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

by 여름

내 오랜 습관

내 오랜, 친구.


나는 나의 우울을 그렇게 정의한다.


오랜 기간을 그렇게 살아왔던 탓인지 이제는 조금 탁한 채도로 세상을 보는 게 익숙하다. 우울은 이렇듯 감각을 무뎌지게 한다. 흔히 말하는 시각, 청각 같은 오감이 아니라 살아가는 감각. 삶이 필요로 하는 것들. 그것들의 눈을 가리고 '나'라는 존재를 끊임없이 지우려든다. 일상이 비일상이 되게 하는 순간들을 그러모아 숨통을 틀어막는다.


무뎌진 감각은 무기력을 몰고 온다. 삶은 대체 왜 지속되는지에 대한 의문만 남는다. 그 의문에는 자기비하가 가득 담겨,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애도를 그릇되게 표현한다. 당신이 아니라 내가 죽었어야 한다고.


나의 오랜 악우는 를 숨을 내뱉기도 벅찬, 타버릴 듯한 열기로 가득 채웠다. 내리쬐는 태양을 가려 줄 그늘이 되고 싶었지만 주변을 메마르게만 할 뿐이었다. 나는 내 방이 엉망이 될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고, 트럭이 내 코앞에서 멈췄을 때 아쉬워할만큼 죽어가고 있었다. 나락으로 향하는 레드카펫을, 내 손으로 정성스레 깔고 있었다.


여름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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