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기 상시 채용인가요?
이런 거 참 좋다. 매력적인 퓨전(Fusion) 이런 거. 이 세상에 미술관은 많고, 이 세상에 경비원도 많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누군가는 시간을 흘려보냈고 누군가는 멋진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었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일까. 물론 우리는 후자에게 경외감을 표현한다.
경비원이 쓴 미술관 산책이라고 해도 되겠다. 물론 직업인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고 일에 대한 충실함은 기본일 것이며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직업으로서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예술을 아끼고 즐길 줄 안다면 그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직장일 듯하다. 이쯤 되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도 언젠가 록 공연장의 맨 앞줄 바리케이드 넘어 가수가 방방 뛰는 무대 바로 밑 안전요원을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애호가로서 혹은 그 작품을 지켜야 하는 직업인으로서 작품에 담긴 해설은 그 어느 가방끈 긴 권위 있는 전문가보다 독창적이고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감이 있게 다가온다. 사랑했던 친형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위로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직장생활에는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 지적이고 만물에 호기심 넘치는 그는 설사 미술관이 아닌 그 어디를 갔더라도 그의 부릅뜬 관찰도구인 눈에 잡히는 그 무엇이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지적향유를 글로 남겼을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 철학과 유머를 알고 그 속에서 삶을 즐기는 사람. 나의 이상형을 이 책 속에서 찾았다.
p305 인생은 길다. 그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젊어서 죽으면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요절하지 않으면 다 자란 후에도 추가로 남은 몇십 년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50년, 60년 어쩌면 70년 정도 남은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형이 죽고 나서는 어찌어찌 메트로 오는 길을 찾게 됐다. 그리고 성년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여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추구하던 성장과 변화를 마무리 지는 최종 목적지 같은 시기라 생각하는 쪽이 편했다.
대문 그림: 델러웨이 강을 건너는 워싱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