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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난청

살짝 쫄았다. 건강해야지

by KayYu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고 바람소리 같은 이명이 들린다?

돌발성 난청입니다.

골든타임은 3일!

청력검사를 하고 스테로이드제 복용할 겁니다.

그럼 스테로이드제 부작용도 챙겨봐야 하죠. 하...




피곤해서 그런가? 뭐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양쪽 귀가 먹먹하고, 때론 왼쪽에서 '휘이이잉...'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런 게 이명이라는 건가? 이명은 '삐~~~' 소리, 그런 거 아닌가? 병원을 가봐야 하나?

지난 2월 초 부산 가는 KTX를 탔다. 몇 차례 터널을 들락날락하면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덮어쓰고 있던 귀 안쪽까지 압력과 함께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돌발성 난청이 대부분 원인 불명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언제 시작되었는지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좋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왼쪽 귀의 산들바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명에 신경이 쓰이니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잘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들리지만 무스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병원을 찾았다.


돌발성 난청

"돌발성 난청은 골든 타임이 3일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이라... 흠... 일단 약을 먹어봅시다.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야~~ 이 선생님... 거짓말은 못 하시는 분이네!!)

음악을 좋아하고 섬세한 소리 한 음 한 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이런 도발적인 바람 소리를 듣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 생각해 보니 기분이 살짝 침울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청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가만히 있어도 들리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 망할.. 바람소리만 빼고.


그날 이후로 지난 두 달간 3~4일에 걸쳐 스테로이드제, 영양제, 혈액순환제 등을 순차적으로 줄였다 늘였다를 반복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약을 복용한 지 한 달 즈음에 피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의사도 한 달 내에 효과를 봐야 한다고 했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폭탄선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분 거짓말 못하는 거 진짜라니깐요!)

사실 스테로이드뿐만 아니라 복용하는 약 모두에 주의사항 중간 어딘가에 눈 부릅뜨고 보면 있는 게 피부 알레르기다. 피부 알레르기는 제약회사에서 Default로 넣어 놓은 항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흔하다.

여하튼, 평생 겪어본 적 없었던 피부 알레르기로 피부과를 찾았고 이제 피부약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다.

술을 잠시 끊어야 한 건 또 다른 인내였다.


두 달이 지났고, 이제 모든 약을 끊었고, 바람소리도 사라졌다. 다행히 피부도 안정을 찾았고, 피부약도 더 이상 바르지 않는다. 모든 게 두 달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바람소리?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살랑거리는 진짜, 리얼, 쌩 라이브로 봄바람 소리만 들린다.


이명이 만들어 낸 바람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참 아름다운 소리다.


난청은 응급질환! Source: 흥국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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