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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란트

게임은 말이지... 작은 종합예술인거 같아..

by KayYu

발로란트(Valorant). FPS first person shooter 종류의 게임 이름이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공격과 수비를 한다. 팀 간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기술적 역량도 필요하다. (사실, 단순한 오목 게임에도 이런 건 필요하다. 그냥 세상 모든 일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아니라면... 당신 말이 맞다.)


발로란트 (Valorant)


취미와 중독의 그 사이 어디에서 오락가락하는 딸내미 손에 이끌려 게임 토너먼트를 직관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왔다. 중독은 아니니 팬덤이라고 순화해보자. 게임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가 부모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면 좋겠다만 아이는 내 마음 같지가 않다. 사실 게임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고 몇 번 밤새기 게임을 하 것에 대해 혼나기도 했지만 그렇게 혼나고 두 번다시 밤새기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후로 약속은 잘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 폭풍 칭찬을 해준다. 머릿속에 가득 찬 아홉 개 잔소리 중에 딱 한 개만 하고, 잘하는 거 하나 찾아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기 위해서는 정말 나의 멘털 관리도 필요하다. 그 아이는 사춘기거든요.


게임이라 하여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는다. 어느 연예인이나 뮤지션, 스포츠스타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건 없고 완전히 같은 건데 게임이면 어떠하리. 오히려 나는 어릴 적 그렇게 누군가에게 열광한 적이 없었는데 엄마는 농구선수에 눈이 뒤집혀 그렇게 쫓아다녔다 한다. 그런데도 게임 찾아 부산까지 가는 열차 출발할 때까지 이해해 주는 눈치는 아니었다.


뭐 그건 그렇고. 나도 기대반 설렘 반으로 마음만은 발걸음 가볍게 따라나선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건 항상 벅차고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지 않기에 이런 장소에 내 발로 걸어 올 일은 없을 테니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건 참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부산 e스포츠게임장. 아침부터 열기 가득한 화려한 공간에는 사람이 있고 환호가 있다. 분위기를 돋우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음악도 있다. 기대했던 그림이라 만족스럽다. 뮤지컬이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게임의 세계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규모면에서 뮤지컬을 쫓아갈 수는 없지만 게임에도 그 주인공들이 왜 이 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흡입력있고 짜임새 있는 SF 영화 한 편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도 미리 섭렵하고 갔다. 그리고 게임 세계의 화려함.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별 색감의 선택은 전문 미술가의 손길이 필요했을 것이다. 캐릭터들만의 각자 개성 있는 전투력과 특기. 이런 차이점을 알고 전투 장소에 최적의 조합을 선택하고 게이머의 역량 (빠른 눈, 빠른 손가락 스킬 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리고 음악.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그냥 배경에 흐르는 음악만 있는게 아니다. 스포츠에서 특정 선수가 나올 때 흐르는 배경음악처럼 게임의 인트로 음악이 있고 게임 회사에서 제작한 별도의 OST 음반이 있다. 글로벌 유명 밴드가 부른 곡에는 내 귀가 번쩍 트인다. 신나면서 웅장하고 팀워크와 승리를 환호하는 가사들. 때로는 전율이 감돌기도 하고 때로는 인상적인 선율에 캐릭터들이 전투에 참여하기 전의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일단 분위기를 압도하였다는 것에 '참 잘 만들었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작은 종합 뮤지컬 한 편을 게임장에서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는 만석이 되었고 자리가 없으니 뒤에 서서 보거나 아예 게임장에 들어오지 못할 만큼 인파가 몰려들기도 했다. 대략 연령대를 보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청소년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Faker의 유명세를 보듯이 게임 시장의 규모가 크긴 하지만 덕질도 돈이 있어야 풍요로운 덕질 생활을 하는데 관람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 연령을 보아하니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10% 정도의 성인도 보인다. 대학생 혹은 20대 중반의 사회 초년생 정도의 성인도 간간이 보인다. 아이들의 보호자로 쫓아온 어른들은 분명히 구분이 간다. 영혼 없는 눈빛이다. 지루함과 나는 누구인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정체성을 상실한 그 눈빛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측은하게 보인다. 어쩔 수 있나요? 형님. 그냥 즐겨봐요... 마음속으로 속삭여 본다.


부산까지 와서 동대문떡볶이를 먹고 갔다. 그날 부산에는 바다도 없었고, 맛집도 없었다. 영화, 미술, 음악과 청소년들의 젊은 환호성에 흠뻑 빠져 보았다. 아빠가 거기 있었다는 걸, 네가 언젠간 기억을 떠올려주었으면 하면 바람이다.

프로게이머들을 보니 피아노를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도대체 이 기적의 논리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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