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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Dec 15. 2020

야너두! 회사일만 해도 코로나 걸릴 수 있어

코로나는 생각보다 매우 가까이 있다.  

두 번째 코로나 검사를 앞두고 있다. 

10월에 첫 번째 코로나 검사를 받은 이후 두 번째다. 


회사 근무시간 중에 업무를 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갈 일이 올해 두 번이나 생겼다.


업무 특성상 한 건물 내에서 여러 입주기업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팀장)에선 입주사 현장점검을 실시하라고 9월부터 재촉을 했지만, 나는 2단계가 좀 끝난 후에 실시하겠다고 버텼다. 2단계가 해제되지도 않았는데 수십 여개 입주사를 들락날락하면서 생기게 될 위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10월 12일에 정부가 사회적거리두기를 1단계로 조정했고, 그동안 미뤄왔던 입주사 현장방문을 실시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 

처음 딱 든 생각은 "내 이럴 줄 알았다"였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안전 제일주의로 일해도 모자랄 판국에 팀장이 올해 내내 "코로나를 이유로 실적 떨어지는 거 납득 안 돼" "코로나여도 연초에 잡은 목표는 달성해야지"라는 등등의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확진자와 접촉한 걸 알고 나선 바로 회사 업무를 정리하고 집으로 복귀했다. 해당 확진자와 접촉한 시간이 짧았기에 역학조사관이나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안 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관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올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동선파악에 24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자정까지 별도의 연락이 없을경우 역학조사관 판단 하에 감염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므로 검사 대상자가 아닐시 검사는 가능하나 별도의 비용이 청구된다"


보건소의 답변은 일단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문자 연락이 오면 빨리 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에서 꼼짝않고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피어오른 불안은 잠을 자면서도 은근하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회사가 오히려 더 급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회사 비용으로 검사비를 지원할테니 빨리 검사를 받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보건소를 제외하고 집 근처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보니 두 개의 병원이 검색됐다. 


A병원에 먼저 전화를 걸자 "저희가 외국인들 지정 진료소로 지정된 곳이라서 오전에 오셔도 기본 2시간은 기다리셔야 해요. 사람이 엄청 많아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B병원은 딱히 오래 기다린다는 말 없이, 오셔서 검사 받으시면 된다고 해서 B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밖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가니 나이 드신 어르신 몇 분이 검사를 받고 계셨다. 검사를 받으러 오게 된 연유를 설명하니 방호복을 입은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보건소 문자 없이 받으실 경우 비용이 꽤 비싼데 괜찮으시겠냐"를 먼저 물어왔다. 


결제를 해보니 비용 얘기를 먼저 꺼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회사 카드를 긁고 나니 99,500원이 찍혔다. 


돈을 지불하고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들어가자 또다른 방호복을 입으신 분이 계셨다. 코로나 검사 유경험자인 남편으로부터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미리 들었던 터라 많이 긴장되진 않았다. "긴 꼬챙이가 콧속을 막 휘젓는 느낌이 엄청 불쾌해"라고 했던 남편의 말이 과연 사실일지가 궁금했다. 


선별진료사 관계자는 두 개의 긴 꼬챙이를 들고와 내 입에 한 번 넣고 휘젓고, 코에 한 번 넣고 휘저었다. 


이렇게 검사가 끝났다. 


오전 11시 지나 받은 검사는 같은 날 밤 8시경에 결과가 나왔다. 


"OOO님의 X월 X일 시행하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PCT 검사결과는 음성입니다"


나는 이게 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코로나 검사가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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