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신건강 상담실을 통한 변화

by 성장캐 이세상

6장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약물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약물치료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기능의 손상을 보완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다시 설명하면, 사람이 태어나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이 있으며, 그 기능을 점차 발전시켜 가며 생활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생기면서 기존의 기능의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정신질환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기능적 손실에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물론 상담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물론 상담을 하고 있지만, 상담치료의 경우에는 긴 시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물치료와 병행할 경우 가장 효과적인 결과가 나타날 때를 많이 경험했다.


천천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을 습득하면서 살아간다. 기능은 수학적 사고, 문맥적 사고, 대인관계 기술, 업무적 기술 등 다양하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기능들의 습득 속도는 낮아지고, 습득한 기능들을 좀 더 갈고닦는 기술이 향상된다. 그때 전문가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정신질환이 찾아오게 된다면 기능의 손실이 발생한다. 사람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다른 기능의 손실이 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떤 기능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정신질환이 찾아오면 기능의 손실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정신증의 영역인 조현병과 양극성정동장애, 망상장애 등의 분류에 속한 질환이 올 경우 더 큰 기능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예외의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다.

이렇게 기능의 손실은 어디까지 발생하는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기능에서 어느 일정 부분의 손실이라면 다시 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예를 들면 (-)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때에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그 공간을 메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질환이 뇌의 질환이라고 불리는 만큼 약물치료로 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 이후에 상담치료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기능들을 하나씩 다시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가장 빠른 길이고,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을 하면서, 빠르게 빠르게 효과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기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다는 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라는 속담이 있다. 급하면 지름길로 가고 싶고, 뛰기도 하고 싶다. 하지만 속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급하면 모든 결정이 이성적이지 않을 수 있고, 이성적이지 않다면 도착지에 도달했을 때, 후회를 하게 되는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빨리 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이다. 급하면 체하게 되고, 급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급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번외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급함을 이용하는 것이 홈쇼핑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매진이 곧 임박합니다."

"이번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가슴이 뛰게 되고, 무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내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챌 때가 있습니다.



약물치료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정신과적 증상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꼭 배척해야 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약물치료의 오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신과 약물은 중독된다.

둘째, 정신과 약물을 오래 먹으면 멍청해진다.

셋째, 정신과 치료를 하면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넷째,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다섯째, 정신과 약물은 몸에 해롭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일 겁니다. 내담자 본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주변인들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들로 인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내담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주로 부모님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를 흔하게 만나게 됩니다.


첫 번째로 정신과 약물은 중독되는 약물이 일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적정용량을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약물사용을 점검합니다. 그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독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약물이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약물을 중단하였을 경우 조절되던 뇌의 기능이 불안정해지면서 부작용처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정신과 약물을 오래 먹으면 멍청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약물은 작용과 부작용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약도 복용하면 졸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듯이 정신과약물도 작용과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작용으로 다소 멍해 보이거나,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용과 부작용의 면에서 점검하며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이는 부작용 이면에 적절하게 작용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작용이 심하다면 주치의와 꼭 상의를 해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로 정신과 치료를 하면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고들 많이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본인의 치료이력은 타인이 볼 수 없습니다. 치료이력을 본인의 동의 없이 확인하였다면 불법적인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로는 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신과치료 이력을 빌미로 취업 제한이나, 근무에 악영향을 주는 회사라면 좋은 회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드립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지고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점검하고 치료를 권장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회사 내의 복지제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더 열심히 일하는 동력을 제공하여,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로 정신과 약물은 주치의와 충분히 조절 가능합니다. 정신과 병원에 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내원하고 치료를 받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프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괜찮은 사람을 계속 병원에 오게 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나본 정신과 의사들은 그러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완화되고, 일상생활의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약물을 줄이거나, 단약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약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점검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1년에 한 번(혹은 2년에 한 번) 신체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아프지 않아도, 증상이 있지 않아도 점검을 받는 것은 필요한 방법입니다.


다섯 번째로 정신과 약물은 몸에 해롭다는 오해가 많습니다. 혹은 독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모든 약물은 작용과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부작용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연구를 통하여 부작용을 낮춰주는 약물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가 감 당할 수 있는 부작용의 정도를 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작용을 최대화하는 약물 조절을 하게 된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생각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를 하지 않게 된다면 적절한 치료시기(골든타임)를 놓쳐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결정저울(장점과 단점을 나열하여,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선택을 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방법)을 통한 결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약물치료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약물치료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의 선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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