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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Apr 06. 2023

육아휴직 기간, 스마트폰/단톡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위험군 스마트폰 중독자의 고뇌 

나는 스마트폰 고위험 중독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오늘은 뭐 재밌는 거 없나"하며 유튜브, 블라인드, 네이트판, 카카오톡 채널의 유머게시판을 기웃기웃 거리다보면 4,5시간은 훌쩍 지나있고 새벽 3,4시가 되기 일쑤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출근의 개념이 사라지니 더 이상 다음날 아침이 두려울 것도 없어졌다. 출근의 압박이 없으니 더 자유롭게, 더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새벽 늦게까지 하다 잠드는 1년여의 시간을 보내왔다. 


이런 나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싶다. 스마트폰이 내 삶을 망치고 있는 건 너무나 자명한데 쉽사리 놓치 못하는 이유는 바로 카카오톡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란 괴물. 이 카카오톡 때문에 회사 업무도 '단톡방'이라는 곳에서 해야하고, '단톡방'의 업무지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삶(카카오 반성해라!)을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는가.


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이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단톡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런데도 내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건 업무 외의 단톡방 때문이다. 


휴직을 하면 단톡방이 안 생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조리원에 가니 조리원 단톡방이 생기고 어린이집에 가니 어린이집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동네 문화센터 강좌를 등록하자 수강생들이 모인 단톡방이 또 생겼다. 


대한민국은 진정 단톡방 없이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곳이란 말인가. 단톡방이 개인톡보다 더 끔찍한 이유는 바로 몇 명이 읽었는지 표시되는 숫자 기록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한 명 한 명이 채팅을 읽을 때마다 정확하게 줄어드는 숫자들. 누가 읽었고 누가 안 읽었는지는 표시되지 않지만 적어도 이 방에서 몇 명이 채팅을 안 읽었나 확인하게 해주는 이 시스템이 단톡방 노이로제에 걸리게 만든다. 단톡방의 채팅을 읽기 싫어도 왠지 내가 최후의 '1'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어이 단톡방에 입장한다. 


개인간의 대화야 '안읽씹'(안 읽고 씹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톡방의 '1'은 정말이지 현실의 파워게임에서 파워를 가지지 않은 자들로 하여금 반드시 단톡방에 접속해 채팅을 읽게 만든다. 


나는 대게 파워를 가지지 않은 쪽이기 때문에 나름의 항변으로 카톡 알람을 꺼놓았다. 하지만 이건 단지 알람을 듣지 않을 뿐이지 나는 수시로 카카오톡에 접속해 단톡방에 올라온 채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 '1'이 단톡방에 너무 오래 떠 있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1'이 남아있는 걸 신경쓰는 누군가(회사면 팀장, 일반 단톡방이라면 그 방에서 입김이 센 누군가)가 있을 것이고 나는 내가 그 '1'임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카카오톡이 인질로 잡혀있다 보니 카톡 채팅을 확인하려던 것이 카카오톡 채널의 유머게시판을 둘러보는 것으로 확장되고(카카오 반성해라!2222) 여기서 삘 받으면 유튜브, 네이트판 명예의전당, 더쿠 HOT 게시판, 블라인드(blind)로 플랫폼을 여러 차례 건너뛰면서 나는 순식간에 시간을 탕진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내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오롯이 남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크게 기억에 남지도 않을) 나의 귀한 4~5시간을 쓰고 있다. 


육아와 집안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스마트폰에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신력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이제 남은 2G폰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남편에게 "나 2G폰 쓸까?"라고 물어봤지만 남편은 "그렇게 하다간 인간관계 다 단절될 걸"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내가 전화통화만 해도 나에게 폰을 빼앗아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데 재미가 들린 15개월 아기. 그리고 이런 아기를 키우면서 육퇴 직후부터 새벽까지 계속 무언가 재밌는 콘텐츠를 찾아 시간을 족족 허비하는 나. 


계속 스마트폰을 쓰는 게 맞는 것일까. 단톡방을 끊어내고 나와서라도 2G폰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위험군 스마트폰 중독자의 고뇌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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