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show time!
1. 매일 30~40분... (와... 시작부터 거짓말이네). 1월 중순부터 누적 25시간 30분째 연습 중입니다.
2. 55%. 목표 연주시간 6분 15초인 곡을 11분 21초로 연주했네요. 조금씩 속도를 높이고 있죠. 즐겨 듣는 조성진의 연주가 6분 5초 입니다만, 다른 연주자들 연주시간은 5분 초반부터 7분까지 다양합니다. 목표 없이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 시간에 그렇게 얽매일 생각도 없습니다.
3. 준비. 제가 즐겨 듣는 연주자 Paul Barton이 이 곡에 대한 트레이닝 영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부분은 손가락 3번, 4번, 5번을 이용한 크로마틱 스케일(Chromatic scale)을 연습하면 이 곡을 연주할 준비가 되었다는데... 그래서 연습 전에 손가락도 풀 겸 몇 번 하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이 연습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릎 탁! 언젠가는 그 깊은 뜻을 찾아내겠지요. 일단, 계속해 보렵니다.
4. 악보. 편집자 Praulein Laura 이름으로 된 4페이지로 된 악보를 보고 있습니다. 사실 누군지 몰라요. 어디서 다운로드한 것인지 기억도 없습니다. IMSLP에 다양하게 편집된 악보들이 있으니 한 번 살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악보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면 손가락 번호가 훨씬 더 많고 대가리 콩나물 머리 크기도 커서 가독성이 좋은 악보, 하지만 너무 촘촘해서 쉽게 읽기가 어려운 악보, 반대로 속도가 빠른 곡인데 너무 넓어서 페이지 넘기기 바쁠 것 같은 악보들이 있습니다. 지금 보는 악보에서 같은 화음인데도 서로 다르게 표기한 음을 찾아내면서 제 마음은 한 번 상했고, 화음 중에 빠진 음들도 발견하면서 두 번 마음이 상했습니다. (화음 중간 음이 빠진 건 어느 악보가 맞는지 알 수 없으니 이건 마음 상할 일은 아니지만요) 대신, 왼손과 오른손을 고려한 적절한 악보 배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하튼 이미 익숙해져 버린 악보를 바꾸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손가락 번호가 아쉽다 보니 번호가 많이 적힌 악보를 같이 놓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충분히 익히게 되면 손가락 번호는 번잡하게 보일 때도 있긴 하니 그리 불평할 것도 아니지만요.
5. 펼침화음.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오면서 난관에 부딪힙니다. 1옥타브를 훨씬 넘어가는 화음들이 쏟아지는데, 정말 쇼팽은 이걸 편안히 연주했을까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은 채 어느 방법이 나에게 맞는 연주 방법일지를 고민합니다. 특히 왼손 연주에서 Paul Barton은 붓점 연습하듯 손가락을 돌려 연주하고, 어느 연주자들은 손을 최대한 벌려 도약하듯 연주합니다. 제가 어디 가서 '손이 작아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저런 방법으로 해 보다가 제가 손을 재빠르게 돌릴 민첩함은 없는 것 같아 지금은 손가락을 최대한 벌려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6. 리듬감. 리듬감이 참 중요한 곡입니다. 속도가 빠른 곡들이 대부분 그렇듯 천천히 연주하면 내가 무슨 패시지를 하고 있는지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속도를 높이면서 연주로만 들었던 그 리듬감을 찾아내면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마음이 활짝 열리면서 성취감의 도파민이 펑~ 터지고 손가락이 가벼워지면서 흥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 기분에 연습하는 것 같습니다.
잘 안 되는 패시지를 손에 기억시키기 위해 고작 한 마디 구간을 30분간을 반복해도 잘 안되다가도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끄럽게 흘러가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마음속 환호성을 지르면 인간의 뇌는 위대하다... 이런 생각들도 스치면서 그 기운을 이어받아 또 들어가 봅니다. 왼손 여섯, 오른손 여덟. 어기 저기 튀어나오는 엇박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건 제가 양손잡이기 때문이라고 혼자 망상을 펼치곤 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7. 넘사벽. 조금씩 속도는 올라가고 있지만, 제가 속도 빠른 곡의 끝이 항상 좋지 않아서... 살짝 걱정이 듭니다. 지금 필요한 약은 조급할 필요 없다는 마음가짐이네요.
8. 내가 정말 좋아하는 최고의 곡입니다. 저를 피아노 앞에 앉게 하는 최고의 동기인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