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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힘듦, 미술치료를 받았다

by 데자와

미술치료를 받았다.


경기도권역 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36개월 미만의 양육자, 난임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인데, 이번 7월 프로그램은 미술치료였다.


늘 방송에서 보던 미술치료를 내가 직접 받아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과연 나의 정신과 마음상태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참석했다.


7명 정원에 참석자는 단 3명. 오히려 좋다.


원예 프로그램이나 공예 등 만들기 프로그램일 때는 항상 만석인데, 미술치료라 그런가 취소자가 많았나보다.


집단프로그램의 특징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나왔던 이야기들을 밖에는 유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나도 여기서는 내 이야기만 쓰려고 한다.


이번 미술치료 주제는 '내 안의 작은 숲'. 선생님께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시면서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혼자 걷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와 같이 있는지, 날시는 어떤지 등등 눈을 감는 동안 내가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말로 이끌어주셨다.


눈을 뜬 후에는 이제 상상했던 것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


명상을 하는 동안 너무 전형적인 정원의 이미지가 떠올랐지만(에버랜드 장미정원이 떠올랐다), 그려보기로 했다.


내가 큰 나무에 기대서 눈 감고 쉬는 모습. 저 멀리 장미정원 같은 것이 보이는 모습을 그렸다.


선생님께서는 "오늘 원래 그림 해석까지는 할 계획이 없었는데, 참여자가 적으니까 각각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드릴게요"라며 내가 기대했던 그것!(방송에서 받던 그림해석을 이렇게 받다니!!)을 해주셨다.


카메라로 찍고 나니, 그림이 얼마나 흐린지 확 나타난다



우선 내 그림은 굉장히 흐리게 그려졌는데, 이건 실제로 나의 에너지가 없음을 나타낸다고 하셨다.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내 그림을 보니 다른 두 참가자와 비교해서 보니 굉장히 흐리고 연하게 그리긴 했다)


그리고 나무는 내가 왼쪽 구석에 그렸는데 이는 현실 도피를 의미한다고 하셨다.

(다른 참가자는 나무를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그렸다)


또한 사람을 보라색으로 그렸는데, '보라색'을 선택한 것도 좋은, 긍정적 의미는 아니라고 하셨다.


결론은 현재 내 그림은 내가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하고, 에너지가 굉장히 고갈된 상태이며,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


이 외에도 여러 해석을 해주셨는데 이 그림이란 게 내가 그냥 그리는 것 같지만, 무의식이 다 반영되는 거라고 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


마지막 시간은 나에게 쓰는 편지로 마무리. 각각 자기가 쓴 편지를 낭독했는데, 다른 참가자의 낭독을 듣자니 눈물이 똑, 똑 맺혔다.


남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육아하면서 쉬고 있지 않냐고. 애 어린이집 보내고(혹은 시간제보육 보내고) 쉬면 되지 일하는 사람보다 힘든 게 뭐냐고. 진짜 힘든 건 복직 이후라고, 네가 아직 몰라서 그런다고.


맞다. 분명, 복직하면 더 힘들 거다.


그 때 더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육아휴직중인 지금 나를 돌아봐야 한다.


나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게 뭔지, 내가 나를 잘 돌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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