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9일 자택에서 만난 두인용씨(29)는 절연장갑을 벗으며 악수를 청했다. 막 환풍구 교체를 마친 참이었다. 손 씻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들어간 화장실엔 절연테이프와 피복한 전선 잔해가 놓여있었다.
두씨의 잠들기 전 리추얼은 웹툰 보기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웹툰 보기를 접었다. 최근 쿠팡서 구매한 햄머드릴 사용하는 데 빠졌다. 햄머드릴 없이 셀프시공은 불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두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인용은 실명이 아닌 활동명으로 아는데요
=네. 이니셜로 하면 DIY. 스스로 한다는 의밉니다. DIY에 소질을 보여 짝이 붙여줬어요
-첫 등장씬은 어땠나요
=커텐을 혼자 설치한 게 시작이죠. 저번 주말이 짝꿍이 부모님과 함께 집을 방문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집이 지저분한테 흰 커텐이라도 달면 좀 괜찮을까 싶었죠. 있던 전동드릴로 자줏빛 극혐 블라인드를 떼고 커텐을 박고 나니 뭐든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겨버립니다
-커텐만으로 그런 활동명이 붙진 않았을 것 같네요
=네. 그 후 집에서 많은 것들을 뜯어내고 싶어졌어요. 절대 쓸 일 없을 것 같은 식기살균기나 문짝 떨어져나간 화장실 선반 같은 것들요. 평일엔 시간이 부족해 살라미 전술을 썼습니다. 아침에 살균기 나사를 풀어놓고, 퇴근해선 짝꿍과 함께 나머지 제거를 하는 식이었죠. 꼴보기 싫은 거 빨리 다 떼고 싶었어요
-유튜브 박사시라고요
=ㅎㅎ저는 매뉴얼을 숙지하고, 이걸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고 일을 벌입니다. (뿌듯) 유튜브엔 많은 숨은 고수들이 있기 때문에 자주 참고합니다. 어제 한 화장실 타일 뚫기라던가 환풍구 교체도 유튜브로 배웠죠
문제의 햄머드릴
-화장실 벽을 뚫었다고요?
=(직접 들어보이며) 햄머드릴을 샀습니다. 얼마 전 집 조명을 교체해준 베테랑이 쓰는 걸 보고 뽐뿌가 와 샀어요. 못만 박는 게 아니라 벽도 두두 때립니다. 이걸로 어제 화장실 타일과 거실 콘크리트 벽을 뚫었습죠
-과연 두인용씨네요. 짝꿍은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비교적 쉬운 드릴 작업부터 가구 조립 등을 함께 했어요. 짝도 성격이 꽤나 급한데 또 '흐린 눈'도 꽤나 잘합니다. 매일 조금씩 일을 벌이는 저와 스타일이 좀 달라요. 과속하는 저와 함께 작업하다가 웃음 잃은 모습도 봤슴다
-쉽게 웃음 잃는 스타일이 아닌 거로 아는데요
=ㅎ. 아무고토 안하고 쉬고 싶다던 일요일에 조명업자를 불러 3시간을 일했어요. 콘크리트 가루가 날려 짝은 동공이 풀린 채 바닥을 쓸고 닦더군요.. 어제도.. 화장실 선반 달 때 옆에서 꼬르륵 소리 나는 걸 듣고 못 들은 척 했습니다..
-난관이 좀 있었군요
=그래도 짝꿍은 저를 응원하고 북돋아줍니다^^. 다이소에서 3만원어치 공구를 쓸어온 날 "잡상인 출입 금지"라면서도 다 필요한 거 샀다고 반겼어요. 눈은 풀렸지만서도 "하고 싶으면 해" 응원해줘요. 쉬고 싶다면서도 막상 일 벌어지면 줄자 들고 옵ㄴ..
-두인용씨 손을 거친 집을 보니 어떠세요
=(엄지를 세우고 활짝 웃으며) 어디 40살 된 아파트 같나요? 밤에 한번 방문하시조. 주황불빛 바bar로 바뀝니다. 어제 벽 선반도 설치해서 빔프로젝터로 닌텐도 링피트도 가능해요. 입장료는 오십만원입니다
두씨 인터뷰를 지켜보던 동거인 임씨는 손에 붙은 인테리어 접착제를 긁어떼며 말을 얹었다. "아침에 슬쩍 화장실로 가더니 '어~ 더 자~' 하길래 나갈 준비하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드릴 소리가 나대요. 화장실 선반을 모조리 해체해 잔해를 쌓아두곤 웃는데... 어이가 없었어요. 세상 그렇게 행복한 얼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