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들과의 스몰토크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타게 될 때면 어르신들과 동선이 상당히 많이 겹친다.
특히 지하철이 그러한데, 아이를 안고 교통약자석에 앉거나 유모차 때문에 엘레베이터를 타야할 때면 어르신들과 적게든 많게든 스몰토크를 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아이가 몇 살?" "아이고, 아기 참 예쁘다" 등으로 끝나지만 개중에 한 두 분은 꼭 이런 말을 덧붙인다.
"애가 몇째요?"
"둘째에요"
"그럼 하나, 더 낳아. 셋째 낳아"
우리 엄마아빠도, 시부모님도 셋째 낳으라는 말은 절대 하시지도, 입에 올리신 적도 없는데 꼭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제3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얘기를 너무 쉽게 하신다.
덕담이라면 덕담이고, 스몰토크라면 스몰토크이지만 이 얘기를 너무 자주 듣는다는 게 문제다.
나만 이런 말을 듣는 건 아닌 건지, 맘카페에는 "애 없으면 애 낳으라고 하고, 애가 하나 있으면 둘 낳으라고 하고, 애가 둘이면 셋 낳으라고 한다"는 공통의 후일담들이 넘쳐난다.
나도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웃고 넘겼다. "아 그래요? 하하하."
하지만 대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포기를 모르신다.
셋째 낳으라는 말을 절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반복하신다.
이런 얘기에 정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 번은 지하철 엘레베이터를 타는 동안 한 할아버지께서 "하나 더 가져. 셋째 낳아"란 말을 하시자 "아유, 절대 안 돼요~ 아유 큰일나요"라고 손사레까지 쳐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교통약자석에 앉는 자리값, 지하철 엘레베이터를 이용해야할 때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매번 이렇게 넘겨야하는 걸까.
본인 며느리, 딸들한테는 셋째 낳으란 말도 안 하실(아니 못 하실) 거면서 생판 남한테는 왜 이렇게 쉽게 하는 걸까.
다음 번에는 이렇게 말해봐야겠다.
"저 대신 키워주실 거면 한 번 생각해볼게요".
물론 이렇게 말해도 저분들에게 안 먹히리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