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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Feb 18. 2022

'발견'은 '창조'가 아니고, '내 것'도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뉴턴은 운동의 3법칙을 '발견'했다. 위대한 과학자들도 자연 원리를 발견한 것이지 그들이 창조해낸 것은 아니다. 발견했다 하여 그 원리가 개인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자연에 원래 그대로 작용되던 것으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수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공자의 가르침. 4대 성인이 공히 이야기하고 있는 바도 그들의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의 그것처럼 자연 원리를 발견한 것일 뿐이다.


철학이 종교가 되고, 종교가 사업이 된다. 그리고 '발견'은 '창조'가 되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원리는 신비스러운 현상으로 둔갑하게 된다. 그때부터 자연 원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되어 인간의 눈은 흐려지게 되어 본질과 멀어지는 것이다.


종교는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에 불과하다.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은 달을 발견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인데, 그 손가락만 바라보며 진리라 여기고, 그 손가락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건너올 때 사용했던 뗏목은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길을 가야 하는데, 그 뗏목에 머물러 어디도 가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1.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 논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3.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2010. 2. 24. 법정(속명 박재철).



법정스님은 생전에 종교라는 이름으로 혹세무민 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고, 입적하시기 전에는 말 빚을 더 이상 짓고 싶지 않으니, 본인의 저서에 대한 출판을 멈춰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본인의 저서에 담긴 본인의 이야기를 '빚'이라 표현하였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성철스님의 열반송



성철스님의 열반송은 다수의 종교인들에게 회자되는데, 열반송에는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였다는 표현이 있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자연 원리를 자신의 말로 전한 행위조차 거짓으로 여기는 것이다.


법정스님과 성철스님의 마지막 말씀은 공통적으로 달을 가리키고 있던 손가락을 거둬들이고, 타고 건너온 뗏목을 태워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내 것, 그의 것이라 여기는 것도 한낱 착각에 불과할 뿐이다.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이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진리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 전해졌을 뿐, 스스로 빛나는 것이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어디에나 존재하기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모든 인간은 그 진리를 품고 있다. 내가 품고 있는 진리는 어떤 성직자도 찾아줄 수 없고,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다.


'발견'했다고 하여 '창조'한 것이 아니고,

'발견'했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니다.


진리를 발견하는 행위는 신비롭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매일 하는 세수와 같은 것이다. 세수를 하지 않으면 찝찝한 기분이 들고, 세수를 하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매일 세수를 하는 것과 같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찝찝한 기분이 들면 상쾌한 기분이 드는 행위로 그 찝찝함을 사라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세수를 할 생각은 안 하고 화장만 고치고 있으면 '발견'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질 뿐이다.


본래 청정한 마음과 하나님의 형상 그대로 만든 인간 속에 깃들어 있는 성령을 '발견'하는 것이 이 땅의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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