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보복이나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사회. 교과서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만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미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들이 말하는 진보 혹은 보수로 가름하는 방식은 우리의 좌우보다 훨씬 복잡해 보인다. 그건 그들의 생각과 판단에 불을 지피는 요인들이 변수가 더 많은 고차원 방정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인종차별,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심각하게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본 책을 통해 간접체험만으로도 얼마나 어질어질한 세상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소개된 사연 하나하나의 시작은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본인 생각의 표출에서 시작된다. 이 세상에 중립적인 단어가 없다면 내뱉은 단어 하나로 좌, 우로 나누려 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다. 표출되었다 하여 모두 이슈화되지도 않는다. 그 표적이 되느냐 아니냐는 정치적인 상황과 사회 문제로 미묘한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가 이득을 취할 것으로 보일 때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다. 혹은 강제로 드러내어진다. 책은 이 시점부터 정의(Justice)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든다는 게 얼마나 미국사회에서 부질없는 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방정식이 복잡해서 일 것이고 대중은 방정식을 풀려는 노력보다는 맞았는지 틀렸는지 정답에만 관심 있는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고. 물론 한국사회라 하여 다를 건 없어 보인다는 점이 '그렇구나'하며 고개 끄덕이고 말 일은 아닌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p123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보다 침묵하기를 선택한다면, 결국 신념이 냉철한 분석을 대체할 것이다.
사건 하나하나가 25년 1월의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입되어 읽힌다. 남북 통일은 커녕 좌우 통일도 어려운 21세기 한반도. 인종차별의 미세공격까지를 살펴야하는 다양성의 국가 미국이라는 골치 아픈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함을 느낄 지경이다. 좌파, 우파, 극좌, 극우, 유투버, 폭력, 트럼프, 민주주의, 프레임, 종교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대중의 양비론적 사고의 이유는 깊은 고민은 번잡하니 단지 단순한 것을 쫓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게다가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쇼츠와 유튜브로 이미 전두엽이 파괴되어 '뇌 썩음 (Brain riot)' 단계로 진화한 인류는 생각과 판단의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그 복잡성은 합리적인 판단에 이성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원숭이와 사람 그 어디 중간쯤에 우리를 놓고 있다. 과연 지성인이라면 무엇을 하고 올바른 판단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 그렇다. 객관적인 진실을 정성 들여 보여주어도 결국 '인지부조화'의 단계를 넘지 못하면 그다음은 비합리적인 행동일 뿐이다. 포기, 무관심.... 혹은 인신공격. 그리고 마지막 수단, 폭력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