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는 진실해지자
2022년 6월 19일 피아니스트 임윤찬, 팬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오늘이 7월 2일이니 이미 피아노 음악, 클래식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그의 콩쿠르 우승 소식을 듣고 임윤찬의 동영상을 몇 개쯤 저장하고 예전 동영상을 섭렵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 조회수 파바박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그의 우승 축하와 함께 피아노 인생을 다시 조명하고 있고 신들린 연주, 초연의 기교, 감동의 눈물, 세상 동원할 수 있는 극찬의 형용사는 다 나온 것 같고 신문 기사들의 극찬의 형용사는 다 소진되어 이제 그의 이력과 앞으로의 꿈, 밝은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못하겠다. 사람들이 다들 '와~~' 하니까 나도 거기에 발맞춰 '와~~' 하고 싶고 마음은 들지만 왜 '와~~'하는지 이유를 나 스스로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그의 라흐마니노프 연주를 듣고 있자면 높은 난이도의 곡임에도 참 부드럽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곤 하지만 과연 그에게서만 받는 인상(Impression)일까?
이번 우승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샛별이고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콩쿠르에서 어떤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냥 아무것도 몰랐다. 나 같은 '평범한' 클래식 애호가들은 숨어있는, 장래 촉망되는, 떠오르는 샛별의 음악까지 찾아 듣기는 무리인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설령 듣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람 큰일 낼 사람일세', '내 사고칠 줄 알았다'는 점수를 줄 만큼 그의 능력을 눈치 채지도 못할 것 같다. 단지, 즐겨 듣는 동영상 검색 리스트에 한 명이 더 추가된 것뿐이다.
"3년 전 동영상을 찾아들어보니, 역시 우승할 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었군요"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우승을 하니까 3년 전 동영상이 더욱 훌륭하게 들리는 건 아닐까? ㅎㅎ 우승을 한 피아니스트를 비판할 강심장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손길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면서 임윤찬만의 개성과 독특한 해석으로 모든 게 다 아름답게 포장되어버리는 것도 있지 않을까? 분명 있다. 스타는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세계적인 대회 콩쿠르가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인터뷰 중에 '이제 더 많은 곡을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라는 말을 한다. 조성진도 같은 말을 했다. 실력을 증명해서 이름을 드러내는 게 숙명인 예술가들에게 입시, 콩쿠르 등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인 듯한데... 참 가슴 아프게 들린다.
여전히 그의 연주를 여기저기 찾아보며 다시 들어도 나는 임윤찬 혹은 그 누가 되든 음반을 낼 수 있고 방송에 스포트라이트 될 수준 이상의 피아니스트들을 모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그 연주들 간의 차이를 구분할 능력은 없다. 물론 분위기 차이 정도는 있을 것이고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얘기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갈 수는 없다. 그건 내가 앞으로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공부를 하고, 내가 직접 그 곡을 연주하며 작품을 탐구할 때야 비로소 소소한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 나름 피아노, 클래식 애호가인데 이런 것도 구분 못한다고 속상해할 사람이 있을까?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누군가에게 들려주어도 눈만 멀뚱멀뚱하거나 휙 다른 음악으로 돌려버리는 경험을 면전에서 몇 번 보고 나면 난 조금 더 성숙해지고 대화는 현명해진다. 세상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는 게 많고 그의 실력을 평가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게 아름답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니까. 최소한 지금 내가 무엇을 안다고, 아는 척할 수는 없겠다. 피아노 앞에서는 아무 거짓 없이 순수한 마음을 갖고 싶으니까.
그에게 축하를 보내고, 대한민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믿고 들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한 명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에게도 즐거운 음악생활에 도움을 줄 것 같다.
*표지 사진 출처: 목 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