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 많게는 1주 간격으로 아이를 초음파로 봤던 임신 초기에 비해, 임신 중기로 넘어오니 아이를 초음파로 볼 날이 한 달에 한 번 꼴이라 남편은 산부인과 방문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더랜다.
"우리 몽골이 보고 싶어. 보고 싶단 말이야아아"
남편의 앙탈, 성화에 못이겨서 방문 날짜를 조금 더 앞당겨볼까 했지만 병원에서는 칼같이 정밀초음파 검사는 21주부터 가능하다고 하였다.
정밀초음파를 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 40~50분 걸리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초음파를 그렇게 오래 본다고?'
싶었는데 왜 먼저 해 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
의사선생님은 태아의 신체부위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면서 말씀해주셨다.
"네, 아기가 여기 잘 놀고 있네요. 눈 여기 있고요. 손발 5개씩 다 있고요..."
내장기능까지 살펴보는 줄은 미처 몰랐는데 의사선생님은 콩팥, 심장, 우심방, 좌심방 등 각종 부위를 보여주셨고 나중에는 혈액이 흐르는 모습까지 설명해주셨다.
임신 초기 때 초음파를 보러 가면 아이가 항상 자고 있는 데다 태아의 크기만 살펴보고 끝났던 지라 초음파 보는 시간이 3분도 채 안 되었는데 정밀 초음파는 선생님이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시는데다 내 아이의 구석구석을 다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터져나온 눈물이 뺨을 흘렀다.
지금까지 건강히 자라준 아이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이렇게 내 뱃 속에서 아이가 엄연히 살아있는데 그간 몸에 나쁜 인스턴트를 '괜찮아'하면서 무심히 먹어댄 것과 내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아이에게 내가 화난다고, 내가 기분 나쁘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수시로 표출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아이와의 만남을 가지고 며칠 간은 아이의 움직임이 수시로 느껴졌다.
배 위에 손을 얹고 가만히 있으면 아이가 통, 통 움직이는 게 손 끝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며칠 뒤에는 아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분명 밤 9시 이후로는 엄청 활발하게 꾸물꾸물했던 거 같은데 그 움직임이 갑자기 느껴지지 않으니 불안했다.
아이가 움직이면 한없이 기쁘지만,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또다시 불안해지는 게 임신 중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