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만났다고?"라며 로맨틱하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몽골은 여행지 특성상 한국에서부터 단체로 5~6명이 네이버 카페 등에서 한 팀을 꾸린 뒤 여행코스와 현지 투어회사 등을 섭외한다.
남편과 나를 이어준 곳이 '몽골'이기에 우리 아이의 태명은 자연스럽게 몽골이로 결정됐다.
국어사전에 있는 '몽골몽골'(몽글몽글)이란 단어의 느낌도 좋았다.
태명까지는 쉽게 지었는데 이름을 짓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중성적인 이름, 그리고 흔치 않은 이름을 원했다. 내 이름만 하더라도 남자, 여자 모두 쓰는 이름인데 대학교 때까지 같은 이름을 마주친 적이 없다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성'까지 똑같은 직원을 만나고 나니 나의 스트레스는 극대화 됐다.
매년 인사발령을 내는 회사 덕분에 나와 이름이 같은 주임이 속한 부서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 보내는 메일, 회사 내에서도 항상 잘못 수신되는 우편물, 우리 회사와 일하는 외부 관계자들도 그 주임과 나를 늘상 같은 사람으로 여겼다. (내가 직책이 더 높고 입사시기가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름 때문에 회사 내에서 스트레스를 겪고 나니 아기 이름은 더더욱 남과 겹치지 않는 이름으로 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아기 이름 베스트 2020' 이런 식으로 유행에 휩쓸리는 이름은 절대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아기 이름 베스트 2020
순위권에 있는 이름들을 보면 연예인의 이름을 따오거나(박서준?, 오마이걸 아린?) 특정 단어를 선호하는 ('o유', ''o아', 'o린' 경향이 너무 많이 보여서 나중에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뿅뿅뿅A', '뿅뿅뿅B'로 출석부에 표기되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이름, 예를 들어 '장강명(소설가)'이나 '김초엽(소설가)' 같은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이름을 짓고 싶은데 한자도 많이 알지 못하는 내 머리로 짓자니 한계가 왔다.
구글링을 하다 보니 '한국인 이름 작명 인기순위(https://baby-name.kr/)'라고 해서 성을 제외한 이름을 검색하면 최근 10년간 그 이름으로 출생신고가 된 아기의 수를 보여주는 사이트도 있었다.
몇 개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아기 이름 베스트'에 들어가는 인기 있는 이름은 몇 만명의 아이들이 출생신고를 했다고 나오고, 흔히 않은 이름일수록 출생신고 건수는 10건 이내였다.
소설가 '장강명'을 생각하며 검색. 역시 열 손가락에 안에 드는 이름이구나
친하게 지내는 선배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5명..
역시 순위권에 있는 이름은 다르구나.. 3만여 명.
시댁에서 이름을 정해주거나 어디서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던데 우리는 양가 모두 "시댁에서 지어주시는 대로"(아빠) "장인어른께서 지어주시면 그걸로 하자"(시아버지) 서로에게 양보를 하는 분위기여서 남편과 나는 우리가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하되 양가에서 좋은 이름을 추천해주시면 후보군에 두기로 했다.
아빠에게 아이 이름을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드리자 아빠께선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원하는지 너희가 원하는 뜻을 두 가지 정도 알려다오"라고 하셨다.
나는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심지가 굳센 아이를, 남편은 착하고 똑똑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아빠가 기도를 하시고 오랜 고민 끝에 지으신 첫 이름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지혜로울 '혜'와 강건할 '린'. 나는 한자 '린(獜)'이 마음에 들었다. 남편도 이 이름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이것보다 더 좋은 이름이 나올 수 있을까?
아직 5개월의 시간이 남았으니 아이의 이름을 짓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내 아이가 평생 불릴 단 하나의 이름.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짓는다는 건 정말 생각보다 막중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