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니 여타 문제니 해 싸움나서 피까지 보는 흉흉한 세상에 든든한 동행인이 틀림 없어 뵜다. 대략 위협적이진 않은 내 모습에 머쓱해진 아저씨, 되레 아들래미를 모른 척하고 폰을 꺼냈다.
"천장서 물이 새요ㅠ" 아저씨는 물 뚝뚝 떨어지는 영상과 약간 물 먹은 천장벽 사진을 보여줬다. "안 그래도 오전에 배수구 뚫었어요ㅠ" "잘하셨는데.... 위에 천장이 이미 물을 먹었네요ㅠ"
쩝 ^^. 보니 딱 우리집 다용도실 배수관 부분이 약간 노랬다. <아랫집 누수 때문에 도배값 물어준 후기ㅜ> 등의 글들이 떠오르는 모먼트.
저도 임차인이라..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해놓고 나가야 해서요.. 아저씨는 치트키를 썼다. '피차 임차인이니 내 상황 니 상황 쌤쌤 알자녀'. 나의 임대인과 한번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누수 사진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고, 은근 안심한 눈치의 아저씨를 돌려보냈다. 하~ 아침에 배수구 치료에 십수 만원 썼는데 이번엔 아랫집 도배까지?! 도대체 이 아파저씨 어디까지 나와 짝꿍을 괴롭히려고?
숨고와 당근마켓을 뒤지다 양심적으로 보이는 고수를 찾았다. 최대 28만 원까지 들었는데 이 베테랑은 18만 원을 불렀다. 재택 중이라는 아랫집 아저씨와 컨택, 베테랑을 대동하고 찾아갈 날짜를 잡는다..
퇴근한 짝꿍에게 상황 설명했다. 도대체 이사온 지 반년도 안 돼 무슨 난리인 것이냐? 필시 이것은 임대인에게 알려야 한다... 수리비 부담도 부담인데 우리가 이 집을 소생시키고자 어떻게 분투 중인지 인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단 생각. 심호흡한 두인용은 임대인과 통화를 시도한다.
장장 10분간의 통화. 옆에서 들리는 바를 종합하면 대충 잔소리. 다 집주인이 해주는 경우는 없다.. 집이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임차인이 알아서 살아야지!! 어디까지 다 고쳐줄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이니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고.. 이번엔 일부를 부담하겠다.. 이제 이걸로 그만.. 으아으악으아으악
잔소리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짝꿍이 반가사유상의 얼굴로 거실을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갸륵하게 쳐다봤다. 임대인은 다소간의 비용을 부담했다. 이제 연락하지 맙시다ㅠ.
아파트 지어진 지 40년. 지금 임대인이 이 집 소유했던 유일한 사람은 아닐 터. 이 집서 거주한 임차인은 더 많았을 터. 이 집 건강의 돌봄 주체는 정확히 누굴까. 집 주인일까, 거주자일까.
이틀 뒤 도배 베테랑과 아랫집을 찾았다. 동에 서에 번쩍하던 아들래미는 없었다ㅎ.
천장에 손바닥 크기만한 오염을 직접 확인. 베테랑은 손이 빨랐고, 임차인들 마음은 비슷했다. 부분 도배라 솔직히 살짝 티가 났다. 그러나 아랫집 아저씨는 다 됐고, 고마웠고, 안녕히가시라-고 했다.
"아저씨도 저정도면 됐다 싶었나보네ㅎ" 이제 세탁기 안심하고 돌려요. 물 안 새요.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