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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03. 2024

나는 자격증을 딸 터이니, 당신은 돈을 버시요.

지.인.지.조 스텝1

아주 호기롭게

또는 오기로

지도자 자격증이라는 자격증 시험 접수는

죄다 신청해놓고 그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학교에서 수업 받으면서 자격증 시험 준비하는건

내가 맡아서 하는게 맞는것 같아.

ㅡ말 타는 기승술은 당신이 더 뛰어나지만ㅡ

당신 마장에서 필요한 자격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딸테니

당신은 마장 운영하는데 집중하는게 어떨까.


자격증따려면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되고

수업을 들을려면 하루 종일 학교 실습 마장에서

있어야 해.

당신.

말똥 치우지 않는 자. 말 타지도 말라.알지?

당신이 마장 살림살이 꾸려가면서

학교 시스템을 따라가며 시험 준비하는건 어려운것 같아.

ㅡ말똥앞에 일말의 자비라곤 없는게 학교쟈나ㅡ

그건 내가 할께.

당신은 마장 운영하는데 집중해.

시험 접수날 나는 남편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ㅡ지.인.지.조, 스텝 1 ㅡ




말과 바람이 나서 마장 살림 차린 남편은 남편대로

내 가족들과 13마리 말들과 개한마리와 고양이 세마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장에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인생이 그렇다.

종종 만나서 꽁냥 꽁냥 연애질 할땐 좋아도

막상 바람난 대상과 살림을 차리는 순간,

그때부턴 일시적 쾌락을 누리는 연애가 아니고

본인을 홀려서 살림차린 상대를 먹여 살려야하는

쎄 빠지는 생활이 시작되는 법이다.


그러한 처지에 있는 남편은

자기가 나에게 바람난 말들 데리고

나. 이제 이런 인생 살란다.선언했듯이

자격증은 내가 딸라니까 당신은 마장에 집중해.

라는 나의 선언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나는 남편에 비해 말 타는 실력뿐아니라

말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이고

체력도 담력도 턱없이 부족해서

실은 자격증은 남편이 따는게 더 수월할지도 몰랐다.


나는 학교에서 생활을 할때 여러 요인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었으나

단 한번도 남편에게 내가 그와같은 처지에  있다는걸 내색하지 않았다.


남편이 내가 학교생활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어왔다는것을 안것은,

제일 어려운 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내가 삼수째 치루던 . 그때였다.

그것도 실기 시험 치루고 집에와서 3시간동안

활 화산처럼  터져버린 마눌의 엄청난 통곡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입학한지 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을때 였다.

ㅡ그때까지 혼자 참아내다니!

내가 생각해도 난 엄청나게 독한년인 것이다.ㅡ


마눌이라면 그래도 평생 귀한 사람대하듯이

대해온 남편이다.

그런 내 마눌이 학교에서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걸 알았더라면

남편 착한 성정에 내가 마눌을 고생시키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혼자 마음속 상처를 입을까 겁도 났다.

어쨌건 남편이 이 지옥속으로 강제로

나를 떠민건 맞으니 말이다.

ㅡ마눌 마음씀을 보라.천사가 아니고 무엇이랴.ㅡ


나는 그랬다.

한달간 학교 생활을 경험해보니 만학도들에 대한 배척감과 무관심들이 정말이지 노골적이었다.

남편까지 이런 시스템에 끌어 들여서  자존심 상한 그 과정들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더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야 C!  내 남편은 건들지마 C!




이제부턴 실전이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전쟁을 앞둔 힘없는 늙은 병사처럼

나는 준비도 지식도 볼품 없었지만 전투를 치르기 위해 차근 차근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내가 저질러 놓은 자격증 3개 필기 시험이

몇일 간격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론 과목 책들을 사 모아서 식탁위에 척척 쌓아 놓았더니 시험 관련 이론 책들은 히말라야 산마냥

높고 까마득 했다.


시험을 치뤄본게 언제드라?

와 씨. 걸 언제 다 공부하지?

이론서들을 펼쳐보고 첫장을 읽다보니

전공 언어들이라 이건 분명 한국말인데

아프리카 말도 아니고 아랍 말도 아닌것이

이해하기가 아주 난감했다.


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

태초부터 말이 있었네.로 시작해서 전세계 온갖 말들에 대한 내용들.ㅡ

말 질병 관리에 관한 지식들

ㅡ오뭬. 이건 수의대 공부고ㅡ

말산업에 관련된 법률.

ㅡ법률이다.법률!

산업관련 법률 몇조 몇항 어쩌고 쩌고가

수백 페이지로 똘똘 뭉쳐서 나를 비웃었다.

너 한번 죽어봐라.하면서.ㅡ


젠장!


그것뿐이랴.

스포츠 윤리학. 체육사.스포츠 사회학.스포츠 교육학. 운동과 생리.어쩌고는

ㅡ물리.화학.생물.윤리.사회.역사.교육학.ㅡ을

총 망라했다.

그렇다. 명백했다.

난 X된 것이다.




식탁위에 쌓인 히말라야 책들을 팔짱을 끼고

한참 째려보다가

필통과 형광펜과 지우개와 포스트잇과

형광 마킹 쪽지들을

내 부대 군사들마냥 주욱 나열했다.

제군들. 준비 됐나?


딱 한달이 부족하게 남은 시험 준비기간이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실망스럽게도,

ㅡ스토리가 흥미진진하려면 돌머리여야 하나.ㅡ

나는 여러분들 기대와는 다르게

머리가 나쁘지 않다.

돌머리는 아니란 얘기다.

이론서들을 앞에 놓고 이해가 안되서 혼자 울고 불고하면서 확. 시험 포기해부까 마까.했으리라 기대했겠지만

아니다.

난 안 그랬다.


난 동화책 책 먹는 여우.주인공 여우처럼

이론서들을 씹어먹으며 하나 하나 조져나갔다.

자근 자근.

질겅 질겅.


시험 준비기간에도

말똥은 치웠다.

언제는 말똥을 안치웠겠는가만은.

역시나 여전히 말 위에 똥 멍충이처럼 앉아서

말을 타고 있는 나를 수천번 자책하면서

자존감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무수한 욕을 얻어먹으며 기어이 말을 탔다.


그리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남은 시험기간  동안 줄곧 꼴딱 밤을 새가며

책을 팠다.

시험  전날이 되었을 때

이론서들을 좌라락 넘겨보니

손때가 묻어 책은 부풀었다.

각 페이지마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형광이 번쩍거렸고 책 모서리마다 형광 마킹 종이가 조로록 했다.




그렇게 시험을 쳤고 발표를 했다.

세가지 자격증 모두 합격점을 훌떡 넘어서 아주 여유스럽게 패스를 했다.

학부 단톡방에서 시험전 시험 접수를 한 자들을 재촉하고 확인했듯이 결과가 발표되자 다시 합격자들 생존 확인을 재촉했다.


확인해보니 1학년 만학도중 생존자는 나와 내 친구 두명뿐이었다.그리고 그 중 세가지 자격증 모두

생존한 자는 나 혼자였다.

필기 시험이 다들 의외로 어렵다고들 했고 생존자도 많지 않았다.

20대 어린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도자 자격증들은 필기보다 실기가 패스하기 힘든 자격증이었다. 실무 자격증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필기를 지나면 1차 실기가 기다렸고 그걸 지나면

2차 실기가 나도 넘어봐라.하면서 기다렸다.


실기 1차는 말을 타고 실기를 치루는

마장마술 시험과 1미터 10센티 장애물 점핑도 시험도 었다.

이것은 머리로도 안되는 것이고

온몸으로 기승술을 익혀야 패스가 가능했다.

게다가 그날 시험 짝꿍이 되는 말과 호흡을 맞춰서

함께 시험을 치루는 방식이었다.

ㅡ승마니까 당연하다. 말이랑 같이 시험을 친다.




승마에는 마칠인삼.이라는 말이있다.

ㅡ말이 7.사람 실력이 3.ㅡ

즉.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날 말 기분이 안좋거나

컨디션이 안좋을경우는  실력이고 뭐고

기냥 꽝.이된다.


반면.

실력이 좋은 말을 탈땐

ㅡ교육이 잘된 배운 말ㅡ

말이 잘해주면 사람의 실력에 얹어져

결과가 아주 좋을수 있는걸 뜻하는 말이다.


말은 시험에 맘이 너그럽지가 못해서

사람이 멈추고 싶은 시험 타이밍에

내가 달리고 싶으면 기냥 달리는 생명이고,

사람이 달려야 되는 시험 타이밍에

내가 멈추고 싶으면 멈출뿐인 생명이다.


마장 마술 실기 시험은 이런거다.

사람이 달리고 싶을때 말이 달리고

사람이 15미터 지름 원을 똥그랗게 그리고 싶을때

정확히 말이 한치 오차없이 15미터 원을 똥그랗게

그려야 한다.

심지어 달리면서.


사람이 달리고 싶 정확한 지점에서

한치 오차없이 말이 달려야하고

사람이 달리다가 멈추고 싶은 지점에서

말도 달리다가 정확하게 그 지점에서 멈춰야 된다.


말을 타고 약 10분간 정해진 규격 마장에서

정해진 코스를 정확하게 수행하는것

그게 마장마술이다.

그걸 실기 시험으로 본다.

장애물 점핑 코스까지 포함되는 지도자 자격증도 과정은 마찬가지다. 추가되는건

말을 타고 1미터 높이 장애물을 뛰어넘는게 포함된다.




필기를 패스하자마자

실기 접수를 했고

앞으로 실기 시험까지 나는

또다시

무수한 삽질을 하면서 말똥을 치워야 하고

무수한 욕을 얻어먹으며 말을 타게 되는거였다.

ㅡ그래도 그 와중에 뭐라도 배우것지.ㅡ


유일한 필기시험 생존자 만학도 중

나보다 10살 많은 내 친구는,

말똥 삽질과 예약된 지적질과

하루 종일 중산간 마장에서 유배되어

실기시험 준비할 자신이 없어서

외부 사설 승마장에서 말을 빌려서 연습하고 시험 준비할란다.하면서 학교에서 도망쳤다.


만학도 중 나 혼자

중산간 독립적인 공간에 갇혀

말똥과 싸우고

말과 싸우고

또라이들과도 싸우고

나의 내면과도 싸우면서 실기 시험준비를 하게 됐다.


친구는 학교를 도망치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친구야. 살아서 시험장에서 만나자.ㅡ


A C! 비겁한 인간!

중산간 숲속에서 친구는 말똥치우다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거냐!

친구야.

돌아와아아.돌아오라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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