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당일은 끝이 없다.

아이고 죽것다!

by 시안

일단 마당일을 시작하면

일에서 손을 놓기가 쉽지가 않다.


아침나절 비가 오락가락하길래

어제 하다만 잡초제거를 마저 해야지 한 것이

낮 열두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땡볕이 쨍쨍 내리쬐는 동안

한마디로 죽을 고생을 했다.


무심도 했지.


저 마당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가막살나무 뒤에 이름도 잊어버린 나무는

내가 무심하게 내버려 두는 동안

내 키보다도 한참을 자라 있었다.


크고 작은 풀들이 뒤엉켜있는 덤불 속,

환삼덩굴과 칡덩굴이 얽힌 실타래처럼

환장 나게 뻗어있는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

가시나무에 긁혀가며 잡초를 뽑았다.


비 온 다음이라

그 밑은 어찌나 습하던지

마치 내가 열대밀림숲 어딘가에서

길을 개척하며 나가는 탐험가 같았다.

거기다가 매서운 풀 모기까지 말이다.


한번 낫을 손에 쥔 나는

내 앞에 펼쳐진

밀림 덤불 속에서

ㅡ가정집 마당이 밀림이라니.ㅡ

우거진.

심하게 우거진.

아주 지들 멋대로 번성한 잡초를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며 기를 쓰며 뽑아냈다.


가랑비가 그치고

땡볕이 쏟아졌다.


베테랑 땅지기들도

한 템포 쉬는 땡볕인 그 시간에

뒤늦게 발동 걸린 난

얼굴이 벌거지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무식하게 일을 했다.


이러다가 나 죽것다 싶을 때쯤

한 번씩 마당 데크로 올라와서는

아이고오오 죽것다! 하면서

데크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대자로 쫙 뻗었다.


데크 위에 사지를 벌리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가랑비 그친 파란 하늘엔

말 그대로 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이 흘러갔다.


어제 우리 집에 와서

심난한 잡초 밀림을 본 친구들은

야. 야. 사람 써라.

어디 저거 너 혼자 하것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친구가 오늘 오후

다시 우리 집에 잠깐 들렀는데

어제 오후부터 오늘 내내

내가 개척해 놓은

정리돼 가는 마당 밀림숲을 보고는

허얼. 독. 한. 년! 한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독하다.


내 팔과 다리는 억센 가시에 긁혀 난장판이고

내 손과 손톱은 시커멍한 흙들로 꼬질꼬질하여

그야말로 험하기 그지없는 꼬락서니가 되었다.


내일은 잔디를 좀 줄이고

풀덤불 속에 파묻혀서 겨우 깔딱 깔닥 숨 쉬고 있는

꽃들을 모아 다시 꽃밭을 만들 참이다.


독한 것의 끝이 어디까진가 보라.

흥!

이것은 시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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