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해를 하고 그래?"
지금도 악몽처럼 남은 그가, 딴에는 농담인 양 말을 던졌다. 내 팔에는 다친 상처와 내가 만든 상처들이 뒤섞여 있었다. 희게 웃으며 잘 다쳐요, 라고 답했던 것 같다. 무감하고 무례한 발언이 비수가 되어 마음에 박혔다. 덮어둔 기억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벼랑 끝까지 몰려서 도망치듯 들어간 화장실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시야가 좁아지고, 귀에서는 웅웅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때, 울었던 것 같다. 울어도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목구멍을 틀어막은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었다.
희열. 그건 일종의 희열이었다.
머리 끝까지 차오른 물이 단숨에 빠져나가는 감각. 숨통이 트인다는 표현을 실감하던 순간. 선명해지는 붉은 선을 바라보다가 어렴풋이 깨달았다. 다시는 느끼지 못할 이 희열을 계속해서 기대하고 원하리라는 것을.
나는 무언가 잃을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렸다. 벼랑 끝에 설 때마다 그 감각을 떠올렸다.
반듯하게 그어진 선을 경계하는 사람들 속에서, 불안이 덮쳐올 때면 살갗이 벗겨질 때까지 손톱을 세워 손목을 긁었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