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쇼팽의 신곡이 뉴욕 박물관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떠들썩(?)하게 들렸다.
사실, 떠들썩했는지는 모르겠네요. 클래식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에게나 눈길 가는 뉴스겠거니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당시 사용 되었던 종이의 종류, 음표를 기입하는 쇼팽만의 독특한 기보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쇼팽곡이맞다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니 일단 맞다고 보고! 예상했듯이 꼭꼭 숨겨져 있었던 악보가 발견되어 세상에 드러났다는 뉴스입니다. 그리고유튜브에는 세상에 빛을 본 80초짜리 곡의 연주 영상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완성된 곡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앞 부분만 있으니 어딘가 나머지도 있을 거라는 추정, 영감이 떠오를 끄적인 습작 등 여러가지 분석들도 함께 올라온다.
NYT에 따르면 올해 늦봄 어느 날 낮에 뉴욕 맨해튼 소재 박물관 '모건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에서 음악담당 학예사로 일하는 작곡가 로빈슨 매클렐런은 수장고에서 최근에 입수된 소장품을 분류하고 있었다. 피카소의 서명이 담긴 엽서, 한 프랑스 여배우의 오래된 사진, 브람스와 차이콥스키가 쓴 편지 등을 넘겨보던 매클렐런은 '아이템 147호'를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눌린 자국이 곳곳에 있는 가로 13cm, 세로 10cm 정도인 이른바 '인덱스카드' 크기의 악보였다. 악보 한가운데 맨 위에는 'Chopin'이라는 이름이, 왼쪽 상단에는 'Valse'(프랑스어로 '왈츠')라고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 연합뉴스 2024. 10. 29 -
쇼팽의 잃어버린 왈츠 (출처: 모건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홈페이지)
'쇼팽'이 누구인가. 피아노의 시인으로 어릴 적 교과서에도 오르내리고 그렇게 수많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열광하는데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악보가 박물관 책장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게 참 놀라울 뿐이다. 진정으로 등잔밑이 어둡다는 이럴 때 어울리는 듯하다. 어디 있을 것 같은 곳 땅 파고 들어가며 헤매는 공룡화석 찾기와 비교하면 어느 쪽의 난이도가 더 높은지 모르겠다. 다행히 차가운 땅속이 아니라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박물관이라는 게 어쩐지 그동안 잘 보관해 주셔서 감사해야 할 것 같은 안도감이 든다.
이 곡이 아니더라도 아직 들어보진 못한 쇼팽의 곡들이 오죽이나 많겠으나, 200년 만의 발견이라는 타이틀과 후광을 업고 여느 쇼팽의 곡보다 더 많이 들어버린, 지난주 나만의 검색곡 1위로 등극해 버렸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곡에 대한 이런저런 평론을 할 수는 없지만 대신,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춘 듯한 환희, 보석함을 열어보며 반짝이는 영롱한 빛을 마주하 듯한 감동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이 곡이 정말 마지막일까 하는 의문도 함께 떠오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