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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03. 2024

쌤은 지금 아아아아무 생각없이 말을 타고 있잖아요.

몸은 청춘이 아닐지라도 가슴속 열정은 청춘이다.


ㅇㅇ쌤!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말 위에서 자세를 신경쓰며 내 운동에 초집중해 있을때 조교가 멀리서 나를 불러세우며 소리쳤다.

입학 첫날 비웃음 사건이후로 그렇찮아도 잔뜩 주눅이 든채 말을 타던 참이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나를 향한 말이라는걸 알았다.

네?

쌤!

쌤은 지금 아아아아아아아무 생각없이

말을 타고 있잖아요!!!

생각을 쫌 하면서 말을 타세요. 생각을요!


야. 이느므 조교 시꺄.

내가 아무리 니 눈 보기에

개똥같이 말을 타고 있기로서니,

아아아아무 생각없이 말을 타고 있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시꺄

(라고. 내지르고 싶었으나 하고 싶은 말은 꾸욱 삼키고.)


그 말이 내 기분을 무척 상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입학당시에 모든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승마를 다시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진 상태였다.


아. 눼눼. 조교님. 당신이 옳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아아아아아무 생각없이

개똥같이 말을 타고 있습니다.

라고 나는 받아 들였다.




교수들이 수업할 때  조교가 티칭을 도울때도 있었고  자율 기승시간에는 조교가 주로 학생들을 티칭을 다.


조교는 매우 드라이한 인물이었다.

수년간 이 학교에서 그가 만학도들과 어떤 에피소드들을 경험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만학도들에 대한 불신이 많았

노골적으로 그걸 표현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척 냉소적이었다.


학생 나이가 많든 적든 하고 싶은 말을 조금도 정화시키지 않고 내뱉는 사람이었다.

매일 듣는 의 무례하고 거침없는 언사 역시

내가 남편 덕분에(우쒸) 등 떠밀려 입학한 죄로

내가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가 됐다.


입학후 첫 학기내내 난 이렇게

운동때마다 엄청난 지적을

ㅡ이라 쓰고 엄청난 욕!이라 읽는다ㅡ

 얻어먹으며 보냈다.

다행히!

나뿐만 아니라 내 착한 동기들도 같은 처지였기에 그나마 위로가 됐다.

(나만 죽을순 없지.)




쉴새없는 지적질이 공식적인 하나의 교육 방식이 될수 있다는 사실도 나는 학교에서 말을 타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 너의 자세는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를 만드니 너의 다리와 손과 어깨는 이렇게  바꿔봐라.

니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것인데

그걸 해결하려면

이렇게 하는것이  문제 솔루션이다.

잘할수 있다. 그니까  더 노력 해봐라.

가 아니었다.


내가 수십년 살아오면서 상식으로 알고 경험하며 행해온, 교육이라 칭하는 행위에 대한 나의 평소 교육관은 그러했다.


인과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해를 시키며 교육을 하는것과 감정이 섞인 지적질은 다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학교에서 기승 수업을 들을땐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생각보다

무수한 지적질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넌 이게 지금 안되고 있잖냐.

니 자세는 왜 그모냥이냐.

이렇게 하라니까! 이렇게 하라고!

. 또. 또. 그렇게 하고 있네.

너 진짜 뇌가 있기는 해?

하는 방식은 교육이라하기도 뭣했고

상당히 폭력적이었다.

짧게 표현하자면 이런 분위기였다.


이해할수 있게 설명을 해주는 교육을 하면

50살 묵은 인생이 어련히 알아들을까.

이건 뭐 유치원생 대하듯이

설명이고 이해고 자시고 떠나서 그냥 윽박지르는 방식이었다.

-시대가 어떤 시댄데 아직도 그 따구 교육방식을 쓰냐.-




학교에 입학해서 학생 신분으로

말을 타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주구장창 지적질은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소심한 인간인 난 차츰 정신적인 내상을 입기 시작했다.


승마는 머리로 이해하는 운동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구현해야하는 운동영역이었다.

심지어

내 몸만 훈련해서 구현하는게 아니라

살아서 지 멋대돌아댕기는 말을 절제시키고 가르쳐서 표현해내는 어려운 스포츠였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짠!하고 결과가 나올수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그럴진대,

어찌 하루 아침에 무수한 지적질에 대한

합당한 훈련 결과가 짠하고 나오겠는가.


매일 매시간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나는 농담이 아니라 이제 내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도 못하는 똥멍충이야.

나는 개똥같이 말을 타는 쓰잘데 없는 인간이구나.

교수나 조교가 무수히 지적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아아무 생각없이

뇌없는 아메바마냥  멍청하게 말을 타는 인간이다.


이렇게 멍청하게 말을 타고 있는 나라는 인간은

밥을 먹을 자격도 없고

숨을 쉴 자격도 없는 인간이네.

맞네.

그러네!

아주 그지같이 말을 타는 인간이어서

오늘 저들에게 이러한 자존감 깨부시는

지적질을 당해도 마땅한 인간이다.

(먼저 가아. 난 이미 글렀어.)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인간아.

나는 왜 오늘도 요모양 요꼴로 말을 타고 앉았냐!

말 위에 아무 생각없이 앉은 똥 멍충이!

말귀 하나 못 알아 듣는 나는

나가 죽어야 되는 인간인갑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적질들은 조용히 나혼자 듣도록 내 귀에만 꽂히는 화살이 아니라 마장 전체 어린 학생들과 나이든 학생들 모두의 귀에 함께 꽂히는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더욱 더

그래애. 이것도 못하는 나는 나가 죽어야 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진짜다.


물론,

조교를 포함한 교수들의 지적은 늘 옳았다.

틀린 말 하나 없었다.

맞는 말이고 합리적인 지적이었다.

설마 조교나 교수가 심심하고 할일이 없어서 나를 쥐잡듯이 잡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학교 체육 교육 시스템을 예상하지도 못했고  익숙치도 않았던 나는,

운동시간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것은 말 타는 자체보다도 당장 내가 견뎌내야 할 숙제였다.

입학전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나는 모든것을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어쨌든 입학때부터

나는 내 승마실력에 대해,

나는 쌩초보입니다. 승마관련한 모든것은

고삐를 잡고 안장에 앉는 자세부터도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습니다.하는 자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선 칼처럼 매몰찬 교육 분위기는 예상 못했고

너무 충격이어서 그 분위기 자체를  극복한다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전문성을 학습하는 학교 체육의 교육분위기는

즐거움이 주된 목적인 일반 승마장에서 배우는 생활체육  교육분위기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비싼 회비를 꼬박 꼬박 갖다바치며 존중받으며 배우는 회원님 승마와

학생신분으로서 수업받는 학교 전문 교육 승마는 다를수밖에 없었다.


지도자의 성격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평균적으로 학교에서 교육받는 승마수업은 군대식같은 스파르타식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학교 체육 지도자들의 전문 승마 교육방법이

승마 특성상 위험이 따르는 운동이기에

냉정하고 단호한가. 

그렇게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 해봤다.


교수들은 칭찬이라곤 1도 모르는 존재들마냥

매처럼 단호했고 칼처럼 냉정했다.

지도자들의 이러한 특성과 분위기에 적응한다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교수들이나 조교가 생각하는 만학도들은

취미활동 연장선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선입견이 워낙 강했다.

만학도들은 가르쳐줘도 뭐 얼마나 잘하겠냐.

그냥 재밌게나 타라.하는 분위기였다.


만학도들을 관심있게 지도해주는 교수는 드물었다.

그것은 거의 매일 매시간 분위기가 그랬다.

교수들의 지도는 대부분 20대 학생들에게

맞춰 있었다.


기승수업때 교수는 실내 마장 중앙에 서서

마장 벽면을 따라 동선을 그리며 말을 타는

학생들을 쳐다보며 원포인트 티칭을 했다.


학생들을 따라 교수의 시선이 따라 움직이며

교수는 그 학생에게 조언을 곁들였다.

말타는 학생을 따라 움직이는 교수의 시선은

그 학생에 대한 교수의 관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만학도들은 대부분 교수 시선 밖에 있었다. 만학도들이 개똥같이 말을 타던 어떻든 관심있게 보질 않았단 얘기다.

솔직히 말해 난 아니꼽고 드러운 기분이 들었다.


배움에 있어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무슨 상관인가.

나이들어 다시 대학에 들어왔다는것은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건 그 사람 나름대로 진지한 동기와 인생 계획이 있는것인데 그들은 관심 없었다.


만학도들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은 딱 두가지였다.

무관심하거나 지적질을 하거나.

나이 먹은 만학도도 배우고 싶어서 학교에 들어온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스포츠 지도자는 모름지기 수행자가 어떠한 심리상태로 말 위에 앉아 있는지.부터 살필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위에 앉은 수행자의 심리상태.

그리고 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를 매의 눈처럼 캐치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수행자가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문제에 대해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해서

수행자 스스로 이해하고 혼자 수백번 연습할수 있도록 격려를 보내는것이 스포츠 지도자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지도자의 품성이고 자질이라 생각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지만 내가 겪은 지도자들은 이러한 교육을 하는게 아니라 감정적인 지적질들을 쏟아냈다.

대체로. 만학도들에겐 더 했다.


이쯤되자 여우같은 나는

학교에서 만학도들을 어찌 인식하고

평가하며 대하는지에 대해 눈치를 챘다.

입학때 가졌던 고급 교육의 기대를

슬슬 접게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학교 수준높은 교육에 대한 나의 기대와 설레임은

점점 사라졌고 실제 수업 진행 상황들과 결과도 늘 그러했다.




내가 이러한 심리적인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입학한지 한달쯤 지나자

학부생 전체가 들어가 있는 단체 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000 지도자 자격증 필기시험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학부생 전체는 한사람도 빠짐없이 필기 시험에 응하시길 바랍니다.


만학도들만 모인 단체 카톡방에도 조교는 공지를 올렸다.


만학도 여러분들도 ㅇㅇㅇ 지도자 자격증 필기 시험에 접수하시길 바랍니다.

경험한다 생각하시고 만학도 여러분들도

모두 접수하시라는 학부장님 특별한 당부가 있었습니다.

필기 시험 접수자는 조교에게 반드시 확인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필기 시험접수 기간이 마감이 되는 순간까지 몇명이나 접수를 한건지

만학도들은 또 몇명이나 접수를 했는지

재촉(격려가 아닌)을 하고 확인을 하고 또했다.

학부생들 자격증 접수 실적에 대한

학부장님의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인 우린 필기 시험 과목에 대한 전문 이론교육(전공 이론 과목)

ㅡ4년간 교육 커리큘럼에 있는 이론 과목들이다ㅡ

1도 받은적이 없었지만

순진하게도 학부장님의 당부라니 

몇몇 만학도들은 경험삼아 해보자 하면서 마지못해서 접수를 했다.




입학한지 한달 후  그해 4월에

내가 접수한 자격증 필기 시험은 총 3개의 자격증 필기 시험이었다.

ㅇㅇ 지도자 자격증은 5과목 이론 시험이 있었고

ㅁㅁ 지도자 자격증은 4과목 이론 시험이 있었고

나머지 ** 지도자 자격증은 3과목 이론 시험이 있었다.


시험과목중에 1도 교육받지 않은 전문 이론 과목은

총 10과목이 넘었다. 시험 과목 전부였다.


학교에서 필기 시험을 접수하라 매일 재촉을 하니 취미형 만학도들은 1개 자격증 시험을 아주 극소수가 접수했다. 경험삼아 해보자며.


나머지 시험을 접수하지 않은 만학도들은 필기시험을 접수한 이들을 향해서 말했다.

ㅡ그거 따서 뭐하려고 해?

아. 그냥 놀면서 말이나 타아.ㅡ


그들과 다른 처지인

생계형 만학도인 나는

전체 만학도들중 유일하게 3개 승마 관련 지도자 자격증 필기 시험 모두를 접수했다.

그것들은 마장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해에 내가 이론과 실기 준비가 되었건 아니건간에 난 그 해에 진행되는

지도자 자격증 일정 모두 다 접수를 했다.

놀면서 말이나 타도 되는 취미형 만학도들과 다르게 나는 그만큼 절박했다.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하기도 했고

오기를 부리는것 이기도 했다.

나이든 학생이라고 무시해?

어디한번 지켜봐라!


나. 자격증은 기어코 따야겠다. 생각했다.

남편 마장운영에 자격증이 필요하기도 했거니와

교수든 조교든 젊은 학생이든  늙은 학생이든

만학도들은 슬렁 슬렁 학교를 다닌다.

다녀야 된다.

다닐껄?

다닌다고 생각해.

다닌걸 봤어!

다니드라.

다니던데?

다니려고 작정하는게 분명해. 등등

만학도에 대한 이 웃긴 편견도 깨부시고 싶었다.




불타는 가슴은 청춘이요 용기는 가상했으나

몸은 청춘이 아니라 이제 오십줄이었다.

자격증 시험 과정은 토가 쏠리도록 죽도록 힘들었다.


옛말 하나 틀린거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다.

나는 무식했고 겁나 용감했다.


자격증들 시험 접수는 지옥으로 가는 직행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지옥행 티켓 쿠폰을 자발적으로 남발날이기도 했다.


자격증 시험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

지옥으로 향하는 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왔다.

나는 한발 한발 지옥 불구덩이 아가리 속으로

지.인.지.조 하고야 말겠다고 걸어들어갔다.

(또 얘기하지만 지인지조란,

지 인생 지가 조진다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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