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작아 동생 취급받는 12월생 아기의 비애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동생'이라뇨?
첫 애는 12월생이다.
12월생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작다.
여기까지는 이해가능하다. 늦게 태어난 걸 어쩌겠는가.
같은 어린이집 아이들하고 놀 때야 서로가 서로의 나이를 다 알고, 정보를 알고 있어서 나이보다 어리게 취급 당하는 일이 없지만 문제는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모르는 아이와 놀게 될 때다.
우리 아이보다 몸집이 큰 아이들을 놀이터 등에서 만나면 일단은 언니나 오빠로 간주하고 "언니한테 양보하자" "오빠가 ~~한대"라고 대외적으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 상대 아이의 부모님이 고맙게도 우리 아이가 쫑알쫑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첫 애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말을 굉장히 빨리, 잘 하는 편에 속한다) "몇 개월이에요?"라고 물어봐주면 그제서야 같은 해에 태어난 동년배 아이인 것이 밝혀진다.
"어쩐지, 동생치고는 너무 말을 잘한다 싶었어요. OO아, 동생 아니고 친구야"
상대방 부모가 우리 아이를 '친구'로 인정해주기 시작한 순간부터 두 아이는 [언니,오빠- 동생]의 관계에서 [친구-친구]의 관계로 평등해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놀이터나 공원에 나가면 속상한 일이 매번 벌어진다.
딱 봐도 상대방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말도 훨씬 더디고, 표정이나 몸짓(걷는 것 등)에서 '동생'임이 분명한데, 상대방 부모가 우리 아이의 체격만 보고 "아기한테 그러지 마~", "동생이다 동생!"이라고 할 때다.
그럼 그때마다 마음에서 '아니잇! 지금 누가 누구 보고 애기래?!' 하는 마음이 불끈 솟는다.
눈과 귀가 있다면 누가 봐도 상대방 아기가 우리 애에 비해서 개월 수가 느린, 차기년도에 태어난 아이인 게 분명한데([말을 쫑알쫑알 하는 아기 VS 말을 더디게 하는 아기] / [막 뛰어다니고 몸짓이 엄청 빠른 아기 VS 느릿느릿 걷는 아기])
그냥 일단 무조건 키와 체격에서 자신의 아이가 몸집이 더 크다는 이유로(신체 활동이나 언어 능력은 보지도 않고) "동생이네~~?" "동생이 이거 하고 싶대"라고 하면서 남의 아이를 '동생'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건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 남편이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갈 때도 흔하게 접하는 일이라서 남편도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어이 없어 한다.
남편과 같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을 때 상대방 부모가 저렇게 면전에서 얘기하면 남편과 나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는 '아니, 누가 누구 보고 동생이래?'라고 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랜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 나름의 방어책을 쓰기도 한다.
상대방 부모가 계속 우리 아이를 본인의 아이보다 '동생' 취급하면 아이랑 놀아주는 척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흘린다.
"ㅁㅁ이는 올해 O살이니까 잘 할 수 있지?" "어유, 우리 ㅁㅁ이 O살 되더니 달라졌네"하면서 넌지시 아이의 나이 정보를 전달한다. 밖에 나가면 허구한 날 동생들에게 '더' 동생 취급 받는 아이를 둔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인 것이다.
그럼 어느 순간 상대방 부모는 우리 아이를 "동생"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친구"로 명칭을 수정한다.
언제쯤 되면 동생들한테 '동생' 취급받는 것에서 벗어나게 될까.
몸집이 작아 불쌍한 12월생 아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