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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Aug 14. 2022

부질없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길

부질없는 삶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귀한 인생을 살면서 부질없는 삶이라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모두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내가 뭘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거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다.      

만일 우리가 노인이 되어 내 삶을 돌아본다면 지금 느끼는 것 이상으로 삶의 부질없음을 실감할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삶이 부질없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구한 나름의 답을 먼저 나눠 본다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물질만을 생각하고, 물질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성경 창세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인간은 하늘에 닿기 위해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 탑의 높이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간은 교만해졌으나, 어느 날 바벨탑은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제야 인간은 자신의 노력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성경 속 바벨탑의 이야기는 물질만을 추구하고, 물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이라 여기는 것들은 물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질은 손에 쥐고 있는 바닷가 모래알과 같아서 반드시 사라진다. 운이 좋아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한 줌의 모래도 내 존재가 사라지면서 결국 사라지고 만다. 내가 사라지는데 남아있는 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모든 것이 결국에는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내 삶의 부질없음을 느끼게 되고,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우울증에 빠지는 일도 발생한다. 싯다르타의 ‘공’ 사상을 처음 접하고 조금 이해하기 시작하면 물질세계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그 형체가 없고, 원인과 결과에 따라 잠시 생겨난 것뿐이라는 직관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인간은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의 한계를 깨닫는 것은 진리로 가는 계단 중 하나일 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우리가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진리로 향하는 계단을 슬기롭게 올라, 부질없는 삶 속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가리키고 있다. 그것도 20편의 논어 중 첫 편, 첫 구절에서 말이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물질을 추구하는 행위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바벨탑을 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인간은 그 부질없음과 허무함으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는 원래 그 특성이 그러하다. 모래를 쥐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물질이 아닌 정신의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고 공자는 논어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진리를 배우고 그 원리를 삶에서 익힌다면, 그것만큼 즐거우면서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때때로 좋은 벗과 어울린다면 그것도 즐거울 것이다. 

만일 나의 성취를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만족하니 그것 자체로 즐거울 것이다. 

세 가지 중 어떤 것도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행위와 생각 자체로 즐거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진리가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해도, 인간이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욕심이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하지만 내가 추구하고 있는 물질은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이와 물질이 삶의 전부라 생각해 애지중지하고 있는 이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행위를 할 것이 분명하다.     

젠가 블록을 쌓고 있는 사람이 그 젠가 블록의 영원함을 기대하면서 블록을 쌓아 올리는가? 아니다,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즐겁게 그 블록을 쌓아 올린다.


일찍이 싯다르타는 금강경에서 ‘행위를 하되, 그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위를 하라’라고 이야기했다. 젠가 블록을 쌓아 올리는 행위와 같이 반드시 사라지는 물질과 현상이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 과정 속에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삶, 부질없는 삶 속에서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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