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무의도의 갯벌과 맞닿아 있는 작은 숲에서 지친 몸을 회복 중인 유리딱새 암컷을 만났다. 소리가 연약해서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마른 덩굴 가지 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푸른 꼬리가 눈에 띄어 찾을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캄차카반도와 일본까지 내려가는 모험가인 유리딱새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치기에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생명을 마주하며 먼 거리를 이동해 온 녀석은 마치 유목민처럼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어 보였다. 처음엔 푸른빛만 얼룩 거리던 거리에서 어느덧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내주었다. 한참을 서로 지켜보다 제 갈 길을 갔다.
암컷만 만났지만 수컷이 근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체적으로 암수가 함께 이동하지만 독립적인 성격 때문인지 딱 붙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수천 km 이동하며 잠시 내려앉았다가 영영 못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서 수컷의 행방이 살짝 걱정이 되지만, 활발하고 기운 넘치는 암컷 유리딱새의 모습을 보며 긍정회로를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