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에서 프로덕트로, 내가 체감한 변화 3가지

이게 더 예뻐 보여서요가 통하지 않는 세계

by 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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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정해주세요에서 왜 수정하죠까지


UX/UI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직무가 바뀌는 것은 일종의 레벨업! 혹은 승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히 이름만 바뀌는 거 아닌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겪어본 결과,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아니었다. 크게는 사용하는 툴,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의 방향까지.


그동안 해왔던 모든 디자인 경험과 사회 생활이 분명 밑거름이 되었지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마주해야 했고 그 질문을 내 방식으로 소화해 다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나처럼 웹 에이전시에서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나처럼, 변화를 목표로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라며 그 과정들을 적어본다.


전환의 체감 1. 툴(Tool)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다. 포토샵은 사진을 보정하고 편집하는 툴인데 우리는 왜 그걸로 UI 디자인을 했느냔 말이다! 돌이켜보면 UX/UI 디자인은 스마트폰이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한 분야다. 툴이 그것을 따라오지 못한 것은 그만큼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앱 작업을 하면서 개발자에게 일일이 수치를 변환해 전달하고 아이콘은 해상도별로 정리해 전달하던 시절도 있었다. (잠깐, 나 너무 오래된 사람 같은데? 아니야, 세상이 너무 빨랐던거야…)


스케치, 제플린을 지나 마침내 피그마라는 혁명적인 툴이 등장했다. 피그마는 동시 작업이 가능하고 넓은 캔버스 위에서 아트보드처럼 화면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도 있고 최근엔 벡터 드로잉 기능까지 탑재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협업이 가능한 이 툴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활성화 된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등장한 툴이었다. 이렇게 빠른 시기에 UI 디자인툴의 1인자가 될 줄은 예상 못했지만,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많은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피그마 중심으로 일하지 않을까 싶다.무거운 파일 용량, 끝없는 버전 관리, 소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툴. 고마워요, 피그마! Thank you, Figma!


전환의 체감 2. 포트폴리오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했는가.


신입, 주니어, 시니어의 포트폴리오는 보여줘야 할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 나는 시니어 연차였고, 특히 UX/UI 디자인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둘의 경계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살짝 다른 지점이 꽤 어려웠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관점의 변화다.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서비스를 처음 보는 인사담당자라면 이 기능을 모를 수도 있잖아?”


그래서 기능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정말 구구절절 담았다.


결과는?


서비스 소개서 같은 포트폴리오 1차안이 탄생했다. 그리고 쪽팔림을 감수하고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재미있던 점은 UX/UI 디자이너 친구들과 프로덕트 디자이너 친구들의 명확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내가 실제로 받았던 피드백

- 제안 PT 뉘앙스가 강하다.
- 문제 정의 > 해결방안을 위한 과정 > 결과물 흐름으로 재구성해보자.
- 비주얼이 강조되는 페이지는 줄여도 될 것 같다.

나는 비주얼적으로 임팩트가 중요한 화면들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를 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한 건 보여줘야지!’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오히려 그 장면들이 기획과 맥락에서 벗어난 인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UX/UI 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인들은 그 미적인 포인트를 좋게 봤다는 점이다.


아, 이게 관점 차이구나.


그러나 본질로 돌아오면, 프로덕트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가설, 문제정의, 그리고 그에 대한 솔루션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시각적인 것에 집중한다면 본질이 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되는 가설, 문제 정의, 근거, 솔루션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각적인 요소에 과하게 집중하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비주얼적인 화면들을 덜어냈다. 대신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했는지, 어떤 가설을 세웠고,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타이틀도 다시 정리했다.

조금 더 뾰족하게. 조금 더 의도가 드러나게.


포트폴리오 타이틀 변경 예시

[기존 타이틀]
'A 브랜드' 리워드 프로그램
→ (뭔가 한 건 알겠는데, 뭘 했는지는 모호)

[바꾼 타이틀]
서비스 리텐션 향상을 위한 'A 브랜드' 공유 리워드 프로그램 론칭
→ (왜 시작됐는지, 무엇을 해결하려 했는지 대략 추측 가능)


같은 프로젝트인데 제목 하나만으로도 관점이 달라진다. UX/UI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디자인했습니다”에 가깝다면, 프로덕트 포트폴리오는 “이 문제를 이렇게 정의했고, 이렇게 풀었습니다”에 가깝다.


결국 디자인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고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전환의 체감 3. 사고방식


프로덕트 디자인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한다. 무엇을 고칠 것인가보다 먼저,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나서야 앞으로 어떤 솔루션을 시도할지 계획한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일어나는 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답일 수도 있고
-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즉, 솔루션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우선순위 자체가 달라진다.


[과거의 업무 방식] - 일단 건드린다.

“이거 수정해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지지고 볶고, 몇 번 바꾸다 보면 결과물이 나온다.
그 안에서 최선의 안을 고른다.

[최근의 업무 방식] - 이제는 바로 손을 대지 않는다. 먼저 질문한다.

“왜 이걸 수정해야 하죠?”

정말 수정이 필요한가? 어떤 지표가 근거가 되는가? 사용자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어떤 사용자 행동이 문제인가? 필요하다면 관련 부서를 인터뷰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맥락을 확인한다. 디자인 전에 정렬부터 한다.

나는 프로덕트 디자인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위한 일, 보여주기식 결과물이 아니라 엉킨 털실을 풀고, 정리하고, 불필요한 매듭을 덜어내는 과정. 이 고찰의 시간이 내게는 꽤 흥미롭다. 처음엔 당황했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지금은 점점 더 이 사고방식이 즐겁다.


어쩌면 나는 예쁜 걸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복잡한 걸 정리하는 사람에 가까웠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프로덕트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낀다.


나는 이제, 복잡한 걸 정리하는 사람


한때 나는 그래픽 디자인을 정말 좋아했다. 포스터, 컬러, 타이포그래피를 다루며 ‘보이는 것’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UX/UI 디자인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솔직히 좀 심심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컬러는 거의 무채색, 폰트는 노토 산스, 하는 일은 게시판, 버튼 디자인이라니!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계속 흥미를 느꼈던 지점은 따로 있었다.


그저 예쁜 걸 만드는 순간이 아니라, 엉킨 개념을 정리하고, 흐름을 구조화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 나는 디자인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개념을 정의하고 정리하는 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요즘은 기업들의 테크 블로그나 브런치, 미디엄을 자주 본다. 그들이 어떤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정의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읽는 게 재미있다. 특히 개발 파트 글까지 함께 보면 그 기업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슬쩍 보인다.


앞으로 나는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까.

어떤 서비스를 다루게 될까.

또 어떤 엉킨 실타래를 풀게 될까.


이 기록이 어딘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힌트가 된다면 좋겠다.




Small Foundings
일과 취향 사이에서 발견한 생각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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