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어느날 밤 9시. 방문을 어려워할 법한 시간에 관리사무소 아저씨 두 분이 벨을 눌렀다. 성큼성큼 들어와 다용도실 문을 열었다. 아앗 그곳엔..
아파저씨는 한동안 괜찮았다. 화장실 선반과 환풍구 교체를 마지막으로 문제가 없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아파저씨의 병세가 다시 짙어졌다. 물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리터럴리 물을 넘겨내지 못했다.
다용도실엔 세탁기가 있다. 늦가을까지도 빨래는 수월했다. 그러던 12월, 갑자기 세탁기 호스가 울컥울컥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연말 해외여행을 다녀와 빨래를 산더미처럼 넣고 최대 물높이로 돌린 1월 1일. 호스에서 끔찍한 소리가 났다. 우과과과과 우게게게게 굴떡굴떡 파아아아아.
다용도실은 물바다가 됐다. 배수구와 연결된 호스가 위로 들뜨고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을 배수관이 그때그때 마시질 못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며칠 뒤 조심스레 물높이 5로 빨래를 돌렸다. 미스터 두는 출근. 재택하며 남아있던 임씨는 또 한번 재앙을 목격하고 마는데.
관리실 기사님도,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도 답이 없댔다.
"거 아파트 너무 오래 되서 찌꺼기 때문에 그래요.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파트 부숴야지. 우리가 그거 뚫으려하다가 아랫집 천장 뚫려요. 발포제 넣고 물 펄펄 끓여서 찌꺼기라도 내려보셔~"
네???????????????????????
그래서 쿠팡으로 발포청소제도 사고 명동 다이소 본점(본점이라 간 건 아님)에서 배수구 청소갈퀴도 샀다. 소용이 없지 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싱.크.대도 수영장이 돼버린다. 설거지 하려면 20초에 한 템포는 쉬어야.... 짝꿍이 설거지 하면 옆에서 "으악 또 시작이다. 웩. 물 끓일게"를 외쳤다. 그날 먹었던 음식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싱크대. 극혐이었다.
ㅎ
다용도실은 여전히 물바다. 쌀포대를 다 거실로 대피시키고 찬 물에 발 담그고 건조기 돌리길 며칠. 관리사무소 아저씨 두 분이 집을 방문한 것이다. 아랫집이 천장에 물이 샌다고 했다고. 아저씨들은 마침 수심 1~2cm의 웅덩이가 만들어진 현장을 포착하고 만다.
이대론 안 된다. 다음날 '클린배수구' 사장님을 모셨다. 오랜만의 베테랑.. 최선생님은 거대 청소기 같은 연장을 갖고 들어와 배수구에 연결하더니 먼지찌꺼기들을 한참 빨아들였다. 세탁기 시험운영으로 물이 콸콸 내려가는 걸 확인. 다음은 싱크대. 한참을 거실 바닥에 엎드려 배관 생긴 꼬라지를 보던 최선생님은 익숙한 말을 또 했다.
"하~~~~~~ 이거 은마맨치로 상당한데요" 대충 배관이 너무나도 깊은 U자로 생겨먹어서 물이 콸콸 내려가기 힘들다는 얘기. 싱크대하고 세탁기 물이 밑에서 만나갖고 내려가기 때문에 동시에 쓸 때 더 넘쳤을 거라는 얘기. 선생님.. 방법은요? 딱히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이제 아파트에게 사망선고 때리고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얘기.
최선생님을 보내드렸다. 세탁기 물이 역류하지 않는 선에서 연명하기로. 그날 오전을 아파트 배수 치료 (내 입장에선 금융 형벌)를 하는 데 다 썼다. '해치웠나.....' 하면서 점심을 준비하던 그 때. 누가 문을 두드린다. 벨을 누른다. 다용도실 창문 너머로 "계세요?" 묻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