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상담실을 통한 변화
5장 핵심문제 직면하기: 회피를 멈추는 법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제를 맞닥뜨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문제를 달가워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다. 예전 같으면 없다고 이야기했을 법한데, 최근에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해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지 않다고 표현하게 된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나는 그동안에는 문제를 많이 회피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으며,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제의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자연감소하는 경험을 조금 해보니, 문제를 직면하기보다는 조금 두는 것, 회피의 기술을 썼던 것 같다.
회피의 사전적 의미는 1) 꺼리거나 피함, 2) (법률) 법관이 일정한 사건의 재판에서 공정성을 잃을 염려가 있어, 그 사건을 맡지 않거나 배제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회피'란 어떤 상황, 사람, 감정, 문제 등 직접 마주하기 어려운 대상을 피하는 행동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동양철학인 유교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봤다. 어려움을 피하기보다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군자의 자세라고 여겼다. 반면 불교에서는 '회피'를 지혜로운 거리두리고 볼 수 있다고 여기며, 고통을 일으키는 집착을 피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서양 심리학인 20세기 초 프로이트는 회피를 방어기제 중 하나로 설명했다. 불안하거나 위협적인 생각을 피함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동양과 서양에서의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이 '회피'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겠다.
장점으로는 감정 폭발이나 갈등을 일시적으로 막아주며, 심리적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다. 즉각적인 불안의 완화 효과가 있으며, 지나친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자아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며, 관계 단절이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 불안이 커질 수 있으며, 자기 효능감이 저하될 수 있다.
장점으로는 현재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좋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반복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즉, 회피는 단기적으로는 보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에도 작성했지만, 회피를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장점이 더 크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정신건강 상담실에 내소하는 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회피를 사용하다가 더 이상 문제가 커지고, 해결되지 않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핵심문제를 모르는 경우도 있으며, 주변의 문제들을 다루느라 핵심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상담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꺼내어 보려고 한다.
내담자에게 글을 써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급적 내가 작성을 해준다. 솔직히 내가 쓰는 것에는 스스로의 검열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담자가 이야기해주는 걸, 상담자는 정리하면서 받아 적는다. 분류가 필요한 상황,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구분, 과거와 현재의 문제 등을 분류하며 적어둔다. 내담자들이 본인의 문제가 정말 많으며, 나열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도 직접 적어서 분류를 한 후 내담자에게 제공하면, 의외로 고민과 문제의 개수가 적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많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중복되는 문제,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정리하면, 논에 보이는 문제들로 구분 지어진다. 그런 다음 내담자가 우선순위를 번호를 적어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상담자도 우선순위 번호를 작성해 본다. 둘의 의견이 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다른 경우 서로 토론을 통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상담자의 경우에는 과거의 문제보다, 미래의 문제보다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왜냐하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담자의 경우에는 과거나 미래의 문제를 더 크게 바라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차이이기도 하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앞에서도 적어놓았지만, 그동안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우리의 뇌는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시도부터,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해두어도 잘 안 되는 것을 기본값으로 가져가고,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노력해야 할 부분들을 다음 상담으로 가져간다. 과정에서의 성공을 다루어주며, 결과로써 실패를 인식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 움직일 때 성공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그러한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쓰고 있던 방어기제 '회피'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잘 다루어서 쓴다면 지금의 어려움의 해결이 조금 더 부드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