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드리븐이라면서, 대시보드는 없었다

데이터를 기다리지 않는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

by 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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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없을 때 디자이너가 찾는 3가지 방법


데이터 드리븐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성장하는 스타트업에는 대시보드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우리 팀의 상황도 그랬다. 그럼 어떡하냐고? 데이터가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데이터에게 가면 된다. 계산기를 들고 스프레드 시트를 켰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다. 숫자로 말하는 정량적 데이터, 그리고 맥락을 말하는 정성적 데이터. 정량적 데이터는 측정 가능하고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며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정성적 데이터는 사람의 경험, 감정 등을 포함하는 데이터다. 해석이 필요하기에 사용자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기 적합하다.


01.jpg 데이터가 내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데이터에게 간다.


1. 데이터를 직접 모아보기 : 대시보드가 없다면 계산기를 두드려서 찾는다.


지난 2년간 들어온 모든 의뢰를 월별로 다시 정리했다. 심지어 내가 입사하기 전년도 의뢰까지. 분기별 의뢰수를 수치화 하니 의뢰가 몰리는 달, 줄어드는 시기. 그제서야 보였다. “우리가 바쁘다고 느낀 달”과 “실제로 문의가 많았던 달”은 다르다는 것. 업계의 상황과 현재 트렌드 등의 보조적인 정보들과 함께 앞으로의 의뢰가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조금씩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수집하다보면 ‘아, 이런 정보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이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싶은 것들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분석의 장점은 앞으로 우리 서비스에 어떤 데이터 수집이 필요할지도 고민해볼 수 있다. 정량 데이터를 계산하고 수집해보면 숫자는 흐름을 보여준다.


2. 반복되는 문의 체크하기 : CS는 UX 힌트다


반복되는 문의는 우연이 아니다. 사용자가 매번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는 뜻이다.


어느 날, 회원가입 과정에서 가입이 되지 않는다는 문의가 들어왔다. CS 매니저는 홈페이지에 이상이 있는지 개발팀에게 문의했다. 분석 결과 로그 상의 에러나 오류는 없었다. 설명을 듣고 흐름을 분석해보니 사용자는 가입 과정에서 소셜 로그인 버튼이 하단에 있다보니 혼란을 느낀 것이다.


이 부분은 회의를 통해 가입 과정에서 혼선을 주는 플로우를 전체적으로 개편했다. 아주 쉬운 수정 하나로 이후 한달에 1-2번은 들어오는 동일한 문의는 이후, 거의 0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3. 유저 인터뷰 : 유저 인터뷰는 답을 묻는 자리가 아니다


내부 팀을 위한 백오피스를 개선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운영팀의 팀원들과 각각 커피챗을 했다. 한꺼번에 만나 얘기하는 회의 자리에서는 원하는 바나 필요한 것, 일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 오히려 솔직한 얘기를 못 들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뭘 원하세요?”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해결책을 강요하게 된다.

대신 나는 물었다. “지금 업무를 어떻게 하고 계세요?”


그냥 편하게 그들의 업무 방식을 들었다. 같은 업무를 해도 사람마다 있는 차이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고 실무자와 개발을 진행하는 프로덕트에 대한 관점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한 웨비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도메인을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말 것. 사용자의 문장을 다시 확인하라. Task A를 한다는 말 안에는 실제로는 수많은 전제가 숨어 있다.”

무척 공감하는 말이다. 인터뷰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확인해보면 그 뜻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던 게 너무 많았다. 또 어떤 부분은 개발 상에서는 맞지만 사용자의 업무 흐름 상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서 유저 인터뷰는 큰 도움이 된다.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자주 물어보고 자주 공유한다.


정돈된 데이터를 마냥 기다리지 않기 : 디자이너는 근거를 만든다


디자이너가 근거 없이 말하는 순간 디자인은 취향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근거가 생기는 순간 디자인은 전략이 된다. 또한 데이터는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지기 위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 언어였다.


데이터가 내게 오지 않는다면 자급자족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보다 재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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