐름, 2018년
철학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서의 사르트르, 니체, 바르트를 음악으로 꿰뚫어 보고자 하였다. 세 명의 철학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였기에 일부분에서는 읽어내기가 버거울 수 있다. '음악이 없는 인생은 오류다'라는 니체의 명언이 탄생한 배경은 그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점의 피아노 작품도 남겼고 연주를 즐기면서 그들의 철학은 더 깊이 발전하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딱 한권만 더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윤희연, 마티, 2020년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입문자들을 위한 도서는 대부분 음악가와 작품의 신변잡기를 맴돈다.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는 재미도 있지만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의 반복일 때 지루함을 느낀다. '내가 왜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지? 어떤 부분에서 자극을 받았는지? 왜 그게 나에게 감동을 주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는 분명 규칙이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음악의 구성을 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분석하여 그 패턴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여느 과학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