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나의 진정한 또라이에게 바칩니다.
살다보면 그냥 알게 된다.
어디든지 또라이 하나씩은 공평하게 있다는 것을.
어디엔 있고 어디엔 없는게 아니다.
언제 어디에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곳엔 없다고 확신이 든다면
그렇다. 내가 또라이일 확률이 높다.
또라이라해서 사회에 민폐만 끼치는건 아니다.
민폐만 끼치다니 그럴리가!
그들도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있다.
또라이가 있는 곳엔 그를 제외한 조직 구성원들은 반드시 연대한다.
연대를 하자 해서 하는게 아니고 그냥 연대가 된다!
그것도 겁나 탄탄하다.
또라이라함은 무례하고 무식하다.
점잖고 품격있게 말하는 또라이봤나?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직의 높고 낮은 자리와 상관없이
그들이 가진 교양이라는 것은
오일장 갑판대위의 싸구려 팬티 같다.
또라이땜에 시달린 자들은
저 또라이는 왜 귀신이 와서 안잡아 가는지 하소연한다.
그러다가 야! 너두? 야! 나두!하면
자석에 철가루들이 차락차락 들러붙듯이
조직원들의 연대가 시작되는거다.
태초부터 옆집 움막에도 또라이가 살았다.
하물며 현존하는 또라이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50평생 살아오면서
내가 취미로 또라이 컬렉션을 수집한것도 아닌데
난 다양한 또라이들을 만나봤다.
나이 오십줄에 남편에게 등 떠밀려
뭐라도 배워서 먹고 살아보겠다고
다시 대학에 들어왔더니만,
여기도 또라이들이 있었다.
어딘들 없겠는가만은.
입학하고 첫주가 다 가기도 전에
안드로메다 깐따삐야별 또라이들은
슬슬 한마리씩 정체를 드러냈다.
이제 막 입학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어떤 인간들하고
학교생활을 하게 된건지
각자 또라이 감별 레이다를 켜고 주변 인물들을 탐색했다.
나이를 막론하고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은 보통
몸을 사리고 주변을 탐색하며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학교 환경, 시설. 교수들. 같이 입학한
어리거나 나이 먹은 동기들 뿐만아니라
우리가 타야할 수십마리의 말들의 성격과 기질까지.
나는 또라이다!하면서 정체를 드러낸 생명은
나보다 나이가 몇살 적은 만학도 여자였다.
그녀는 평생 인생을 어찌 살아왔는지 몰라도
상대가 누구곤간에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
다만 그녀가 공손인듯 비굴하게 대하는 상대는
오직 교수들과 실습 마장 실권자 조교뿐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만학도 입학 동기들 대부분
착한 초식동물들 같았다.
각자 민감한 레이다로 탐색을 하면서
나랑 결이 맞는 인간과 상종하면 안될 인간을
썩은 콩을 고르듯이 하나씩 파악하며 고르는 중이었다.
그때 그 여자가 존재감을 나타낸거다.
그런 인물들은 그냥 냅둬도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깐따삐야별 또라이녀는.
길게 부르기도 귀찮다. 똘녀!좋네.
그냥 똘녀라 칭하겠다.
똘녀는 안하무인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건 물론이고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말과 행동을 개념없이 그냥 싸지르는 과.였다.
하긴 그러한 행동 특성이 또라이들의 정체성이긴 했다.
중산간 고립된 실습 마장에서 하루종일 갇혀서
비선택적인 인간들(더군다나 또라이들)과
온종일 한 묶음으로 강제로 묶여서
말똥을 치우고, 같이 말을 타고, 밥을 먹고,
같이 숨 쉬어야 할 상황을 상상해보라!
똘녀의 행동은 점점 참아내기 힘든 스트레스가 되었다.
입학동기중 내 착한 만학도 친구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그러나 서로를 어려워하던 신입생시기였기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똘녀를 인내했다.
근데 아까 말하지 않았나.
또라이 하나 나타나면 그 조직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연대를 모색한다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막 먹고
설거지를 할 참이면 늘 전화가 왔다.
착한 내 동기들이었다.
오늘 똘녀가 본인에게 얼마나 무례한 짓을 해댔는지,
어떤 경우없는 말을 싸질렀는지 성토했다.
그걸 듣는게 내 하루 루틴 마무리였다.
난 또라이를 만나면 딱, 두번은 참는다.
두번의 또라이는 용서해도
세번째 또라이는 안 참는다.'
두번의 행동은 그 사람의 실수일수도 있고
나의 착각일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명확하게 파악이 될때까지
나는 섯부르게 칼을 뽑지 않는다.
다만 등뒤에 칼을 숨기고 카운트를 세면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딱 삼세판이다.
학교에서 말을 탈때는
한사람이 한마리 말을 탈 때도 있지만,
보통은 두사람이 말 한마리를 배정 받는다.
둘이 짝을 지어서 말 위에 안장을 올리고
입에 재갈을 채우면서 함께 말 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둘이 번갈아 한시간에 30분씩 말 한마리를 탄다.
2인1마로 말이다.
2인1마로 말을 타게되니 같이 짝을 지을 파트너도
그날 운동 페이스에 영향을 준다.
상상이 되다시피 똘녀의 정체가 드러나자
동기들은 아무도 그녀와 파트너가 되려 하질 않았다.
앞 사람들이 차례로 짝을 지어갈때
이제 그녀의 파트너가 정해질 차례가 다가왔다.
똘녀 주위에 서있던 많은 사람들이
뒤로 저 만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치며 그녀와 거리를 뒀다.
똘녀 쌤이랑 파트너 하실 분 없어요?
조교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나 똘녀랑 짝꿍안해 .
난 쳐다보지도 마.라는 식으로 조교 시선을 피했다.
(그래. 내가 십자가를 매마!)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똘녀 앞으로 한발 다가갔다.
(똘녀야. 너의 정체성을 드러내라.
너한테 나를 보낸다.)
제가 같이 하죠.
똘녀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말을 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똘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아주 경박스러운 말투로 무례한 말들을
무지막지 쏟아냈다.
예상했던바다.
난 말을 타온지 8년차,
똘녀는 1년차도 안된 삐약삐약 애기였다.
그런 그녀가 8년차 나를 초짜취급을 했다.
버르장머리없는 행동을 얹어서.
하. 참자.
또라이 퇴치 플랜이 돌아가는 중이다.
난 아주 착하고 순한 미소를 띄면서
똘녀가 내게 한말 그대로 따라했다.
아.내가 어리숙하고 어리버리한 초보같아요?
아아.그러시구나. 아하핫핫ㅎ
제길!
그리고 속으로 카운트를 했다.
한번.
몇일후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똘녀랑 파트너 되기를 피할때
난 다시 슬쩍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똘녀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제가 같이 하죠.
똘녀가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똘녀 표정은 딱 이랬다.
나랑 짝이 되고 싶어서 아주 환장을 하는고만!
상황을 아는 내 친구들과 내 눈이 마주쳤다.
친구들이 씩 웃었다.
친구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가만있어봐. 이쯤되면 쟤가 또라이인데?)라고.
너 오늘은 어떤 버젼으로 또라이짓을 하나 보자.
( 어디보자아아. 우리 똘녀어. 드루와라. 드루와.)
똘녀는 역시나 무례했다.
주여.당신의 성스러운 피조물들중에
젠장.아니 뭐 이런 생명이 다 있답니까.
두번.
나는 평생 입가에 입꼬리 두개를 늘 올리고 다녔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나를 봐도
험한 짓 할 사람으로 보진 않는다.
왠만한 일 아니면 목소리에 힘 들어가는 일도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디가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또라이들을 만나면
판단력이 흐물텡한 뇌를 가진 또라이들은
나를 보며 생각한다.
아. 얘는 만만한 인간이구나.
또라이들은 그렇게 내 안에 봉인된 험한 것을 불러낸다.
나한테 못된 버릇이 하나있다면
가끔은 이렇게 상대를 시험대에 놓고
니가 어찌 나오나 보자.하면서 시험해 볼때가 있다는거다.
나쁜 의도는 아니고
상대가 파악이 잘 안될때 종종 그런 짓을 한다.
생각해보자.
평생 풀만 뜯어 먹는 덩치 큰 대표 초식동물인 말이
구구한 역사이래로 포악한 육식동물들사이에서 어찌 살아 남았겠는가.
그들은 풀만 뜯어먹는 초식동물이지만 그들에게는
숨겨둔 필살기, 강력한 뒷발차기 한방이 있다.
다급할땐 그 한방으로 육식동물을 주님 앞으로 일찌감치 보낼수 있다.
풀을 뜯어먹을때 쓰는 이빨은 또 어떻고.
말들이 작정하고 물면 피부가 뜯겨 나갈수도 있다.
초식동물이라고 맨날 풀만 뜯진 않는다.
다급할땐 고기도 뜯는 거다.
나도 평소엔 초식동물같지만 한번 꼭지가 돌면
고기 뜯는 초식동물이 된다.
자랑은 아니다만.
그로부터 한달후에
우리 똘녀는 마침내 세번째 또라이 짓을 했다.
아침 운동하려고 마장에 도착해서 말 탈 준비를 하던 찰라였다.
교수가 내 앞에 서있었는데 똘녀는 교수보란듯이
나에게 무례하고 매너없는 짓을 했다.
아 이런. 빌어먹을.
버르장머리없는 화상을 봤나!
똘녀는 내 인내력 폭탄 심지에 성냥불을 갖다댔다.
세번이다.
마지막 카운트를 하고 생각했다.
이읭? 세번?
맞네.
오늘이 그날이네.
드디어 세번째 날이 도래한 것이다.
(똘녀야. 험한 것 나온다. 정신줄 꽉 잡아라)
난 호흡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촥 깔고서
똘녀를 향해 뒤돌아 섰다.
지금이다.
지르자!
(이러어언 슈벙ppㄴ료듀느ㅠㅏ느톥ㄷ느!!
제긴럼노러ㅗㅈ헤조라ㄹ 짹짹꼬레 쨰애액 꼬레샤!!)
똘녀 눈이 휘둥그래졌다.
난 누가 한대 때리면 아야.하다 웨앵 울게 생겼다.
똘녀보기에 아주 타격감 좋은 인간이었던거다.
그랬던 인간이 지금 자기에게 소리를 지른것이다.
똘녀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 인간에게 당할줄이야!
쯧쯧. 그러게에,
사람을 볼땐 띄엄 띄엄 보지말고
자간 행간 촘촘하게 봐야하는 것이다.
자아아.
이럴때일수록 언어 선택을 잘해야 한다.
욕이 나오거나 비속어가 난무하거나
육두문자가 앞설 경우 백전백패,
욕이 난무하는 도떼기 시장 쌈판이 되분다.
나는 똘녀에게 투척할 말 폭탄이
한 트럭은 넘었으나
딱 세마디로 절제했다.
최대한 정제되고 교양있는 단어를
재빠르게 조합한 다음 코어에다가 힘을 딱! 주고 외쳤다.
라고,
점잖게 1절만하고 끝내고 싶었다.
일단 지르고 나니
난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화를 낼수록 더 화가났다.
원래 꾹 꾹 누르다가 한번 터지면
손도 쓸수 없게 기냥 난장판 되는거다.
내가 다음 문장을 연결하여 입밖으로 내뱉을 때
건초를 씹느라 마방 안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말들이
마방 문 너머 고개를 내밀었다.
마방에서 말똥을 치우던 자들은
부지런하게 말똥을 긁어대던 삽질을 멈추고
깜짝 놀라 우릴 쳐다봤다.
드그륵 드그륵.
말똥쌓인 바닥을 요란하게 긁는 삽질 소리가 멈추니 마사가 일제히 조용해졌다.
마사 두동이 동시에 정전이 된것처럼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멈췄다.
끔찍한 정적을 깬 건
그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 나의 외침이었다.
한템포 숨 좀 쉬고 (후우)
숨 크게 들이마시면서.(흐으으읍) 질러!
이쯤 읊었을 때
나는 그 와중에도
내 등뒤에서 나와 똘녀를 관전하고 있을
똘녀의 또다른 다수의 피해자, 내 친구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들 표정을 본건 아니었으나
그들은 속으로 신이나서 똘녀야. 넌 오늘 디졌다. 하는,
기대만땅 눈빛과 속마음을 겨우 숨기고
큰일났다는듯이
어머 어머 저걸 어째.하는 눈을 뜨고 있으리라.
똥매너라는 문장은 점점 한 옥타브씩 단계적으로
톤 업 되었고 따라서 내 혈압도 올라갔다.
변형된 문장은 점점 짧게 끝났고
내 액션은 점점 쎄졌다.
처음엔 배에 힘 딱!주고 점잖게 서서
세마디로 시작했다.
그 다음 문장일땐 허리에 양 손을 얹고 소리를 내질렀고,
또 그 다음 문장일땐
이젠 왼팔은 허리 옆춤에 얹고,
오른 팔만 펴서 검지를 뻗어 똘녀를 향해서
공중에 찔렀다가 거둬들였다가 했다.
그 다음, 그 다음, 문장이 더해질수록
점점 흥분이 되었다.
쭉 뻗은 오른쪽 주먹의 검지 움직임은 점점 빨라져서
똘녀를 향해 1/10초씩 다다다다 찔러대며 쏘아댔다.
똥매너,매너,무례한 인간, 무례를
칼집난 생선에 소금을 치듯
착 착 착 착 곁들이면서 말이다.
마사 1동과 2동이 발칵 뒤집어졌다.
저 멀리 마방에 들어있는 수십마리 말들조차
이게 뭔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쭈욱 내밀고
일제히 내가 소리 지르는 곳을 동시에 쳐다봤다.
그리고 말들은 생각했을꺼다.
(아아 씨. 쌈났네!)
(저게 누구야. 시안쌤이야? 요오올 대애박!)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다달아
오른 주먹 검지로 똘녀를 향해 다다다다다 찌르며
똥매너와 무례한 인간과 매너를
한 옥타브씩 단계를 높여 소리칠때,
내 친구들이 우하니 몰려와서
내 양 옆구리에 팔을 끼고
뒤에서 나를 안더니만 마사 밖으로 나를 끌어 냈다.
야야. 참어.참어.라고 말했으나
나를 끌고 가던 한친구가 내 오른쪽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잘한다. 잘한다. 잘하아안다.
나는 질질 끌려나가면서도
시선을 똘녀에게 고정하고
오른 주먹 검지으로 똘녀를 겨냥하고서는 외쳤다.
이세상 모든 인간들아 들어라. 식으로
마사 두동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똘녀는
똥매너 인간이고 아주 무례한 인간임을
만천하에 선언해 버렸다.
구경하던 수십마리 말들까지
똘녀가 똥매너 무례한 인간임을 알게 됐다.
나는 개미 군단이 작은 과자 부스러기 하나를
시커멓게 감싸서 질질질질 끌고 가듯이
친구들에게 둘러쌓인채
질질질질 밖으로 끌려나갔다.
그날 일진이 사나웠던 가련한 똘녀는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찔끔 오줌을 지렸을지도 모른다.
교수들 조교들 선배들 동기들.
심지어 사십마리의 말들까지
다 지켜보고 있는곳에서 망신이라니!
사실 그곳은 내가 똘녀를 혼구녕내줄
최적의 장소로 점찍어둔 곳이었다.
너 또라이 짓.한번만 더해봐라.하면서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장소였다.
나는 똘녀 문제를 조용히 대화로 해결할 생각이
쥐똥만큼도 없었다.
애초부터 똘녀가 모든이들에 행한
무례함과 매너없는 짓에 대해
교수포함한 모든 이들과 수십마리 말들 앞에서
넌 무례하고 똥매너 인간임.이라고
선포해 버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똘녀는 꿱.이라던지 헉.이라든지 하는
비명 한마디, 저항이나 반격조차 못했다.
아마도 내가 육두문자를 내질렀다면
똘녀 역시 육두문자로 대응했을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똘녀의 수준이므로.
그런데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닌것이다.
육두문자가 나와야 쌈판이 될 것인데
넌 왜 똥매너니? 너 왜 무례해?
그냥 힘줘서 묻는것이다.
그것은 안드로메다 깐따삐야 별 또라이에게는
익숙한 쌈 매뉴얼이 아닌거다.
그냥 힘줘 묻는데
냅다 육두문자로 맞대응을 할수도 없고 말이다.
교수를 비롯한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고
상황을 아는 내 친구들은
그저 드디어 그날이 왔군.했을뿐이다.
사람들은 모래 폭풍처럼 내게 몰려들어서
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묻고 위로하고 토닥였다.
충격을 받은 똘녀는 풀씹는 말들이 싸놓은 말똥 옆에서
드그르륵 득득득득 삽질을 했다.
(안 울었나 모르것다.)
아무도 똘녀에게 가지 않았다.
똘녀는 무례함으로
내 동기들의 무수한 반감을 얻고있던 인물이었고,
나는 내 동기들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손에 피를 묻힌것이다.
교수들.조교들 선배들이 있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 나름 이미지라는걸 관리하는 인간인데
나라고 이런 상황이 좋았겠는가.
내가 또라이가 아닌바에야.
동기들이 내게와서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했어.친구. 고맙다. 내가 속이 다 시원하다.며 찬사를 했다.
(찬사다.찬사! 너 왜 그랬어!!가 아니고)
내 평생 살면서 다수에게
이렇게 화려한 찬사를 받은 날은 이날이 처음일꺼다.
남편이 강제로 날 입학시켰으니
착실하게 나 죽었소 하면서,
말이나 타고 운동에나 집중하리라!던
나의 결심이 똘녀땜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날 밤
또라이 퇴치 내 전투썰을 들은 남편이 말했다.
하.마누우울.
아니이.
입학한지 몇일이나 됐다고 쌈질이냐.쌈질이.
내가 당신 입학시켜놓고
내 마눌이 오늘은 누구랑 또 싸울까
맘이 조마조마 한다. 쫌!
그렇다.
아무도 모르는 마눌의 본색은
25년 결혼생활 내내 오지게 당해본
남편만은 아는것이다.
한라산 중산간 마장에는 그제서야 평화가 왔다.
내가 그녀를 또라이라 불러 주었을 때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로 와서
또라이가 된 것이다.
그날 사건은 스스로 인싸인양 굴던 똘녀를
진정한 아싸로 만들어버렸다.
똘녀는 학교의 온갖 모임에
발도 못붙이는 쭈구리 신세가 되었다.
똘녀가 시안쌤한테 요렇게 당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학교에 쫘악 퍼졌기 때문이다.
나는 본의아니게
똘녀의 다수의 피해자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어버렸다.
난 아싸(아웃사이더)가 좋지, 인싸(인사이더)는 싫어한다.
난 전형적인 I다.
내겐 아주 막강하고 탄탄한 친구 군단이 생겼다.
일명 또라이 덕분에 뭉친자들.
똘녀야. 고맙다.
너님 덕분에 내가 팔자에도 없는 인싸가 됐다.
또라이때문에 고통 받은자는 들어라.
대책없는 또라이를 손봐줄때는
같은 또라이 방식으로 상대해줘야 답이 나온다.
비법은 그거다. 별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