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대응은 딱 삼세판이다.
똘녀는 건초 씹는 말 옆에서 외로운 독도가 되었다.
살다보면 그냥 알게 된다.
어디든지 또라이종 하나씩은 공평하게 있다는 것을. 어디엔 있고 어디엔 없는게 아니다.
언제 어디에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곳엔 없다고 확신이 든다면
그렇다. 내가 또라이종일 확률이 높다.
또라이종이라해서 사회에 민폐만 끼치는건 아니다.
민폐만 끼치다니 그럴리가!
그들도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있다.
또라이종이 있는 곳엔 그를 제외한 조직 구성원들은 반드시 연대한다.
연대를 하자 해서 하는게 아니고 그냥 연대가 된다!
그것도 겁나 탄탄하다.
또라이종들은 세상을 아주 라이트하게 산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하기 때문에
결코 공황장애가 온다거나. 우울증을 앓는다거나,
불면증에 시달린다거나 하는 일은 1도 없다.
원래 또라이종은 편안한 법이다.
늘 편안하다.
정상 인간들만 미치고 팔짝 뛰는것이다.
대화가 된다면 어떻게라도 좀 해결해볼 여지가 있을터인데,이건 당췌
그것들은 대화가 안된다.
무례한 것만 하면 좋겠는데
심지어 무식하기 까지하다.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조직의 높고 낮은 자리와 상관없다.
일관적이게 하는 행동이 그냥 무식하다.
교양이라곤 쥐똥만큼도 없는 생명들이
바로 또라이종이다.
그럴때 인간들은 어떻게든지 살고자
누구라도 잡고서 하소연한다.
저 또라이종이 본인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얼마나 죽을 맛인지,
저 인간은 왜 귀신이 와서 안잡아 가냐.한다
그러다가
야! 너두? 야! 나두!하면서 공감이 터지는 순간.
자석에 철가루들이 차락차락 들러붙듯이
조직원 인간들의 연대가 시작되는거다.
인간의 문명이 발생한 이래로
신석기 시대때도 옆집 움막에 또라이종이 살았다.
삼국 시대에 고구려 안시성이 당나라 공격받을때
전쟁통인 그 성안에도 또라이종이 있었다.
고려시대,조선시대, 개화기, 6.25전쟁때도 역시,
옆집, 동네, 옆 마을에도 또라이종은 살았다.
태초부터 또라이종들이 있었다.
인간들은 그들에 대응해 살아남고자
강력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인 연대를 해온것이다.
또라이종의 역사는 이리도 깊다.
그러니 지금 내옆에 또라이 하나 있다해도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조상님들도 역사대대로 또라이종 하나 어찌 못했다.
오늘날에 와서도
또라이종들은 변화된 시대에 발 맞춰
번식하고 창성한걸 봐라.
아직도 저렇게 버젓히 살아 돌아댕기고 있지 않은가.
또라이종은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냥 같이 사는거다.
무례하면 무례함을 지적해서 가르쳐주고
무식한 짓을 하면 무식함을 지적하고 가르쳐줘서
조금씩 환경에 맞춰 스스로 유전자가 개량되길 바라는게 상책이다.
바로 이게 평소 또라이종에 대한 나의 고찰이다.
50평생 살아오면서 내가 취미로 또라이종 컬렉션을 수집한것도 아닌데
난 무수하고 다양한 또라이종들을 만나봤다.
저들이 왜 안죽고 살아있을까.를 통찰해본 결과도 위에서 말한바와 같다.
50평생 인생에서 터득한 평소 내 또라이지론이다.
그런데!
나이 오십줄에 남편에게 등 떠밀려
뭐라도 배워서 먹고 살아보겠다고
다시 대학에 들어왔더니만,
아니나달라 여기도 또라이종들이 있었다.
입학하고 첫주가 다 가기도 전에
안드로메다 깐따삐야별 또라이종들은 슬슬 한마리씩 정체를 드러냈다.
이제 막 입학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어떤 인간들하고 학교생활을 하게 된건지 각자 또라이 감별 레이다를 켜고 주변 인물들을 탐색했다.
나이를 막론하고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은 보통
몸을 사리고 주변을 탐색하며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학교에는 적응 할것들 투성이니까 말이다.
학교 환경, 시설. 교수들. 같이 입학한 어리거나 나이 먹은 동기들 뿐만아니라
나보다 한참 나이 어린 선배님들과
우리가 타야할 수십마리의 말들의 성격과 기질까지 우린 다함께 적응중이었다.
나는 또라이종 이다!하면서 정체를 드러낸 생명은
나보다 나이가 몇살 적은 만학도 여자였다.
그녀는 평생 인생을 어찌 살아왔는지 몰라도
주변에 누가 있건 없건, 동기든, 나이어린 선배든 누구곤간에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
다만 그녀가 공손인듯 비굴하게 대하는 상대는
오직 교수들과 실습 마장 실권자 조교뿐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만학도 입학 동기들 대부분
착한 초식동물들 같았다.
각자 민감한 레이다로 탐색을 하면서
나랑 결이 맞는 인간과 상종하면 안될 인간을
썩은 콩을 고르듯이 하나씩 파악하며 고르는 중이었다.
그때 그 여자가 존재감을 나타낸거다.
그런 인물들은 그냥 냅둬도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녀는... 하. 좋게 부르기도 귀찮다.
그냥 깐따삐야 또라이녀라 하자.
그것도 귀찮다.
더 줄여서 똘녀!
똘녀는 안하무인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건 물론이고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말과 행동을 개념없이 그냥 싸지르는 과.였다.
하긴 그러한 행동 특성이 또라이종들의 정체성이긴 했다.
중산간 고립된 실습 마장에서 하루종일 갇혀서
비선택적인 인간들(더군다나 또라이종)과
온종일 한 묶음으로 강제로 묶여서
말똥을 치우고, 같이 말을 타고, 밥을 먹고,
같이 숨 쉬어야 할 상황을 상상해보라!
똘녀의 행동은 점점 참아내기 힘든 스트레스가 되었다. 입학동기중 내 착한 만학도 친구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어려워하던 신입생시기였기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똘녀를 인내했다.
근데 아까 말하지 않았나.
또라이종이 하나 나타나면 그 조직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연대를 모색한다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막 먹고 설거지를 할 참이면 늘 전화가 왔다.
착한 내 동기들이었다.
오늘 똘녀가 본인에게 얼마나 무례한 짓을 해댔는지, 어떤 경우없는 말을 싸질렀는지 성토했다.
그걸 듣는게 내 하루 루틴 마무리였다.
난 또라이종을 만나면 딱, 두번은 참는다.
두번의 또라이는 용서해도 세번째 또라이는 안 참는다.'
두번의 행동은 그 사람의 실수일수도 있고
나의 착각일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명확하게 파악이 될때까지 나는 섯부르게 칼을 뽑지 않는다.
다만 등뒤에 칼을 숨기고 카운트를 세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딱 삼세판이다.
학교에서 말을 탈때는 한사람이 한마리 말을 탈 때도 있지만, 보통은 두사람이 말 한마리를 배정 받는다.
둘이 짝을 지어서 말 위에 안장을 올리고 입에 재갈을 채우면서 함께 말 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둘이 번갈아 한시간에 30분씩 말 한마리를 탄다. 2인1마로 말이다.
2인1마로 말을 타게되니 같이 짝을 지을 파트너도
그날 운동 페이스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상상이 되다시피 똘녀의 정체가 드러나자 동기들은 아무도 그녀와 파트너가 되려 하질 않았다.
앞 사람들이 차례로 짝을 지어갈때
이제 그녀의 파트너가 정해질 차례가 다가왔다.
똘녀 주위에 서있던 많은 사람들이
뒤로 저 만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뒷걸음질 치며 그녀와 거리를 뒀다.
똘녀 쌤이랑 파트너 하실 분 없어요?
조교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나는 상관없으니 쳐다보지도 마.라는 식으로 조교 시선을 회피했다.
(하..그래. 내가 십자가를 매마!)
내가 슬쩍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면서 똘녀 앞으로 한발 다가갔다.
(똘녀. 너의 정체성을 드러내라.
너한테 나를 보낸다.제물로!)
제가 같이 하죠.
똘녀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풉!
말을 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똘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아주 경박스러운 말투로 무례한 말들을 무지막지 쏟아냈다.
예상했던바다.
난 말을 타온지 8년차,
똘녀는 이제 막 1년차도 안된 애기였다.
그런 그녀가 8년차 나를 초짜로 봤다.
아주 버르장머리없는 행동을 얹어서.
오.그래애.니가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이.
하지만 또라이 퇴치 플랜이 있는 난
일단 그냥 참았다.
난 아주 착하고 순한 초식동물같은 미소를 띄면서 똘녀가 내게 한말 그대로 따라했다.
아.제가 어리숙하고 어리버리한 초보같아요? 아아.그러시구나. 아하핫핫ㅎ
(제길!!)
그리고 속으로 카운트를 했다.
한번!
몇일후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똘녀랑 파트너 되기를 피할때
난 다시 슬쩍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똘녀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제가 같이 하죠.
두번째로 똘녀에게 나를 제물로 바쳐봤다.
그리고 상황을 아는 내 친구들과 내 눈이 마주쳤다. 친구들이 씩 웃었다.
(아니 가만있어봐. 이쯤되면 쟤가 또라이인데?!)
너 오늘은 어떤 버젼으로 또라이짓을 하나 보자.
( 어디보자아아. 우리 똘녀어. 드루와라. 드루와.)
똘녀는 역시나 무례했고 역시나 경박했으며 역시나 그게 문제가 되는 행동인지 몰랐다.
자아. 두번!
나는 평상시엔 풀만 뜯어먹고 사는 초식동물같은 이미지 사람이다.
평생을 입가에 입꼬리 두개를 늘 올리고 다녀서 사람들은 나를 첨 볼때 험악한 짓 할 사람처럼 보진 않는다. 왠만한 일 아니면 목소리에 힘 들어가는 일도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디가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또라이들을 만날땐, 판단력이 흐물텡한 두부같은 뇌를 가진 또라이들은 미소천사같은 나를 볼때,
아. 얘는 만만한 인간이구놔. 생각하면서 행동을 할때가 있다.
나한테 못된 버릇이 하나있다면 가끔은 이렇게 상대를 시험대에 놓고 니가 어찌 나오나 보자.하면서 시험해 볼때가 있다는거다.
나쁜 의도는 아니고 상대가 파악이 잘 안될때 종종 그런 짓을 한다.
생각해보자.
평생 풀만 뜯어 먹는 덩치 큰 대표 초식동물인 말이
구구한 역사이래로 포악한 육식동물들사이에서 어찌 살아 남았겠는가.
그들은 풀만 뜯어먹는 초식동물이지만 그들에게는
숨겨둔 필살기, 매우 강력한 뒷발차기 한방이 있다.
다급할땐 그 한방으로 육식동물을 주님 앞으로 일찌감치 보낼수 있다.
풀을 뜯어먹을때 쓰는 이빨은 또 어떻고!
말들이 작정하고 물면 피부가 뜯겨 나갈수도 있다.
초식동물이라고 맨날 풀만 뜯진 않는다. 다급할땐 고기도 뜯는 거다.
나도 평소엔 초식동물같지만 한번 꼭지가 돌면 고기 뜯는 초식동물이 된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한달후에 똘녀는 마침내 세번째 또라이 짓을 했다.
아침 운동하려고 마장에 도착해서 말 탈 준비를 하던 찰라였다.
교수가 내 앞에 서있었는데 똘녀는 교수 보란듯이
나에게 무례하고 매너없는 짓을 했다.
내 자존심이 화악 상했다.
(아니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화상을 봤나!)
내 인내력 폭탄 심지에 성냥불을 갖다댔다.
어. 그래애. 세번!!!
마지막 카운트를 하고 생각했다.
맞네! 오늘이 그날이네.
세번째가 드디어 온 것이다.
뒤돌아 호흡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촥 깔고서
똘녀를 향해 뒤돌아 섰다.
저기요.(야!!!!!!!!!)
ㅇㅇ씨!(네 이년, 똘녀야!)
당신은 원래 말을 그렇게 무례하게 합니까?
똘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럴만한게 당시까지 나는 늘 천사같은 미소를 띄면서 조용 조용 자분 자분 사람들과 대화했고
(난 원래 잘 웃는다.)
그냥 순둥이같은 모습이였기에 (풉!)
그이가 보기에 매우 물렁 물렁한, 타겟삼기 딱좋은 인간이었던거다.
그러게에,
사람을 볼땐 띄엄 띄엄 보지말고
자간 행간 촘촘하게 봐야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이 처음으로 똘녀 본인에게
정색의 언어로 칼날을 세운거다.
자아아.
이럴때일수록 언어 선택을 잘해야 한다.
욕이 나오거나 비속어가 난무하거나 육두문자가 앞설 경우 백전백패,
욕이 난무하는 도떼기 시장 쌈판이 되분다.
나는 똘녀에게 투척할 말 폭탄이 한 트럭은 넘었으나 딱 세마디로 절제했다.
최대한 정제되고 교양있는 단어를 재빠르게 조합해서 코어에다가 힘을 딱! 주고 말했다.
당신은 어쩜 그리 매너가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중에 당신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람을 대할때는 기본적인 매너를 쫌 지켜욧!
라고,
점잖게 1절만하고 끝내고 싶었으나
흠..솔직히 이 똘녀가 그동안 이사람 저사람 가리지 않고 지멋대로 행동해댄게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화를 낼수록 더 화가났다.
원래!
꾹 꾹 누르다가 한번 터지면 손 쓸수 없게 기냥 난장판 되는거다.
당신은 왜 그렇게 똥매너야?
왜 그렇게 무례해?
기본매너 좀 지키라고!!!
라고 문장이 한번 변형되었다가
어? 그렇게 행동하는게 얼마나 똥매너인줄 알아 몰라? 어?
당신!! 유치원때 안 배웠어? 사람들한테 매너를 지키라는 거. 어?!
라고 다시 한번 더 변형되었다가
사람들이 마랴 어?
그냥 참고 있으니까 다 우습게 보여? 어?
다 당신 밑으로 보이냐고오!
당신은 그냥 똥매너야. 똥매너!!
똥!매!너!라고!!!
한템포 숨 좀 쉬고.(후우)
(다시 숨 크게 들어마시고. 질러!)
당신은 마랴. 아주 무례한 인간이야.
무례한 인간인거 알아 몰라! 어?
당신은 겁나 무례해!
무례하다고!!
매너 좀 지켜! 매너 좀 지키라고!
매너어!!!!!
매너 몰라? 매!너!
로 점점 변형되면서
한 옥타브씩 단계적으로 내 목소리 톤이 올라갔고 내 혈압도 올라갔다.
문장이 변형될때마다 문장은 점점 짧게 끝났고 내 액션은 점점 쎄졌다.
처음엔 배에 힘 딱!주고 점잖게 서서 세마디로 시작했다.
그 다음 문장일땐 허리에 양 손을 얹고 소리를 내질렀고,
또 그 다음 문장일땐
이젠 왼팔은 허리 옆춤에 얹고, 오른 팔만 펴서 검지를 뻗어 똘녀를 향해서 공중에 찔렀다가 거둬들였다가 했다.
그 다음, 그 다음, 문장이 더해서 점점 흥분이 될수록 쭉 뻗은 오른 팔 오른쪽 주먹의 검지 움직임은 점점점점 빨라져서 똘녀를 향해서 1/10초씩 다다다다 찔러대며 쏘아댔다.
똥매너,매너,무례한 인간, 무례를 수차례 곁들이면서 말이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와 같은 상황에 마사 1동과 2동이 발칵 뒤집어졌다.
저 멀리 마방에 들어있는 수십마리 말들조차 이게 뭔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쭈욱 내밀고 일제히 내가 소리 지르는 곳을 동시에 쳐다봤다.
그리고 말들은 생각했을꺼다.
(와 씨. 쌈났네!)
(저게 누구야. ㅇㅇ쌤이야? 대애애애박!)
그때 당시 각각 마방에 들어가 말똥을 치우던 자들과 복도를 빗질을 하던 자들과
교수들과 조교가 깜짝 놀라서 다가왔다.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다달아
오른 주먹 검지로 똘녀를 향해 다다다다다 찌르며 똥매너와 무례한 인간과 매너를 한 옥타브씩 단계를 높여 소리칠때,
내 친구들이 우하니 몰려와서 내 양 옆구리에 팔을 끼고 뒤에서 나를 안더니만 마사 밖으로 나를 끌어 냈다.
야야. 참어.참어.라고 말했으나 속으로는
내 찡구! 짜란다. 짜란다. 찡구야.더해. 더해. 했다
나는 질질 끌려나가면서도 시선을 똘녀에게 고정하고 오른 주먹 검지으로 똘녀를 겨냥하고서는 외쳤다.
이세상 모든 인간들아 들어라. 식으로
마사 두동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당신은 똥매너야!
당신은 무례한 인간이라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똘녀는 똥매너 인간이고 아주 무례한 인간임을 만천하에 낙인 찍어버렸다.
구경하던 수십마리 말들까지
똘녀가 똥매너 무례한 인간임을 알게 되어 버렸다.
나는 개미 군단이 작은 과자 부스러기 하나를 시커멓게 감싸서 질질질질 끌고 가듯이
친구들에게 둘러쌓인채 질질질질 밖으로 끌려나갔다.
폭탄은 떨어졌고 상황은 벌어졌다.
가련한 똘녀는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ㅡ과장이 아니다.진짜 얼어붙었다.ㅡ
예기치 않은 인간에게 생각지도 않은 반격을 당한것이다.
그것도
교수들 조교들 선배들 동기들.심지어는 사십마리의 말들까지 다 지켜보고 있는곳에서 말이다.
사실 그곳은
내가 똘녀에게 폭탄을 던질 최상의 장소로 점찍어놓고 너 또라이 짓.한번만 더해봐라.하면서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장소였다.
그곳은 철저하게 예비된 그녀의 공개처형 장소였던 곳이다.
(공개처형! 내가 얼마나 냉혹한 인간인가 보라.)
나는 똘녀 문제를 조용히 대화로 해결할 생각이 쥐똥만큼도 없었다.
애초부터 똘녀가 모든이들에 행한 무례함과 매너없는 짓에 대해 교수포함한 모든 이들과 수십마리 말들 앞에서 아주 그냥 공개처형을
시켜버리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기왕 이리된것,
A C! 너도 한번 X되 봐라!
반격의 상황은 너무도 싱겁게
내 말 세마디로 평정이 되었다.
아주 클리어했다.
똘녀는 입이 얼어붙어 한마디 저항이나 반격조차 못했다.
아마도 내가 육두문자를 내질렀다면
똘녀 역시 육두문자로 대응했을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똘녀의 수준이므로.
그런데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닌것이다.
육두문자가 나와야 쌈판이 될 것인데
넌 왜 똥매너니? 왜 무례해? 그냥 힘줘서 묻는것이다.
그것은 안드로메다 깐따삐야 별 종에게는 익숙한 쌈 매뉴얼이 아닌거다.
그냥 힘줘 묻는데 육두문자로 맞대응을 할수도 없고 말이다.
교수를 비롯한 사람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고
평소 내 행동답지 않은 큰 목소리에 많이 놀란듯 했다.
상황을 아는 내 친구들 빼곤 말이다.
(친구들은 그날이 드디어 왔군!하면서 뒤돌아 서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 아니고)
사람들은 모래 폭풍처럼 내게 몰려들어서
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묻거나 위로하거나 토닥였다.
충격을 받은 똘녀는 풀씹는 말들이 싸놓은 말똥 옆에서 홀로 독도가 된 채 외로운 삽질을 했다.
(안 울었나 모르것다.)
어느 누구도 잔뜩 얼어붙은 똘녀를 위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똘녀는 무례함으로 내 동기들의 무수한 반감을 얻고있던 인물이었고, 나는 내 동기들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손에 피를 묻힌것이다.
교수들.조교들 선배들이 있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 나름 이미지라는걸 관리하는 인간인데
나라고 이런 상황이 좋았겠는가.
동기들이 내게와서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했어.친구. 고맙다. 내가 속이 다 시원하다.
내 반격에 대한 찬사를 했다.
(찬사다.찬사! 너 왜 그랬어!!가 아니고)
내 평생 살면서 다수에게 이렇게 화려한 찬사를 받은 날은 이날이 처음일꺼다.
남편이 강제로 날 입학시켰으니 착실하게 나 죽었소 하면서, 말이나 타고 운동에나 집중하리라!던 나의 결심이 똘녀땜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날 밤
또라이 퇴치 내 전투썰을 들은 남편이 말했다.
하.마누우울.
아니이
입학한지 몇일이나 됐다고 쌈질이냐.쌈질이.
내가 당신 입학시켜놓고
내 마눌이 오늘은 누구랑 또 싸울까 조마조마 한다. 쫌!
(그렇다. 아무도 모르는 마눌의 본색은
25년 결혼생활 내내 오지게 당해본 남편만은 아는것이다.)
그 사건으로
나는 본의아니게 똘녀의 다수의 피해자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어버렸다.
-난 아싸(아웃사이더)가 좋지, 인싸(인사이더)는 싫어한다. 난 전형적인 I다.-
마장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그제서야 평화가 왔다. 무매너러 그를 내가 만인앞에서
공개처형시키고 찾은 평화인것이다.
결이 부드러운 사람들은
미소로,세련된 매너나 예절바른 말투로 서로를 대한다. 그러나
인간관계 맺기에 서툰 또라이종들은 그런 상대를 꼬옥. 자기 밑의 하급인간이라 단정하고 그 상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댄다.
그러다 이 지경을 당하는거다.
나는 그에 대한 지적을 했고
그 부당하고 매너없는 행동에 대해 합당하고 강력한 항의를 한것이다.
똘녀는 실망스럽게도
켁!이라거나 헉!이라던지 하는 외마디 비명도 없이
군중속에서 홀로 독도가 되어
졸업때까지 셀프 유배를 살게 됐다.
이것도 지.인.지.조라 할수 있다.
(지 인생 지가 조진다.의 약자다)
그 일이 있기전 스스로 인싸인양 굴던 똘녀는
그 사건후론 저멀리 말들 옆 독도로 유배를 가서
학교 공식 모임.동기 모임.소모임.대모임에
발도 붙일수 없는 쭈구리 신세가 되었다.
(똘녀가 ㅇㅇ쌤한테 요렇게 당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학교에 쫘악 퍼졌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서로에게 매너를 지키며
기본 예의를 아는 인성들이므로
힘든 학교 생활을 그나마 재밌게 생활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저 멀리 말들 옆 독도에서 홀로 외롭게 삽질을 하는
똥매너 똘녀 덕분이니 나는 그녀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고맙다 똘녀. 너님 덕분이다)
내곁에 막강한 친구 군단을 만들어준 공은
오로지 똘녀에게 있기때문이다.
내가 위에서 장황하게 얘기했잖나.
또라이종 하나 나타나면 그외 조직원 인간들은 엄청 강력한 연대를 한다고.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거다.
대책없는 또라이를 손봐줄때는
같은 또라이 방식으로 상대해줘야
답이 나온다.
비법은 그거다. 별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